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에서 발견한 지속가능한 삶의 방법…책 '미래가 있던 자리'

황희경 2022. 12. 2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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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을 위해 등장한 이들 활동은 근현대에 등장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근대 이전 중세인들이 실천했던 활동이기도 하다.

책에는 이 밖에도 생활용품, 의류, 장신구 등을 담보물로 받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대출했던 소액대출은행 등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중세인들의 노력을 보여주며 사고를 확장해 지구의 미래를 위한 대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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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공유경제, 마이크로크레디트(소액 신용대출), 크라우드 펀딩….

지속가능성을 위해 등장한 이들 활동은 근현대에 등장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근대 이전 중세인들이 실천했던 활동이기도 하다.

독일 만하임대 중세사 교수인 아네테 케넬은 신간 '미래가 있던 자리'(지식의날개)에서 암흑기, 전쟁, 가난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중세의 시대상이 아닌, 중세인들이 살았던 '미래의 삶'을 보여준다.

스위스와 독일, 오스트리아에 인접한 보덴호(湖)의 어부조합은 '나누면 부유해진다'는 공유경제의 원리를 실천한 사례다. 호수 주변의 어부들과 각 지역 당국은 함께 어획량과 어획방법을 결정했다. 1350년부터 어부조합이 공포한 어업규정에는 특정 어종을 보호하기 위한 그물 재료, 사용 가능한 어살과 낚싯바늘, 금어기, 어획량 제한 등이 규정돼 있었다. 흔히 말하는 '공유지의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고 어부들은 자급자족을 넘어 경제적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지식의날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저자에 따르면 '더 사용할 수 없는 나머지'를 의미하는 '쓰레기' 단어는 20세기 초반까지 사전에 등장하지 않았다. 매머드의 뼈와 상아를 그냥 버려두거나 체온을 지켜줄 가죽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은 우리 선조들에는 없었던 일이었다. 지금과 같은 과소비 사회는 역사적으로 아주 단기적이고 예외적인 현상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중세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는 '알트게벤더'나 '알트벤더레'란 명칭의 중고의류 상인들이 있었다. 14세기 프랑크푸르트에서는 평균 매년 10∼16명의 구두수선공이 재산세를 냈다. 신발 외에도 자루, 칼, 주전자, 냄비를 전문으로 수리하는 직업군이 있었다. 재활용은 가난한 이들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었다. 독일 아헨 대성당에 있는 카를 대제의 의자 팔걸이에는 말판 놀이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를 두고 의자의 재료가 이전에 놀이판이었다가 아마도 로마 목욕탕의 바닥판으로 사용됐을 것이란 연구 결과들이 있다.

책에는 이 밖에도 생활용품, 의류, 장신구 등을 담보물로 받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대출했던 소액대출은행 등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중세인들의 노력을 보여주며 사고를 확장해 지구의 미래를 위한 대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이 책은 대안없음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조언으로 끝을 맺는다. 인간은 역사를 통해 개인의 이익을 취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기 때문이다. 역사는 우리가 아주 다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우리는 다만 그렇게 하길 원하기만 하면 된다."(20쪽)

홍미경 옮김. 416쪽.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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