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0억원 더 달라” VS “안된다”... HDC의 방화6구역 공사비 증액 요구 ‘논란’
시공사측 “설계변경에 따른 합리적 요구”
서울 강서구 방화동 방화6구역 주택재건축 사업 조합과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이 500억원에 가까운 공사비 증액안을 두고 옥신각신 하고 있다. 계약 당시 “공사비 증액은 없다”고 약속한 대목이 논란의 핵심 이유다.
20일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HDC현산은 지난 9일 조합 측에 ‘도급계약 변경 및 공사비 검증을 위한 세부내역’ 공문을 보내고 설계 변경 및 물가 변동을 이유로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다.
HDC현산이 요구한 도급공사비는 총 1900억9221만원이다. 2020년 6월 19일, 최초 도급 계약을 맺었을 당시 공사비(총 1410억3423만원) 보다 490억5798만원 늘어난 액수다. 3.3㎡당 471만원에서 629만원으로 34.8% 증액됐다.
설계 변경안도 함께 제시했다. 연면적은 처음보다 927.95㎡(280.7평) 늘어난 9만9889.44㎡가 됐고, 신축 가구 수는 2가구 늘어 557가구가 됐다.
조합 측은 공사비 증액 요구가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조합의 한 관계자는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고금리와 물가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조합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조합은 시공사의 공사비 조정 요청은 최초 도급계약서에 ‘물가인상분에 따른 추가분담금은 없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는 것을 근거로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이 맺은 계약서 제19조에 따르면 ‘착공기준일(2021년 6월 30일)까지, 또한 실착공(철거공사 착수일) 이후 입주 시까지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은 없다’고 나와 있다. 다만 ‘착공기준일 익일부터 실착공시까지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이 필요한 경우, 기획재정부 발표 소비자물가지수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발표 건설공사비지수 중 낮은 지수를 적용한다’고 돼 있다.
따라서 조합은 양측이 추가분담금을 논의해야 한다면, 해당 기간 낮은 지수인 ‘소비자물가지수 변동률(약 6.6%)’을 적용해서 책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계산할 경우 3.3㎡당 공사비는 502만원이다.
법률 검토를 맡은 법무법인 집현은 “시공사는 인플레이션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각종 수급에 불균형이 생겼다는 사유를 내세웠다”면서 “공사비 조정 요청은 결국 물가상승을 이유로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공사측은 물가 상승 뿐만 아니라 설계 변경도 주된 이유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에 따른 계약 금액 변동은 ‘합리적 요구’라며 반박했다. 다만 최종 금액은 추후 논의를 통해 원만하게 합의를 이루겠다는 입장이다.
HCD현산 관계자는 “‘확정 공사비로 다 줄 것처럼 하다가 이제 와서 딴 소리한다’는 일부 조합원들이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당사자들간 협의를 통해 풀어야 할 문제라고 본다”고 밝혔다. 또 “계약 조항을 보면 낮은 물가 지수로 ‘해야만 한다’고 나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HDC현산 뿐만 아니라 다른 시공사들도 최근 미분양이나 원가 상승 문제를 겪으면서 ‘공사비 리스크’에 골치가 아픈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계약서 해석상의 문제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해외건설 공사라면 입찰에 참여하면서 인건비·자재비 등을 별지로 붙이기 때문에 물가상승 변동폭을 반영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면서 “하지만 국내 일반 표준 공사도급계약 기준으로 ‘물가가 상승했으니 공사비도 증액했다’는 형태의 추상적 내용을 진행하기는 사실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계약서상 물가인상분 반영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조항으로 담고 있다면 다퉈볼 소지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물가인상분 반영은 ‘절대 없다’고 한 것이 아니라 단서조항을 달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계약서 조항은 구체적이면 구체적일수록 다퉈볼 여지는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설계 변경으로 인한 추가 공사비는 한국부동산원의 검증을 통해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조합 내부에서 최종 의견과 관련 자료를 조만간 부동산원에 제출하겠다는 방침이다. 부동산원은 정식 접수가 되면 75일 이내 통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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