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넷플’로 싸게 보려다...두 번 우는 OTT 피해자

2022. 12. 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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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이용 요금을 절약하기 위해 하나의 계정을 다수가 공유하는 사례가 늘면서, A씨처럼 공유자들을 모은 뒤 돈만 받고 잠적하는 소액사기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0일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박씨는 지난 16일 A씨를 사기 혐의로 서울 동작경찰서에 신고했다.

구씨 등 A씨에게 사기를 당한 다른 피해자 4명도 자신들의 거주지 관할 경찰서에 곧 신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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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치 송금후 비밀번호 설정 확인
잠금해제 요청하자 연락두절·잠적
경찰 신고해도 민사소송 권유 반려
“명백한 사기땐 소액도 수사 가능”

#1. 서울에 사는 대학생 구모(22) 씨는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계정을 공유한다는 글을 접했다. 여러 명이 요금을 나눠 내 1년치 이용료로 각 4만원만 내면 된다는 것이었다. 구씨는 글을 올린 A씨에게 돈을 송금하고 공유받은 계정에 로그인하려 하자 비밀번호가 설정돼있었다. 구씨는 비밀번호를 해제해 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헛수고였다. A씨는 당장은 계정을 풀기 어렵다는 등의 알 수 없는 이유를 대며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연락을 끊었다. 구씨는 “소액인 탓에 처음에는 ‘치킨 값 날렸다고 치자’는 생각으로 넘기려 했다”며 “하지만 커뮤니티에서 피해자들이 나뿐만이 아니라는 글을 보고 괘씸하다고 생각해 대응에 나서게 됐다”고 전했다.

#2. 20대 직장인 박준성(가명)씨도 구씨와 같은 커뮤니티에서 국내 OTT 서비스 ‘티빙’ 계정을 공유하자는 글을 보고 1년치 이용료 3만1000원을 송금했다. 그러나 5일 뒤 계정 비밀번호가 생기면서 박씨는 더이상 계정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박씨는 환불을 요구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계정을 공유한다며 올린 장본인은 넷플릭스 사례와 같은 A씨였다.

OTT 이용 요금을 절약하기 위해 하나의 계정을 다수가 공유하는 사례가 늘면서, A씨처럼 공유자들을 모은 뒤 돈만 받고 잠적하는 소액사기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0일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박씨는 지난 16일 A씨를 사기 혐의로 서울 동작경찰서에 신고했다. 구씨 등 A씨에게 사기를 당한 다른 피해자 4명도 자신들의 거주지 관할 경찰서에 곧 신고할 예정이다.

경찰서 찾아갔는데...민사소송 권유하며 반려

피해 금액이 소액이다보니 신고를 해도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박씨는 담당 경찰관이 형사 소송이 아닌 민사소송으로 해결할 것을 권유하며 자신을 돌려 보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사소송은 형사 사건과 달리 접수 절차가 까다롭고 송달료도 지불해야 하는 만큼 소액 사기를 입은 피해자들이 준비하기엔 부담이 크다.

김태연 태연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경찰 신고로 수사가 이뤄지는 것과는 달리 민사 소송은 소장을 작성하는 것부터 송달료를 지불하는 것까지 절차가 까다롭다”며 “이메일을 통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면 사건이 반려되지 않고 접수된다”고 조언했다.

넷플릭스 등 국내외 OTT업체들은 타인에게 계정을 공유하는 것을 약관 위반 사항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업체의 도움을 받기 쉽지 않다. 다만 회사 약관을 위반해도 거래 당사자 간 사기 혐의가 명백할 경우에는 수사가 가능하다는 게 경찰과 법조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 수사과장은 “피해자가 회사 규정을 어긴 것과는 별개로, 타인과의 거래 과정에서 금액을 갈취 당했다면 충분히 수사할 수 있다”며 “다만 하나의 사건에 다수의 피해자가 나타날수록 담당 수사관도 사건을 더 중요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철 기자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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