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간 참호 지킨 두 전우…현충원에 함께 영면

2022. 12. 2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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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20일 6·25 호국영웅 8명 합동안장식
유해 5구는 대전, 3구는 서울현충원서 영면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6·25전쟁에서 싸우다 산화한 호국영웅 8명이 70여년 만에 현충원에서 영면했다.

육군은 20일 국립대전현충원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6·25전쟁 전사자 발굴 유해 합동안장식을 엄수했다.

이날 호국영웅 8명 중 고(故) 김용일 이등중사(현 계급 병장), 고(故) 송병선·편귀만 하사(현 계급 상병), 고(故) 장기수·정준언 일병 등 다섯 용사는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고(故) 양범석·윤의생·강농원 일병 등 3구의 유해는 유가족 요청에 따라 서울현충원에 모셔졌다.

고인들의 신원은 발굴 이후 유전자 시료 채취에 참여한 유가족의 정보를 통해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서 확인했다.

이날 함께 영면에 든 김 이등중사와 편 하사는 9사단 30연대 소속으로, ‘백마고지 전투’에 참전했다 전사했다. 고인들의 유해는 지난 7월,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인 백마고지 일대 참호 속에서 함께 발굴됐다. 김 이등중사는 21살이던 1952년에 입대해, 6·25 전쟁 중 가장 치열한 전투로 꼽히는 백마고지 전투에서 숨을 거뒀다. 오랜 시간 홀로 자녀를 키우며 남편을 기다려온 배우자 유인득 씨는 1998년 생을 마감하고 홀로 고향에 묻혀 있다, 이번 합동안장식을 통해 부부합장으로 남편과 다시 만났다.

편 하사는 1952년 6월, 아내의 뱃속에서 막내딸이 자라고 있던 시기 입대해 백마고지 전투에 투입됐다. 편 하사는 끝내 딸의 출생을 보지 못한 채 전사했다. 편 하사의 막내딸 편정숙 씨는 “아버지를 한 번 만이라도 만났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이 기적을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송병선 하사는 6·25 전쟁이 발발하자 돌을 갓 넘긴 딸과 가족을 뒤로하고 입대해 7사단 3연대 소속으로 참전했다. ‘평창지구(하진부리 부근) 전투’에서 전사한 송 하사는 2020년 강원도 평창의 무명고지에서 발굴됐다. 1954년 고인에게 추서됐으나 전달되지 못했던 화랑무공훈장은 68년 만에 유가족에게 전수됐다.

1950년 피난 중에 입대해 장기수 일병은 6·25전쟁 중 가장 앞장서서 38선을 돌파한 ‘38선·원산 외곽선 진격 작전’에 투입돼 27세의 나이로 전사했다. 고인의 유해는 2020년 강원도 양양의 무명고지에서 발굴됐다. 남편이 언젠가 돌아오리라 믿고 평생을 기다렸던 아내 임복순 씨는 4년 전 작고해, 이번 행사에서 부부합장으로 남편과 재회했다.

정준언 일병은 6·25전쟁 당시 9사단 소속으로 참전해 ‘춘천지구 전투’에서 전사했다. 고인의 유해는 2012년 강원도 춘천의 무명고지에서 발굴됐다. 고인의 유해는 발굴 당시 유전자 분석 기술의 한계로, 10년이 지난 올해 4월에야 유가족과의 형제 관계가 확인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양범석 일병은 세 자녀를 남겨두고 1951년 1월, 29세의 나이에 입대해 그해 8월에 ‘노전평 전투’에서 전사했다. 고인의 유해는 올해 5월, 강원도 인제의 무명고지에서 발굴됐다. 양 일병의 딸 양금란 씨는 “오랜 기다림 끝에 아버지를 만날 수 있어 감격스럽다”며 “다시는 이 땅에 전쟁과 같은 비극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의생 일병은 6·25전쟁 당시 육군 직할 소속으로 참전해 ‘춘천-화천 진격전투’ 중 전사했다. 고인의 유해는 2010년 강원도 화천의 무명고지에서 발굴됐다. 19세의 어린 나이로 전사했던 윤 일병은 70여년 만에 그리운 가족에게 돌아오게 됐다.

강농원 일병은 6·25전쟁 당시 3사단 23연대 소속으로 참전하여 ‘한석산-가리봉 전투’에서 전사했다. 고인의 유해는 2020년 강원도 인제의 무명고지에서 발굴됐다. 아들 강한표 씨는 “70여년간 기다렸던 아버지를 찾았다는 소식에 반가운 한편 평생 아버지를 그리워하다 10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은 이날 조사에서 “오늘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은 여기 계신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 위에 세워졌다”며 “육군은 영웅들의 숭고한 사명을 이어받아 어떠한 적의 도발과 침략도 강한 힘으로 맞서 이 땅의 평화를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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