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sing star] 성장의 아이콘, 한국의 No. 9 조규성

오홍석 기자 2022. 12. 2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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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선수가 축구계 신데렐라 되기까지…

하얀 피부에 말끔한 외모의 선수가 교체 투입을 위해 사이드라인에 섰다. 188cm의 큰 키와 근육질 몸매로 우루과이 수비를 거칠게 헤집자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저 잘생긴 9번 누구야?”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쾌거의 주역 조규성에 대해 알아봤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스타로 떠오른 조규성.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가장 화려하게 떠오른 샛별은 누가 뭐래도 한국의 넘버 9, 조규성이다.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월드컵 이전에는 2만 명 남짓이었는데 월드컵이 끝나자 270만 명을 넘어섰다. 사실상 국가대표팀의 플랜B 공격수였지만, 주어진 기회를 살려 월드컵에서 한국 최초로 한 경기에 멀티골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유럽 리그 이적설도 솔솔 피어나고 있다.

하지만 조규성이 지금 위치에 오르기까지의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한국 국가대표팀에는 어린 나이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소속 팀에서 많은 기회를 부여받은 선수들이 많다. 손흥민, 김민재, 이재성 등등. 반면 조규성은 생존을 위해 포지션과 플레이 스타일을 바꿔가며 억척스럽게 성장해온 대기만성형에 가깝다.

후보 선수에서 대한민국 원톱 공격수로

동료 선수들과 16강 진출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는 조규성.
조규성은 학창 시절 중앙수비수와 수비형미드필더를 오갔다. 키도 크지 않고 왜소해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선수였다. 고등학교 3학년이 돼서야 주전을 꿰찼다. 이 전에는 주로 벤치를 달구던 선수였다. 그럼에도 그는 사람들에게 성실한 선수로 기억된다. 그의 은사인 이순우 안산공고 감독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규성의 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어느 날은 '밥 많이 먹어야 얼른 몸집도 크고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했더니, 그때부터 정말 밥을 산처럼 쌓아놓고 무섭게 먹더라고요. 절실하고 욕심이 있었던 겁니다. 규성이는 '이게 필요하다’ '이걸 노력해라’ 하고 지시하면 감독인 내가 말릴 정도로 연습하던 선수였어요."

키를 키우기 위한 조규성의 노력에 하늘이 답했는지,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180cm가 됐고 대학생 때도 3년 동안 7cm가 더 자랐다. 대학에 진학해 스트라이커로 포지션을 변경한 그는 3학년 때 K리그2 FC안양과 계약한다. 2부 리그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쳐 이듬해인 2020년, K리그 최강팀인 전북 현대모터스로 이적한다.

2부 리그에서는 손에 꼽히는 공격수였지만 1부 리그의 장벽은 높았다. 데뷔 시즌, 신인 선수치고는 많은 기회가 주어졌지만 돋보이는 활약을 선보이지 못했다. 더군다나 주전 경쟁 상대는 K리그 최정상급 팀 선수들. 시즌을 마치고 정기적인 출장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 조규성은 경험을 쌓는 동시에 병역 해결을 위해 김천상무 입단을 결심한다.

이른 나이의 군 입대라는 의외의 선택은 조규성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입대 직후 그는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체격을 키웠다. 미드필더 출신이라 탑재할 수 있었던 준수한 발 기술과 많은 활동량은 향상된 피지컬과 시너지를 만들어내며 그를 리그에서 주목받는 공격수로 거듭나게 했다. 그리고 2021년 9월, 드디어 파울루 벤투 국가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는다.

당시 국가대표팀 부동의 주전 공격수는 프랑스 'FC 지롱댕 드 보르도’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던 황의조였다. 황의조는 벤투 감독 체제 아래 15골을 넣어 손흥민(13골)보다도 많은 득점을 기록한 강력한 경쟁자였다. 황의조를 주전 공격수로 사용하고 플랜B로 황의조와는 다른 스타일의 공격수를 찾던 벤투 감독에게 조규성이 눈에 띈 것이다. 황의조가 측면을 오가며 공간에 침투하거나 뛰어난 슈팅 스킬로 득점을 올리는 공격수라면 조규성은 상대 수비수와 경합, 동료와의 연계, 성실한 수비에 강점이 있는 선수였다.

국가대표팀에 소집된 조규성은 대오 각성을 한 듯 변모한 모습을 보여줬다. 2022년 시즌 거의 매 경기 득점포를 터뜨리며 K리그 득점 선두로 올라섰다. 9월 전역을 앞두고 있던 그는 전역 3개월 전 "월드컵을 위해 전역을 반납하고 시즌 마지막까지 김천상무에서 뛸 수도 있다"는 농담을 취재진에 건네기도 했다. 그가 월드컵 출전을 얼마나 간절하게 원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조규성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황의조 선수가 소속팀 그리스 올림피아코스에서의 주전 경쟁에 실패하며 실전 감각이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반면 조규성은 전역 이후 원소속팀 전북에서 꾸준히 출전하며 득점왕 트로피까지 거머쥔 상황. 벤투 감독은 우루과이와의 1차전에 조규성을 교체 투입해 컨디션을 점검한 뒤 가나와의 2차전에서는 선발로 기용하기에 이른다. 이것이 조규성이 월드컵에 데뷔하기까지의 여정이다. 이후 모든 국민이 알다시피 조규성은 가나전에서 헤딩으로만 멀티골을 기록해 국민 영웅으로 거듭났다.

조규성은 가나전 직후 인터뷰에서 "보잘것없는 선수였는데 골을 넣어서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월드컵 국가대표팀 주전 공격수는 한국 최고의 선수 27명 가운데서도 빼어난 활약을 보이는 선수만이 설 수 있는 자리다. 학창 시절 주전도 아니었고, 2부 리그에서 주로 활약한 선수가 월드컵 무대를 밟고 팀을 16강에 진출시키는 득점까지 기록한 건 축구 역사에서도 이례적인 장면이자 드라마틱한 일이었다.

성실함 돋보이는 원톱, 앞으로 더 큰 기대 모아

김천상무 시절 조규성. 군 복무 중 벌크 업과 국가대표팀 발탁은 그의 축구 인생을 바꿔놨다.
조규성의 플레이 스타일도 그의 성장 과정을 똑 닮았다. 꾸준한 성실함이 돋보인다. 현대 축구에서는 측면 공격수가 주요 공격을 담당한다. 조규성의 포지션인 중앙공격수 역할은 직접 골을 넣는 것에 더해 상대 수비수와의 경합 및 우리 수비수와의 연계로 측면 공격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돕는 것이다. 이는 한국 국가대표팀에서도 요구되는 사항이다. 한국의 주요 공격 루트는 손흥민과 황희찬이 있는 좌우 측면, 실제 조규성이 국가대표팀에서 수행한 역할 또한 수비수와 공중볼을 다투고 성실한 전방 압박과 수비 가담으로 좌우 측면 수비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었다.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한 가나전에서 조규성의 활동량은 11km. 황인범의 11.9km에 이어 한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활동량을 보여줬다. 공중볼 경합도 돋보였다. 미국 데이터 웹사이트 풋볼레퍼런스에 따르면, 조규성은 조별리그 공중볼 경합에서 18번 공을 따냈다. 이 부문 2위인 마이클 에스트라다(에콰도르·13회)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더불어 결정적인 순간에 나비처럼 날아올라 가나전에서 머리로만 멀티골을 기록했다.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해 16강 진출에 실패한 우루과이가 한국과 마찬가지로 1승1무1패를 기록했는데, 우리가 골득실 우위로 16강에 진출한 데는 패한 경기지만 그의 가나전 득점이 주요한 역할을 한 셈이다.

월드컵을 마친 조규성은 "세계적인 무대에서 뛰어보니 유럽 무대에 나가 부딪쳐보고 싶다"며 더 큰 무대로의 진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의 이적은 빠르면 이번 겨울이 될 수도 있다. 유럽이 됐건 K리그가 됐건 꾸준히 성장해온 그의 모습은 더욱 큰 기대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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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사진제공 대한축구협회

오홍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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