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간 함께 참호 지킨 두 전우 대전현충원에 영면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6·25전쟁에서 장렬히 산화한 8인의 호국영웅이 영면에 들었다.
육군은 20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6·25전쟁 전사자 발굴 유해 합동안장식을 엄수했다.
대전현충원에는 고(故) 김용일 이등중사(현계급 병장), 고 송병선·편귀만 하사(현계급상병), 고 장기수·정준언 일병 등 다섯 용사가 안장됐다.
고 양범석·윤의생·강농원 일병의 유해는 유족 요청에 따라 서울현충원에 모셨다.
이들 8명은 유해 발굴 후 유족의 유전자 정보와 대조를 거쳐 신원이 확인됐다.
고 김용일 이등중사와 편귀만 하사는 9사단 30연대 소속으로 6·25 격전지 '백마고지 전투'에서 전사했다. 두 전우의 유해는 올해 7월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내 백마고지 일대 참호 속에서 함께 수습됐다.
1932년 충북 괴산 출생인 김 이등중사는 1952년 21세에 가족을 뒤로하고 입대했다. 오랜 세월 홀로 자녀를 키우며 김 이등중사를 기다린 배우자 유인득 씨는 1998년 별세해 고향에 묻혔다가 이번 합동안장식에서 남편과 재회했다.
1925년 전라남도 나주에서 태어난 편 하사는 아내의 태중에 막내딸을 두고 1952년 6월 입대해 백마고지 전투에 투입됐으며, 끝내 딸의 출생을 보지 못했다.
막내딸 정숙 씨는 "아버지를 한 번만이라도 만났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이 기적을 만든 것 같다"고 감격했다.
고 송병선 하사는 7사단 3연대 소속으로 참전해 '평창지구(하진부리 부근) 전투'에서 전사했다. 유해는 2020년 강원도 평창의 이름없는 한 고지에서 발굴됐다.
송 하사는 1924년 인천시 옹진군에서 태어났고, 전쟁이 발발하자 돌을 갓 넘긴 딸과 가족을 뒤로한 채 입대해 하진부리 부근 전투에서 전사했다. 1954년 고인에게 추서된 화랑무공훈장은 68년 만에 유가족에게 전수됐다.
고 장기수 일병은 6·25전쟁 중 가장 앞장서 38선을 돌파한 '38선-원산 외곽선 진격작전'에서 전사했다. 유해는 2020년 강원도 양양에서 발굴됐다.
고 장기수 일병은 1924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으며 슬하에 1남 2녀를 뒀다. 1950년 피란 중에 입대, 3사단에 배치되어 그해 11월 전사했다. 4년 전 91세의 나이로 작고한 아내 임복순 씨는 이번 행사에서 부부합장으로 남편과 다시 만났다.
고 정준언 일병은 9사단 소속으로 참전해 '춘천지구 전투'에서 전사했다. 고인의 유해는 2012년 강원도 춘천의 무명고지에서 발굴됐다.
1930년 경남 거제 출생으로 1950년 낙동강 방어전이 한창일 때 입대했다.
유해 발굴 10년이 지난 올해 4월 최신 유전자 분석 기법으로 유가족과의 형제 관계가 확인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고 양범석 일병은 8사단 16연대 소속으로 참전하여 '노전평 전투'에서 전사했다. 고인의 유해는 올해 5월 강원도 인제에서 발굴됐다.
양 일병은 1923년 경기 김포에서 태어났으며 1951년 1월 세 자녀를 남겨두고 29세에 입대해 그해 8월에 전사했다.
딸 금란 씨는 "오랜 기다림 끝에 아버지를 만날 수 있어 감격스럽다. 다시는 이 땅에 전쟁과 같은 비극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 윤의생 일병은 육군 직할 소속으로 참전해 '춘천-화천 진격전투' 간에 전사했다. 고인의 유해는 2010년 강원도 화천에서 발굴됐다.
1932년 경북 문경에서 태어나 6·25전쟁이 터진 직후 자진 입대했다. 함께 입대한 친구들은 모두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윤 일병만 19세의 어린 나이로 전사해 귀향하기까지 70여 년이 걸렸다.
고 강농원 일병은 3사단 23연대 소속으로 참전해 '한석산-가리봉 전투'에서 전사했다. 고인의 유해는 2020년 강원도 인제에 있는 무명고지에서 발굴됐다.
1929년 인천 영흥도에서 태어난 강 일병은 아내와 아들을 남겨두고 1951년 3월에 입대하였고 그해 23세의 나이로 전사했다.
아들 한표 씨는 "70여 년간 기다렸던 아버지를 찾았다는 소식에 반가운 한편 평생 아버지를 그리워하다 10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해 5구가 안장된 대전현충원 합동안장식은 박정환 육군참모총장 주관으로 열렸으며 유족, 국방부·보훈단체 관계자, 장병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서울현충원에서도 김규하 수도방위사령관 주관으로 합동안장식이 열려 호국영웅 3인의 마지막 길을 지켰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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