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카 펑펑, 대표이사엔 “오빠”… 룸살롱 마담에 발칵 뒤집힌 대우산업개발
룸살롱 출신 A씨에게 대표 법인카드 제공, 외식·쇼핑에
3억원 슈퍼카 제공 의혹도… A씨 “생일엔 페라리”
‘가짜 이력’ 뻔히 알면서 마케팅 회의 참석 시키기도
대표 “법카는 업무 위해 제공, 슈퍼카는 회삿돈이지만 내가 쓰려고”
중견건설업체 대우산업개발이 룸살롱 마담 출신 여성 인플루언서 한 사람으로 발칵 뒤집혔다. 이 회사는 올해 1월 시민단체 고발로 회장과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외부감사법 위반과 배임·횡령, 탈세 등 혐의에 대한 경찰 수사를 받는 중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대표이사가 버젓이 해당 여성에게 법인카드를 넘겨주고, 해당 여성의 가짜 이력을 알면서도 ‘마케팅 전문가’라며 회사 회의에까지 참석시켰기 때문이다. A씨에게 3억원대 슈퍼카 렌트비까지 회삿돈으로 대줬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이 같은 대표이사의 일탈은 여성이 대우산업개발 돈으로 누리는 호화 생활을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가짜 이력 내밀고 회의까지 참석한 그는… 룸싸롱 마담 출신
“대한민국 마케팅 1인자 이력서입니다”
올해 8월14일 새벽. 대우산업개발 한모 대표이사는 이런 제목의 이메일 한통을 받았다.
이메일엔 ‘이력서’ 한통이 첨부됐다. 이력서에 나온 여성은 도곡초-도곡중-청담고-중앙대 광고홍보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광고홍보학을 공부했다. 토익 점수는 925점. 경력도 화려하다. 10년간 SM C&C-메조미디어-멕켄 에릭슨-다츠 커뮤니케이션 등 유명 광고·마케팅 회사를 거쳤다.
이메일을 보낸 건 인터넷 세상에선 인플루언서로 유명한 A씨(30대 후반)다. 유튜브 등에서 그는 ‘강남 룸살롱 마담’ 출신임을 앞세워 ‘화류계에서 일하게 된 썰’, ‘화류계 에이스 언니들의 인기 비결’ 등 제목의 콘텐츠를 올려 구독자를 모은다.
A씨는 이력서를 첨부한 메일 본문에 이렇게 적었다.
“창작엔 고통이 따르네. 이거 쓰는 데 2시간 걸렸어요” “8학군에, 마케팅에 능통한 사람으로 만들었어요. 이대(이화여대)나온 여자 하려고 했는데, 이대에는 마케팅 관련 전공과가 없네”.
이력서란 게 ‘싹 다 지어낸 거짓말’이란 뜻이다. 그걸 알고도, 한 대표는 며칠 뒤 A씨를 회사에 불러 가짜 이력서 내용대로 임직원에게 소개하고 마케팅 회의에 참석시켰다.
이력서를 받은지 1주일 뒤, 한 대표는 사내 마케팅 담당 임직원을 집무실로 불렀다.
“외부 손님을 접견할 테니 배석하라”는 요청이었다.
임직원들 앞에 나타난 사람은 A씨였다. 한 대표는 임직원들에게 A씨를 바로 그 ‘조현서 전무’라고 소개했다. 현재 모(某) 기업 전무이자, 유명 인플루언서인 홍보 분야 전문가라는 설명과 함께였다.
소개가 끝나자, 한 대표는 A씨 앞에서 그 멤버 그대로 회의를 열었다. 주제는 대우산업개발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브랜드 브리오슈도레, GSE 버거의 홍보·마케팅 방안.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한 직원은 “유명 인플루언서라고 해서 대단한 홍보·마케팅 방안을 제시할 줄 알았는데, 한 대표님이 보드판에서 발표하는 내내 다리 꼬고 앉아만 있더라. 미팅 후 ‘조현서’라는 이름을 아무리 인터넷에 검색해도 뜨는 게 없어서 의아했다. 마케팅 직원들은 한 대표가 뜬금없이 A씨를 데리고 온 걸 보고, A씨를 회사에 채용시킬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고 전했다.
회의가 끝난 뒤, 직원들 사이에선 ‘A씨가 마케팅부 전무로 온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다. 그러다가 온라인에 떠 있는 A씨의 정체가 알려지며 직원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한 대표는 A씨를 회사에 인사시키기 전, A씨 아버지의 채용부터 추진했다. 8월10일, 한 대표는 A씨의 부친 이력서를 관리부서에 넘기면서 9월초에 입사시킬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본사에서 채용 면접까지 이뤄졌다. 그러다가 A씨의 정체가 밝혀지며 이 채용도 무산됐다.
◇A씨, 한 대표 법인카드 자랑하며 “남친카드” “아껴쓸게요 오빠”
A씨는 인스타그램에서 한 대표를 ‘남자친구’라고 불렀다.
8월4일 새벽, A씨는 한 대표에게 이메일로 브리오슈도레 방문 후기, 개선점 등을 보고하며 “오빠가 법카(법인카드) 주시면 여기저기 방문해 보면서 더 많은 정보 주워다 나르겠습니다. 오빠 사랑해”라고 했다.
그리고 바로 그날 A씨 집으로 신용카드 한 장이 배송됐다.
그러자 A씨는 그 신용카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반짝반짝 카드 중에 최고는 남친 카드. 아껴 쓸게요 오빠”라고 적었다.
이 카드는 한 대표 앞으로 발급된 대우산업개발 법인카드였다.
A씨가 이 카드로 긁은 금액은 8월5일~8월31일까지 약 382만원. 대부분 쇼핑, 식사, 주유비로 사용됐다. A씨가 쓴 법인카드는 한 대표가 갖고 있는 법인카드 9개 중 하나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8월 한 달 동안 한남동, 청담동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겼고, 당일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렸다. 음식값은 한 대표의 또 다른 법인카드들로 결제됐다. A씨는 한 대표 법인카드로 결제된 식사 인증샷에 늘 ‘잘생긴 오빠’라는 문구를 넣었다.
◇회삿돈으로 수억원대 슈퍼카 여러대, 그 중 한대는 A씨와…
한 대표가 회삿돈으로 A씨에게 3억원짜리 슈퍼카를 타고 다니도록 해준 것처럼 보이는 정황도 있다.
한 대표는 8월17일 직원에게 메신저로 관계사 DW바이오에서 1억6169만원을 빼내 자동차 리스업체에 자기 명의로 송금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8월18일), A씨는 인스타그램에 시가 2억9999만원짜리 흰색 페라리 포르토피노M 앞에서 자동차 후드에 엉덩이를 올린채 꽃다발을 들고 찍은 ‘인증샷’을 올렸다. 그날은 A씨의 생일이었다. A씨는 인증샷 아래에 ‘생일엔 페라리’ ‘행복’이라 적었다.
A씨는 8월23일자 인스타그램엔, 앞서 생일 인증샷에 등장했던 흰색 페라리와 검정색 페라리812 슈퍼페스트가 나란히 주차된 사진을 올리며 “오빠야 네 차는 다르구나”라고 적었다. 검은색 페라리812 슈퍼페스트는 한 대표의 차 중 하나다.
한 대표는 대우산업개발에서 법인 차량인 ‘메르세데스 마이바흐’를 제공받는다. 하지만 한 대표는 이 차 외에 다른 수억원대 차량도 여럿 굴렸다. 그리고 그 비용은 대우산업개발 관계사에서 나갔다.
조선닷컴이 입수한 한 대표의 리스 차량 내역표를 보면, 한 대표는 관계사인 풍화자산개발 명의로 레인지로버 4.4, 레인지로버5.0, 페라리812 슈퍼페스트를 이용해왔다. 2016년 9월부터 2022년 8월까지 풍화자산개발이 낸 한 대표의 차량 리스료는 약 3억1000만원이다.
한 대표는 자녀 통학용 차량도 빌렸다. 한 대표는 관계사인 스토비와 DW바이오의 법인을 이용해 2019년 8월부터 올 8월까지 카니발 하이리무진을 리스했다. 이 카니발을 운전할 사택기사까지 고용했다. 기사 급여도 스토비와 DW바이오가 줬다. 두 회사가 이 기간 동안 지급한 급여액은 총 약 1억6100만원이다.
DW바이오 측은 한 대표가 회삿돈을 이용해 A씨에게 페라리를 리스해준 것으로 보고 업무상 횡령 혐의로 11월17일 두 사람을 고소했다. 같은 달, A씨는 당초 2027년 8월까지 리스 계약을 맺었던 페라리 포르토피노M를 반납했다.
◇한 대표 “A씨, 파워 인플루언서라길래...소개받은 것뿐”
한 대표 측은 ‘A씨와의 관계’를 묻는 조선닷컴 질문에 “절대 부적절한 관계가 아니다”며 “A씨는 외식 브랜드 홍보를 위한 파워 인플루언서로 소개받은 사람”이라고 했다. 이어 “한 대표가 A씨를 만난 건 회사에서 공식적인 미팅 2회, 이후에 점심식사 대접 1회한 게 전부”라고 했다.
A씨에게 법인카드를 제공한 이유에 대해선 “회사 업무 지원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A씨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페라리에 대해선 “관계사 돈으로 산 것은 맞는데, 한 대표 본인 차를 산 것이며, A씨에게 사준 것이 아니다”고 했다.
A씨의 입장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한 대표 측은 “한 대표와 A씨를 엮는 이야기들은 대우산업개발 회장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했다.
현재 한 대표와 같은 회사 이모 회장은 대우산업개발의 최대주주인 신흥산업개발 유한공사 지분을 두고 다툼을 벌이고 있다. 한 대표 측은 “이 회장 측이 대표이사의 자격을 강제로 뺏으려는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해프닝”이라며 “음해성 가십들에 대해선 경찰 조사를 통해 성실하게 밝힐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현재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시민단체에게 고발 당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두 사람은 급격히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이 회장에 대해 분식회계, 횡령, 배임, 외국환거래법 위반, 문서 위조 혐의 등을 수사하고 있다. 이 회장은 2017년 10월부터 2021년 5월까지 개인 용도로 130억원 넘는 회사 대여금을 지급받은 의혹을 받는다. 또 이 회장의 법인카드가 지난해부터 올해 11월까지 홍콩에서 총 7억여원 결제됐는데, 경찰은 현지에서 체류 중인 이 회장의 아내가 해당 법인카드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인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한 대표는 대우산업개발 및 관계사 대여금으로 한남동 고급 주택, 슈퍼카 등을 매입하고 법인차량을 개인적인 용도로 활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우산업개발은 1997년 인수합병을 통해 대우그룹에 편입됐다가 대우그룹 해체와 함께 2년만에 분리됐다. 그리고 2011년 중국 광둥성에 본거지를 둔 ‘평화그룹’에 인수됐다. 지금의 회장은 평화그룹 총수 일가의 인척이고, 한 대표는 그 회장이 직접 영입한 인물로 정확한 과거 이력이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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