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도 국내 1위 고지혈증 치료제도 팔았다…한국화이자는 왜 험한 길을 택했나

박지연 2022. 12. 2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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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이자, 코로나19 전담사업부 신설
로고도 비아그라 모양→DNA 나선구조로
복제약만 290종 이상을 가진 대표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 김주성 기자

한국화이자제약이 회사의 시그니처 제품인 비아그라 등 특허만료 의약품 총 15개에 대한 수입허가권을 매각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로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판도를 바꾼 화이자가 '위드 코로나'에 발맞춰 코로나19 백신·치료제와 혁신 신약에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화이자는 연매출 1,000억 원이 넘는 블록버스터를 포함한 15개 의약품의 수입허가권을 올 상반기 비아트리스코리아㈜에 양도양수했다고 20일 밝혔다. 복제약만 290가지가 넘는 대표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를 비롯해 연매출 1,700억 원으로 국내 처방 1위를 지킨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 고혈압 치료제 노바스크, 통증치료제 쎄레브렉스도 포함됐다.

이 의약품들은 특허가 만료됐지만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상당한 매출이 보장된 제품들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는 오리지널 의약품(오리지널)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복제약이 들어오면 신약으로서의 가치가 줄면서 오리지널의 약제가 떨어지기 마련"이라면서도 "국내에선 해외와 달리 오리지널을 찾는 수요가 높고 약제비 구조상 특허만료 의약품도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 시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한국화이자가 이 제품들을 통째로 판 건 코로나19 백신·치료제와 혁신 신약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회사는 또 지난달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전담하는 '코비드사업부'를 신설하고 항암제 파트를 이끌던 송찬우 부사장을 코비드사업부 총괄 부사장으로 인사 이동했다. 이로써 한국화이자제약의 사업 부문은 △내과질환 △백신 △염증 및 면역질환 △희소질환 △호스피탈 △항암제 등 6개에 더해 △코비드까지 7개가 됐다. 한국화이자제약 관계자는 "기존 6개 사업부가 모두 중요하고 매출이 잘 나와서 내부에서조차 우선순위를 가리기 어려웠다"며 "특허 만료된 약제는 과감하게 팔고 혁신 신약 사업부만 남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로고에서도 빠진 비아그라…DNA 나선구조로

화이자의 로고. 왼쪽은 비아그라를 상징하는 알약 모양, 오른쪽은 DNA 나선구조를 본뜬 새 로고. 한국화이자제약 제공

한국화이자가 지난해 회사의 로고를 비아그라를 상징하는 파란색 알약 모양에서 DNA 나선구조 형상으로 바꾼 것도 코비드사업부 출범과 함께 회사의 비전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오동욱 사장은 19일 서울 중구 스테이트타워남산에서 열린 '화이자 나이트'에서 "환자의 삶을 바꾸는 최고의 바이오 혁신 기업이 되겠다는 게 2023년의 비전"이라며 "남들이 다 하는 것 대신 퍼스트인클래스(first in class)에 집중하고 혁신 신약을 동력으로 만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비아그라 등 한국화이자로부터 15개 의약품 수입허가권을 사들인 비아트리스 코리아㈜는 글로벌 화이자의 사업 부문이었던 업존과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마일란이 2020년 11월 기업 결합으로 출범한 비아트리스의 한국 법인이다.


"코로나19는 잔존할 것이고 계속해서 변이할 것"

송찬우 한국화이자제약 코비드 사업부 총괄 부사장이 19일 서울 중구 스테이트타워남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코비드사업부의 비전과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화이자제약 제공

전 세계가 점차 엔데믹으로 가고 있지만 "코로나19는 잔존할 것이고 계속해서 변이할 것"이라는 게 화이자의 전망이다. 화이자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전 세계에서 6,600만 명이 사망했고 총 6억4,500만 명이 확진됐으며, 세계 인구의 기대 수명은 2년씩 감소했다. 국내 확진자는 전 국민의 53%에 해당하는 2,700만 명이고 올해 사망자의 8.7%가 코로나19로 숨졌다.

송찬우 코비드사업부 총괄부사장은 "현재 메신저 리보핵산(mRNA) 독감 백신은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고 차세대 코로나 백신도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라며 "독감과 코로나19 콤보 백신, 차세대 항바이러스 백신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이자가 유일하게 백신과 치료제를 공급한 경험이 있는 만큼 팬데믹이 새로 발생할 때 화이자의 역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코로나19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팬데믹을 준비하며 새 백신과 치료제 개발과 공급을 이끌겠다"고 덧붙였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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