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말벌에겐 침이 없다? 깜짝 놀란 청개구리가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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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과 말벌은 사람을 포함한 천적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독침을 쏜다.
스기우라 신지 일본 고베대 교수 등 이 대학 연구자들은 20일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논문에서 말벌의 일종인 황슭감탕벌 수컷이 교미기를 침처럼 사용해 포식자인 청개구리를 물리친다는 실험 결과를 보고했다.
연구자들은 "말벌과 개미벌의 많은 종의 수컷에도 가짜 침이 달려 있고 진짜 침처럼 휘두른다"며 "이들도 천적 방어용으로 쓰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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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관 변한 침 없는 수벌은 쏘지 않는다는 상식 뒤집혀
청개구리 35%는 삼키지 못해 포식자 방어용 입증
교미기를 ‘가짜 침’처럼 휘두르는 다른 말벌도 비슷할 듯
꿀벌과 말벌은 사람을 포함한 천적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독침을 쏜다. 따끔할 뿐 아니라 주입된 독액이 치명적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해 천적도 쏘이지 않으려 조심하기 마련이다.
벌침은 산란관이 변형된 기관이어서 애초 산란관이 없는 수벌에게는 침이 없다. 그러나 ‘수벌은 쏘지 않는다’는 상식을 뒤엎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스기우라 신지 일본 고베대 교수 등 이 대학 연구자들은 20일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논문에서 말벌의 일종인 황슭감탕벌 수컷이 교미기를 침처럼 사용해 포식자인 청개구리를 물리친다는 실험 결과를 보고했다.
스기우라 교수는 “황슭감탕벌의 생태를 연구하던 공동연구자가 수컷에게 따끔하게 쏘이는 일이 벌어졌다”며 “혹시 수컷의 교미기가 천적 방어용으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었다”고 연구 배경을 밝혔다.
연구자들이 청개구리와 수컷 말벌을 한 마리씩 집어넣고 관찰했다. 17번의 실험에서 청개구리는 모두 말벌을 잡아먹으려 덤볐지만 전체의 35.3%인 6번의 실험에서 수컷 말벌을 삼키지 못하고 뱉어냈다.
청개구리에 물린 말벌은 위턱으로 물고 한 쌍의 날카로운 가시가 달린 교미기(가짜 침)를 휘두르고 쏘는 행동을 되풀이했다. 견디지 못한 청개구리는 말벌 삼키기를 포기했다. 연구자들은 “청개구리 입에서 탈출한 말벌 수컷이 심각한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수컷의 가짜 침을 제거하고 같은 실험을 했다. 수컷 말벌은 이번에도 위턱으로 물며 저항했지만 모두 잡아먹혔다. 연구자들은 “이런 결과에 비춰 황슭감탕벌 수컷은 교미기를 이용해 청개구리의 포식으로부터 도망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수컷 말벌은 가짜 침을 마치 암컷이 침을 쏘는 것처럼 휘둘렀지만 독액을 방출하지는 못했다. 짝짓기 때 쓰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진짜 침에 견줘 천적 방어 효과는 어떨까.
연구자들은 청개구리에 암컷 말벌을 넣는 실험을 했다. 수컷 말벌 실험 때는 100%가 공격했지만 암컷은 53%가 모른척했다. 또 공격하더라도 뱉어낸 비율은 수컷 때(35.3%)보다 훨씬 높은 87.5%였다. 진짜 침의 위력은 가짜보다 훨씬 큰 셈이다.
황슭감탕벌은 암수 모두 거지덩굴 꽃에 모여 꽃꿀을 빤다. 청개구리는 나무와 풀에서 먹이를 기다리는 말벌의 천적이다.
그러나 연못에 사는 참개구리는 말벌 독에 훨씬 잘 견디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험에서 암컷이건 수컷이건 모든 말벌이 참개구리의 공격을 받았고 먹혔다.
스기우라 교수는 “수컷 생식기는 동료 수컷과 또는 암컷과 관련해 주로 연구될 뿐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에서는 거의 주목받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로 수컷 생식기가 포식자 방어용으로 쓰이는 생태적 역할을 새롭게 제기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말벌과 개미벌의 많은 종의 수컷에도 가짜 침이 달려 있고 진짜 침처럼 휘두른다”며 “이들도 천적 방어용으로 쓰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황슭감탕벌은 동아시아에 서식하는 포식성 말벌로 나방 애벌레를 사냥해 애벌레에게 먹인다. 작은 둥지를 지어 애벌레를 한 마리씩 기른다.
인용 논문: Cutrrent Biololgy, DOI: 10.1016/j.cub.2022.11.03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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