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어박고 싶다"…또 '막말' 담화 낸 김여정, '말하듯이' 쓴 비정형 담화 눈길

김서연 기자 2022. 12. 2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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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자 분량 장문으로 비난·조롱하면서도 '기술력' 상세 과시도
"쥐어박고 싶다"는 등 정형화된 담화 형식 파괴…권위는 역설적 부각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김서연 기자 =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약 한 달여 만에 다시 막말 담화를 냈다. 특유의 어투로 비난과 조롱, 강도 높은 위협을 가하면서도 자신들의 군사 기술에 대한 나름의 '상세한 설명'도 덧붙이는 등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담화로 '권위 있는' 당국자로서의 입지를 과시하면서다.

김 부부장은 20일 "(남한 정부가) 하도 사리에 맞지 않는 입방아질을 해대며 우리를 폄훼하는데 여념없기에 한 둬마디 글로 까밝히자고 한다"라며 4000자 분량의 비교적 장문의 담화를 발표했다.

이 담화는 지난 18일 북한이 '정찰위성 시험'을 진행했다며 19일 공개한 시험 결과물에 대해 우리 측에서 '조악한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오자 다시 이를 반박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그런데 김 부부장은 "재잘거리는 놈들 한대 줴박아주고 싶은 마음 굴뚝같은데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담화 시작부터 조롱 가득한 특유의 화법을 구사했다.

김 부부장은 이번 시험을 통해 서울과 인천 일대를 촬영한 정찰위성용 촬영기의 성능이 높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이치적으로,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라"면서 "누가 830s에 지나지 않는 1회성 시험에 값비싼 고분해능 촬영기를 설치하고 시험을 하겠는가"라고 반박했다.

이는 북한이 이번 시험에 지상 20m 크기의 물체까지 정밀 식별할 수 있는 '20m 분해능' 촬영기를 사용했다고 밝힌 것에 전문가들이 정찰위성으로 기능하려면 최소 1m 분해능 촬영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한 언급이다.

김 부부장의 주장은 이번 시험이 '고성능 사진 촬영'에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 지상과 위성과의 '통신'을 시험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우리는 두 발의 운반체를 쏘았으며 첫번째는 송신기로 신호만 송출하여 지상관제소가 추적, 수신하는가를 시험했고 두번째로 발사한 발사체로 이미 공개한 해당 시험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있다"라며 정찰위성 시험의 구체적 방식과 내용도 추가 공개했다.

이는 우리 군이 자신들의 군사 행보를 제대로 '추적'하지 못하고 있음을 부각하며 이를 조롱하기 위한 '포석'을 놓는 발언이었다.

김 부부장은 우리 군이 '철저한 대비태세 수립', '정밀 추적감시'라고 말하면서 늘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발표했다면서 "기억하겠는지 모르겠다만 룡림 언제(댐)를 무평리라 불어대지 않나, 저수지 밑에서 발사된 것을 그 주변 일대에서의 자행 발사대라고 불어대지 않나, 안주시와 온천군을 헷갈렸다. 이런 것들을 국민들은 신뢰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이는 지난해 9월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발사 지점과 지난 9월25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방식, 지난 8월 순항미사일 발사 장소와 관련해 북한과 우리 군의 발표에 차이가 있었던 것을 언급한 것이다.

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개발을 위한 발사체 발사를 인공위성 관련 시험으로 위장하는 '기만전술'을 펼치고 있다는 우리 군 당국의 분석에는 "우리의 ICBM을 금방 보고도 그런 말을 하느냐"라고 반박했다.

ICBM의 핵심 성능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아직 북한이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우리 측 전문가들의 분석에 대해서도 "살다살다 별걱정을 다 해주는 꼴을 본다. 걱정을 해도 우리가 해야 할 걱정, 검증을 해도 우리가 해야 할 검증"이라며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했다.

김 부부장의 이날 담화는 윤석열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바보 천치'라고 맹비난하고 '서울 과녁'까지 언급했던 지난달 24일의 담화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그는 과거의 담화에서도 그랬듯 이번에도 거침없고 노골적인 특유의 표현을 구사했다. 담화나 성명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비교적 일관된 수사로 설명하는 북한 당국자들 특유의 정형화된 형식을 완전히 파괴한 것이 특징이다.

이같은 방식은 북한 당국의 입장을 더욱 부각하는 효과와 동시에, 북한의 '대외 총괄'이라는 김 부부장의 입지를 더 강조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가 최고지도자의 권한을 완전히 위임받아 자신만의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위치에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이날 김 부부장이 ICBM의 '정상각도(정각) 발사' 가능성을 예고한 것은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김 부부장은 군사 전문가들이 북한이 매번 ICBM을 고각 발사하는 것으로는 '완전한 성능'을 검증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내놓는 것에 대해 "우리 전략무기 능력을 폄훼하는 것"이라며 "해서 하는 말인데 곧 해보면 될 일이고, 곧 보면 알게 될 일"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의 사변들을 곰곰이 돌이켜보라. 우리가 하겠다고 한 것을 못한 것이 있었는가를"이라고 말하며 사실상 미국을 향한 '실제 공격'으로 해석될 소지가 큰 ICBM의 정각 발사 가능성을 재차 시사했다.

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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