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벌꿀’? 알고보니 액상과당 범벅···제조·판매 업체 적발

A농산 대표 이모씨가 판매한 가짜벌꿀 제품.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청량음료에 사용되는 액상과당을 벌꿀에 섞어 판매하면서 ‘100% 벌꿀’이라고 속인 식품회사가 적발됐다. 회사 대표는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벌꿀에 첨가하면 안 되는 액상과당(이성화당)을 섞어 넣어 벌꿀제품을 제조·판매한 충남 공주 소재 A농산(식품소분업체) 대표 이모씨가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검찰에 송치됐다고 20일 밝혔다. 식약처는 해당 업체에 대해선 관할 관청에 행정처분을 요청했다.

식약처는 제품의 양을 늘릴 목적으로 벌꿀에 액상과당 등 첨가물을 섞어 제조·가공하는 걸 금지하고 있다. 식약처의 벌꿀류 기준·규격을 보면, 화분·로열젤리·당류·감미료 등 다른 식품(첨가물)을 넣으면 안 되고, 벌꿀과 사양벌꿀은 이성화당 ‘음성’이어야 한다. 이성화당은 녹말을 분해해 만들어 포도당의 2배, 설탕의 1.4배 정도 단맛을 내는 감미료다. 주로 청량음료 등에 사용된다.

이번 수사는 ‘A농산에서 제조한 벌꿀 제품이 가짜꿀로 의심된다’는 내용의 공익제보로 시작됐다. 수사 결과 이씨는 2019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양봉농가 등으로부터 산 벌꿀에 원가가 낮은 액상과당을 섞어 넣어 원료 벌꿀 구매량보다 4배 이상 늘어난 제품을 소분·포장해 제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가 구매한 실제 벌꿀은 56t 가량이었는데, 26개 유통업체 등에 판매한 제품은 227t으로 14억5000만원 상당이었다. 벌꿀의 구매 원가는 1㎏당 6000~9000원대인 반면 액상과당은 1㎏당 500~600원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불법 제조한 제품을 ‘벌꿀 100%’로 표시해 판매했다. 또 제조한 제품의 제조·판매 내역을 확인할 수 없도록 거래기록을 작성하지 않았고, 원료 구매와 제품 판매 시 대부분 현찰로만 거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농산은 이씨 이전에 다른 사람이 운영하던 시기에도 설탕 등을 넣은 가짜 벌꿀을 제조해 적발된 적이 있다.

식품 안전 관련 위법 행위를 목격한 경우나 불량식품으로 의심되는 제품을 인지했을 땐 불량식품 신고전화 1399로 연락하거나, ‘내손안(安) 식품안전정보’ 앱을 통해 신고하면 된다. 식약처는 “앞으로도 국민을 기만하거나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불법 행위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관련 부처와도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