<포럼>회계 투명성은 노조의 기본적 책무다

2022. 12. 2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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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는 미증유의 위기 상황이다.

그뿐만 아니라 거대 노조는 '주한미군 철수, 민족의 자주·평화·대단결을 위한 남북노동자대회' 등을 주장하면서 '반(反)대한민국' 성향을 노골화했다.

미국에선 노조 예산이 연 25만 달러(약 3억2600만 원) 이상이면 의무적으로 노동부에 예산을 보고해야 하고, 영국에선 노조가 회계를 행정 당국에 보고하게 돼 있다.

회계 투명성은 노조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책무이며, 노조가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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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한국 경제는 미증유의 위기 상황이다. 고환율·고금리·고물가·고부채 등이 그 방증이다. 노동계가 파업해서 경제에 주는 충격을 극대화하는 게 목적이라면 총체적 위기 상황인 지금이 ‘파업의 적기’다. 거대 노조는 그 길을 택했다.

그뿐만 아니라 거대 노조는 ‘주한미군 철수, 민족의 자주·평화·대단결을 위한 남북노동자대회’ 등을 주장하면서 ‘반(反)대한민국’ 성향을 노골화했다. ‘노동조합의 외피(外皮)’를 입고 정치운동을 해 왔다. 거대 노조는 독선적이었고 안하무인이었다.

‘2020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에 따르면, 노동조합 조직률은 14.2%이며 전체 조합원 수는 280만 명이다. 상급단체별로는 한국노총 115만 명, 민주노총 113만 명이다. 사업장 규모별 조직률은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이 49.2%, 100∼299명이 10.6%였다. 귀족노조는 ‘정규직·대기업·상급노조’의 교집합을 의미하며, 단체행동을 통해 ‘생산성 이상’으로 임금을 올려 왔다. 인상된 임금은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의 임금을 희생시켜 얻은 것이다.

철옹성 같던 거대 노조에 균열 조짐이 보인다. 거대 노조가 주도한 2022년 동투(冬鬪)가 사실상 실패했기 때문이다. 정치 파업에 반대해 온 MZ세대 노조원들의 마음을 집행부가 읽지 못한 결과다. 철도와 지하철 파업이 철회됐고, 현대제철·현대중공업·대우조선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산업의 숨통을 끊겠다’는 과욕이 자충수가 된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8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노조 활동에 햇빛을 제대로 비춰 국민이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노조 재정의 투명성 강화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노동조합법에는 회계감사 근거 규정이 없어 외부에서 노조의 재정 상황을 볼 방법이 없다. 민노총의 회비 규모는 베일에 가려 있지만, 조합원 수에 비춰 연간 예산이 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선 노조 예산이 연 25만 달러(약 3억2600만 원) 이상이면 의무적으로 노동부에 예산을 보고해야 하고, 영국에선 노조가 회계를 행정 당국에 보고하게 돼 있다. 우리도 노동조합법 제25조(회계감사)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회계 투명성은 노조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책무이며, 노조가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이다.

이제는 회계 투명성 강화를 넘어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성찰해야 한다. LG전자 노조는 2010년 1월에 ‘노조의 사회적 책임’ 헌장을 선포한 바 있다. 과도한 임금 인상 요구 등 조합원의 권익만을 추구하는 데서 벗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해소, 협력회사의 생산성 혁신 지원, 노조의 윤리 규범 제정, 노조 운영의 투명성 제고 등 다양한 방안을 담았다. LG전자 노조는 개별기업 노조지만, 상급단체 노조도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 선언을 할 수 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상급단체 노동운동에 대한 신뢰는 배가될 것이다.

노동운동도 시대적·사회적 흐름에 맞춰 혁신과 변화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제 거대 노조는 ‘상위 10% 노동자 조합원’의 권익만을 지키는 한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강자 결속’을 통한 기득권 사수가 아닌 ‘약자 단결’을 통한 노동자의 권익 향상이라는 본령에 충실해야 한다. 그것이 선진화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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