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광에 겨울빛 들면...천연의 빛깔 더 찬란하여라
신화테마파크·카밀리아힐 레드카펫 동백
곶자왈·오설록은 초록빛 싱싱함 가득
짙푸른 바다 보며 쫄깃한 방어 한점
장수상징 노인성·저지리 비엔날레 예술향
겨울이라도 제주 서광에 햇살이 깃들면 서광리·동광리·금악리는 주황색 밀감밭과 검은 밭담의 채도대비가 빚어지고, 오설록은 푸르게, 신화테마파크와 카밀리아힐 동백은 붉게 깨어난다.
화순곶자왈, 한경환상숲, 서광 제주도립 곶자왈은 계절의 변화와는 무관하게 초록빛 수목과 갈색 판근이 싱싱한 자태를 이어간다. 대정에선 방어가 춤을 추고 추사로의 김정희 기념유적이 고즈넉한 인문학의 향을 피운다.
송악산과 대평포구는 총천연색이다. 송악산은 푸른 바다, 검은 분화구, 여름처럼 진초록을 띠는 해송, 검은 동굴로 다채로운 색깔을 내고, 대평포구에 웨딩촬영 온 신혼부부들이 저마다 다채로운 색감의 패션감각으로 등장해 추운 줄도 모르고 멋진 포즈로 행복을 기약한 뒤엔 서둘러 따스한 카페로 옮겨 갈색 커피로 몸을 녹이며 재잘거린다.
제주관광공사는 총천연색으로 빛나는 제주 겨울 서정을 육지 친구들에 대한 환영 테마로 내놓기도 했다.
▶붉은 동백=사랑스러운 애기 동백과 짙붉은 토종 동백, 스페인에서 자주 보이는 분홍색 넙적 동백이 개화 시기를 달리하며 제주 겨울을 밝힌다.
안덕의 카멜리아힐과 파더스 가든, 대포동의 동백정원은 자연친화적인 조경기술을 발휘하고 로맨틱 글귀까지 적어넣어 ‘(엄동설한 꽃 없는데) 동지섣달 꽃 본듯이’ 동백 서정을 키운다. 서귀포시 위미리의 동백군락지와 동백수목원, 동박낭카페, 신례리의 동백포레스트는 근거리에 있어 다채롭게 구경할 수 있겠다.
서광리 제주신화월드 한라산 모양 풀장 주변의 분홍색 넙적 동백은 이채롭다. 스페인 비고, 폰테베드라에서 보던 동백이다.
서귀포 신흥2리 제주동백마을은 골목골목 피어난 동백꽃으로 한적한 마을 길이 레드 카펫을 깔아놓은 듯 여행자의 마음 마저 붉게 물들인다.
▶검은돌담, 밭담, 눈쌓인 백록담=제주의 상징과도 같은 검은 현무암 돌담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엉성해 보이지만 거센 비바람에도 쓰러지는 법이 없다. 차가워 보이는 돌담이지만 무엇보다 강인하고 따뜻하게 온기를 품어낸다.
‘검은 용’이라고 불리는 한림 동명·명월리의 S라인 밭담 파노라마와 한림 금악, 한경 저지리 예술마을의 직선형 첩첩 밭담 풍경이 대조를 이룬다.
바닷가 주변 마을인 한림, 한경의 경우 돌이 둥글고 올망졸망하다. 중산간 위쪽으로 갈수록 돌이 점점 커진다. 애월읍 곽지리와 한림읍 귀덕리는 워낙 돌이 많아 겹담 양식을 취한다. 한경면 청수리 등 곶자왈 지역에서는 화산탄으로 구멍이 숭숭 뚫린 돌담이 쌓여있다. 몇몇 밭담은 갈색, 붉은 색 계통의 분석구와 섞여 알록달록하다. 한라산엔 흰 눈이 가득 쌓였는데 말이다.
▶푸른 바다, 감색 방어=겨울이면 제철을 맞은 방어의 인기로 모슬포가 북적인다. 방어는 제주에서 나는 겨울철 최고의 진미다. 깊은 바다를 유영하며 거센 조류를 헤치며 살아가는 방어는 살이 차지고 단단해 쫄깃한 식감과 더불어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방어는 주로 회로 먹는다. 제주 사람들은 다진 마늘과 매운 고추를 듬뿍 썰어 넣은 쌈장과 함께 흡입한다. 기름진 생선이라 신김치에 둘둘 말기도 하고 참기름으로 가볍게 양념한 밥과 마른 김에 싸기도 한다. 커다란 방어 머리는 굵은소금을 뿌려 구워 먹고 회를 뜨고 남은 뼈와 내장을 푹 끓여 탕으로도 즐긴다. 제주신화월드 해산물 뷔페는 방어 초밥으로도 유명하다.
제주 방어축제는 오는 25일까지 모슬포항 일원에서 개최된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맨손 방어 잡기’이다. 직접 잡은 싱싱한 방어를 현장에서 바로 회 떠 먹을 수 있다.
▶초록 녹차밭=추운 겨울에도 초록빛을 잃지않는 싱그러운 녹차밭은 계절을 거슬러 신비롭기 까지 하다. 겨울 녹차의 제 맛은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녹차밭 길을 산책한 뒤에 마셔야 더 잘 느껴지겠다. 겨울여행자의 심신도 따뜻한 차 향에 녹는다. 제주 녹차밭의 상징인 ‘오설록티뮤지엄’은 녹차밭 외에도 뮤지엄투어, 티라운지, 티클래스 등 온종일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오설록 옆 이니스프리제주하우스에서는 제주 감성을 담은 소품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제주피크닉세트도 준비되어 있다.
서귀포시 성읍 ‘오늘은 녹차한잔’은 한라산과 영주산을 배경으로 한 멋진 뷰를 자랑한다. 녹차밭 한가운데 있는 동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생샷을 찍는 명소로 유명하다.
▶반짝반짝 천문학-인문학=장수를 상징하는 노인성(카노푸스)은 제주도 남쪽 중산간에서만 관측된다. 삼매봉 공원 또는 서귀포천문과학관을 찾아가 보자. 천체 망원경 등 첨단 관측 시설 장비가 여행자 가족들의 장수를 돕는다.
제주관광공사는 최근 대정성지 혹은 대정현성으로 불리는 성벽, 추사 김정희가 유배생활을 하며 국보 세한도 등을 완성한 추사관, 추사 적거지 ‘귤중옥(橘中屋)’ 등 대정지역 마을 여행지를 추천했다. 추사는 감귤의 우뚝한 지조와 향기로운 덕을 칭송하여 자신의 적거지를 ‘귤중옥’이라 불렀다.
제주 유배가 장수의 비결이었다고 강조했던 추사는 안덕계곡 입구 주상정리 아래 토굴에서 캠핑하기도 했다.
대평은 푸른바다, 현무암 갯바위, 초록 열대수목에 신랑신부들이 입고온 총천연색 패션으로 울긋불긋하다.
▶저지리 비엔날레의 예술향, 만감류, 황금향의 과즙미=제3회 제주비엔날레가 5년 만에 저지리 현대미술관, 제주시내 도립미술관 등지에서 개최된다.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을 주제로 내년 2월 12일까지 개최되며 16개국 54명(팀)이 참여한다.
인근 송악산엔 제주 자연의 대표 아이콘들이 집약돼 있는 곳이다. 성산포를 닮았는데, 더 파란만장한 지질이라 요모조모 즐기는 재미가 좋다. 성산이 한곳의 뷰포인트를 가졌다면, 송악산은 사방에서 다채로운 조망을 즐긴다.
산에 오르다보면 주막같은 포장마차가 있더 더욱 정겹다. 남쪽으로는 ‘가파도 그만 마라도 그만’이라는 두 섬이 의연하게 놓여있고, 한라산을 바라보노라면 형제바위, 대평 박수기정, 군산오름이 차례로 시야에 들어온다. 그리고 뱃고동과 함께 유람선이 떠난다.
서광 감귤창고 주변과 대평-예래 해안 카페촌 등지엔 제주 겨울의 대표색깔 주황 감귤이 풍성하게 매달려 있다.
감귤과 오렌지의 장점을 쏙쏙 골라 교배한 만감류는 1월 부터 맛본다. 한라산을 닮은 한라봉은 단맛이 강하며 과육이 풍부하다. 하늘에서 내린 향기라는 천혜향은 오렌지와 감귤 교배종으로 타원형 모양의 얇은 껍질이 특징이다. 한라봉과 천혜향을 교배한 황금향은 속껍질이 얇아 식감이 부드럽다.
황금향, 만감류는 서로 다른 것이 만나 새로운 것을 낳은 결실이다. 만나면 더욱 풍성해지는 게 문화·문명이다. 따뜻한 제주의 겨울 인심이 조금은 달리 살아왔을 육지의 벗들을 기다리고 있다.
함영훈 기자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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