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실상 기준금리 4개월째 동결, 美금리·시기 저울질[종합]
- 1년 만기는 시장 예상과 부합, 5년 만기는 생산·소비·투자 회복 시점 고려한 듯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이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4개월째 동결했다.
미국이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재확인했고, 중국 내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 폭증으로 본격적인 내수 활성화의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중국 정부가 내년 통화정책의 방점 중 하나를 ‘부동산 안정’에 찍은 만큼 주택담보대출 관련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지는 남아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2월의 1년, 5년 만기 LPR가 각각 3.65%, 4.30%로 전월과 변동이 없다고 20일 밝혔다. 4개월 연속 동결이다.
1년 만기 LPR(기업의 단기 유동성 대출이나 소비자 대출 기준금리)는 지난 1월과 8월 두 차례 내렸고, 5년 만기 LPR(주택담보대출에 영향을 미치는 중장기 기준금리)는 1월과 5월, 8월 세 차례에 인하했다.
LPR는 명목상으론 18개 지정 은행의 최우량 고객 대출금리 동향을 취합한 수치지만 중국에서는 모든 금융기관이 이를 대출영업 기준으로 삼아야 해 실질적으로 기준금리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1년 만기 LPR 동결은 예견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린 데다 내년에도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밝힌 점, 인민은행이 LPR와 연동되는 중장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금리를 전월과 같은 2.75%로 결정한 점 등이 근거다.
미국이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리는 상황에서 중국이 반대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펼치면 양국 금리 격차는 커진다. 중국 내 외국자본의 이탈, 위안화의 급속한 평가절하 등 부작용 초래 가능성이 있다.
반면, 5년 만기 LPR는 올해 혹은 내년 초 인하 가능성이 점쳐진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흐름을 좌우하지만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5년 만기 LPR를 낮추면 당장 개인이 매달 갚아야 할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줄일 수 있다. 실물경제의 자금조달 비용 축소가 가능하며, 개인과 기업의 현금흐름 압력을 개선하는 효과도 가져온다. 여유가 생기면 소비 활성화까지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중국정부는 부동산을 경기회복의 도구 중 하나로 보고 연일 관련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8일 부동산 기업 등에 대한 채권 발행 지원 방안을 발표했고, 같은 달 23일에는 대출만기 연장 및 특별대출 등 금융 지원 16개 조치와 주식시장 통한 자금조달 허용을 공개했다.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잡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선 “부동산 시장의 안정적 발전 보장해야 한다”고 했으며, 류궈창 인민은행 부총재는 부동산은 핵심 분야이자 취약한 부분으로 지목한 뒤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는 중국 신용평가사 둥팡진청을 인용, “인민은행이 MLF를 동결했지만 부동산시장 안정 등을 위해 5년 만기 LPR은 하향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인민은행은 5년 만기 LPR를 올해 더 이상 내리지 않았다. 중국 본토에서 코로나 감염자가 폭증한 점, 이로 인해 생산·소비·투자가 여전히 위축 상태인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시장은 금리 인하만으로 단기간에 정상화를 희망할 수 없는 만큼 중국을 떠받지는 중요 경제지표가 살아나는 적시에 단행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취지다. 올해 들어 3차례나 인하했기 때문에 부동산 회복을 지나치게 금리 인하에 의존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내년 초 인하할 경우 3월 양회를 즈음해 실적을 숫자로 받아볼 가능성도 있다.
민성은행의 원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몇년 동안 기준금리의 하향 조정은 일상적인 작업이 됐다”면서 “기준금리 인하는 은행의 자금 투입을 늘리고 신용확장을 가속화하도록 추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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