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칼럼] 光化에서 開化로

2022. 12. 20. 11:2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오랑캐 왜가 1592년 조선에 쳐들어온다.

조선의 중축선은 이렇게 무너졌다.

비록 조선 천지가 쑥대밭이 됐으나 왜 오랑캐를 쫓아내고 나라를 다시 세웠다.

1636년 오랑캐 청이 조선을 또다시 짓밟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랑캐 왜가 1592년 조선에 쳐들어온다. 선조는 일찌감치 한양을 버리고 도망쳤다. 백성들은 법궁 경복궁을 불살랐다. 조선의 중축선은 이렇게 무너졌다.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의병과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수군이 승리한다. 명나라가 우리를 도왔다. 비록 조선 천지가 쑥대밭이 됐으나 왜 오랑캐를 쫓아내고 나라를 다시 세웠다. 1636년 오랑캐 청이 조선을 또다시 짓밟는다. 1637년 봄도 되기 전 인조는 삼전도에서 항복한다. 임진왜란은 이긴 전쟁이다. 병자호란에 이르러 조선은 패배한다.

백성은 떠돌고 선비들은 등을 돌렸다. 김창흡(三淵 金昌翕, 1653~1722)이 조선의 아름다움을 시로 읊었다. 진경시다. 명은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세상에 남은 문명국가는 조선뿐이다. 조선중화(朝鮮中華)를 부르짖는다. 제자 정선이 빼어난 산하를 그림으로 남겼다. 진경산수화다. 진경시대는 이렇게 시작했다.

인조를 호종하고 남한산성으로 들어간 김상헌은 김창흡의 증조할아버지다. 인조가 청나라에 항복했다. 서울 종로구 궁정동 집을 버리고 경북 안동으로 낙향했다. 세자와 비를 호종하고 강화로 들어간 김상용은 강화성 함락 직전 자폭한다. 김상헌의 형이다. 종로구 청운동 청풍계에 살았다. 겸재가 그린 ‘인왕제색도’는 종로구 옥인동 집에서 매일 보던 인왕산에 안개 걷히는 장면이다. 서촌은 조선중화를 뿌리박은 곳이다.

박지원이 백탑 근처로 이사한 것은 1768년, 이덕무가 백탑 동쪽 대사동으로 이사한 것은 1766년, 유득공이 종로 백탑 근처로 온 것은 1757년. 북학파들은 종로 백탑 인근에 모여 살았다. 북학파의 고문이었던 홍대용(湛軒 洪大容, 1731~1783)은 석실서원에서 공부했다. 김창흡이 가르친 서원이다. ‘백탑파’라 불기도 했던 북학파들은 조선중화를 계승한다. 청나라가 번역한 서양 서적 신서(新書)를 들여와서 공부한다. 조선의 사상적 무게 중심을 종로 탑골로 옮겨놓았다.

박제가는 김정희에게 북학을 물려준다. 박규수는 할아버지 박지원의 북학을 계승한다. 1866년 평안도관찰사 박규수는 대동강까지 들어 온 제너럴셔먼호를 물리친다. 1869년 한성판윤 박규수의 종로 재동 사랑으로 찾아온 김옥균·홍영식·어윤중·박영효·박영교·민영익 등 북촌 양반 자제를 가르친다. 이들은 김정희의 제자 오경석이 건넨 신서로 무장한다. 개화에 나선다. 자주적 근대를 모색한 북촌에서!

아뿔사, 식민지 근대로 접어든다. 일제는 경성부청, 동양척식주식회사 등 식민통치기구를 대거 북촌으로 옮긴다. 남촌에 살던 일인들이 북촌으로 이주하기 시작한다. 정세권은 1940년 초반까지 맹현 일대에 조선집을 짓는다. 북촌한옥마을이다. 1929년 정세권은 종로 익선동 완화궁 일대를 매입하고 조선집을 짓는다. 익선동 한옥마을이다. 일인들은 북촌을 넘보지 못한다.

1946년 8월 15일 경성은 다시 서울이 된다. 조선총독부는 여전히 경복궁을 가로막았다. 대통령은 경복궁 후원 일제 총독부 관저로 들어갔다. 이를 악물고 밤낮없이 일한다. 최단공기·최소경비로 경부고속도로를 닦는다. 민주화를 달성한다. IMF 경제위기를 견뎌낸다. 코로나를 이겨낸다. 온 세상 사람이 한국 노래에 맞춰 춤추고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웃고 운다.

단순 근대를 달성했다. 식민지 근대를 종결지었다. 전통을 매듭 짓고 우리 방식대로 근대를 이룩할 호기를 맞았다. 바야흐로 고도 근대를 개척하려 한다. 2023년 계묘년 광화에서 개화로 ‘모던 종로’를 대망한다.

최석호 한국레저경영연구소장

wp@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