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알고 있다, 올해의 트렌드를
OTT·웹툰 등 콘텐츠 플랫폼 주목…팬데믹과 엔데믹 동시 반영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애플리케이션(앱)은 어느새 하나의 지표가 됐다.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게 개발된 프로그램인 앱은 이용자의 생활방식, 취미생활, 취향 등을 관통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운로드를 하고, 얼마나 많은 이가 선호하는지에 따라 앱의 인기도와 활성화 정도도 달라진다. 그러면서 앱은 현시대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도구로 기능한다. 올해 떠오른 앱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구글플레이는 국가별로 이용 환경이 다르고, 선호하는 앱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매년 두각을 나타낸 앱을 미국, 캐나다, 한국, 일본, 대만, 인도 등 국가별로 선정한다. 이용자 평점과 다운로드 수, 산업에 미친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구글이 '올해의 앱'으로 선정한 한국 앱들은 뭘까. 그 앱들을 통해 2022년의 이슈와 키워드를 살펴봤다.
지갑 없는 '페이 전쟁' 본격화
일상생활 앱과 인기 앱 분야에서 네이버페이가 선정된 것은 이미 확대된 간편결제 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스마트폰을 이용해 결제하는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은 급격히 커졌다. 간편결제 이용 금액은 하루 평균 7000억원(올 상반기 기준)을 넘어서면서 '지갑 없는 시대'로의 본격적인 전환을 알렸다. 특히 지갑 없는 '페이 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것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기업의 페이 서비스다.
지난해 8월 네이버페이 앱을 출시한 네이버페이는 올해 6월 스마트워치에서도 현장 결제를 이용할 수 있는 네이버페이 워치 앱을 출시했다. 스마트워치를 많이 사용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이용자들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치 앱을 통해 오프라인 결제가 용이해진 이후 이용 건수가 늘어났고, 네이버페이 앱과 워치 앱을 통한 현장 결제 건수는 누적 1900만 건에 달한다. 앱 사용자를 기준으로 네이버 앱을 통한 결제보다 현장 결제를 이용하는 이들이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나 간편결제 서비스의 오프라인 사용이 활성화됐음을 보여줬다.
페이 패권을 둘러싼 전쟁은 올해 말을 기점으로 불이 붙는다. 카드사들은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에 대응해 '오픈페이' 서비스를 시작한다. 은행권의 오픈뱅킹과 같은 맥락으로, 한 카드사의 앱만 설치해도 다른 카드사의 카드를 등록해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신한, KB국민, 하나카드가 서비스를 시작하고 롯데, 우리, NH농협, BC카드가 내년에 동참한다. 아이폰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도 국내시장 진출 초읽기에 들어갔다. 당초 올해 안에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금융 당국의 약관 심사와 법률 검토 등이 진행되고 있어 내년 초 시범 서비스가 시작될 전망이다.
'콘텐츠' 전성시대
올해도 콘텐츠 범람의 시대였다. 지난해 11월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와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브랜드로 무장하고 한국에 상륙했다. 그 팬덤을 바탕으로 올해 초반 기세를 이어갔지만, 넷플릭스의 유일한 대항마가 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웨이브와 티빙 등 토종 OTT에도 밀리며 고전했다. OTT의 가입자를 견인하는 것은 오리지널 콘텐츠. 디즈니플러스가 올해 《너와 나의 경찰 수업》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리드》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쏟아내며 가입자 확대에 나선 이유다. 디즈니플러스는 이제 K콘텐츠 파워에 대한 검증을 마쳤다는 입장이다.
최근 성적도 좋다. 《커넥트》 공개 이후 이용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 하루 사용자는 《커넥트》 공개 당일 약 24만 명으로 집계되면서 오리지널 콘텐츠의 중요성을 입증했다. 최민식·손석구 주연의 《카지노》, 강풀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무빙》 등 수백억원을 투자한 디즈니표 한국 대작들이 쏟아진다. 디즈니플러스가 내년에 공개할 작품 중 한국 콘텐츠는 12편에 달한다.
OTT가 활성화되면서 '방구석 1열'의 관객들은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콘텐츠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기술적인 부분 역시 강조됐다. 웨이브가 '올해를 빛낸 대화면 앱'으로 선정된 것도 그 때문이다. 폴더블 기기의 화면을 접었다 펼칠 때도 끊김이 없다는 점, 창 크기 조절에 따라 화면의 배치와 메뉴가 최적화되는 점 등이 변화하는 모바일 환경에 빠르게 대응한 결과물이라고 판단했다.
최근 JTBC 《재벌집 막내아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커넥트》 등 웹툰·웹소설 원작 영상 작품들이 호평을 받고 있다. 올해 한국 드라마 중 웹툰이나 웹소설 IP를 활용한 콘텐츠가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은 콘텐츠 업계 내에서 웹툰과 웹소설의 입지가 확고해졌음을 보여준다. OTT를 포함해 새로운 한류 흐름을 주도하는 드라마·영화 등의 콘텐츠와 웹툰·웹소설이 동반 성장한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선정된 미스터블루는 2015년 정식 오픈 이후 다양한 장르의 웹툰을 업데이트해 왔다. 올해 초 웹소설 기업인 동아미디어와 영상출판미디어를 인수하며 기존 플랫폼에 웹소설 서비스를 추가했다. 특히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원작 웹소설을 제공하는데, 드라마 방송 이후 일평균 서비스 이용 매출이 10배 이상 증가했다. 원작 웹소설과 드라마가 함께 흥행하면서 콘텐츠의 순환을 입증한 사례다. 웹툰-웹소설-게임이라는 최강의 삼각편대를 구축했고, 이것이 향후 OSMU(원 소스 멀티 유즈) 전략의 핵심 토대로 작용할 것이라는 증권가의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비대면' 일상은 지속돼
코로나19가 유발한 비대면의 일상은 아직 진행 중이다. 교육과 의료 등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비대면 영역이 확대됐다. 클래스 101은 팬데믹 시국을 거치면서 배움에 진심인 MZ세대를 중심으로 '비대면 강의 플랫폼'이 아닌 '교육 플랫폼'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말에는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실시하는 교육 이용권인 평생교육 바우처 사용 기관으로 선정됐다. 교육 영역도 확장 중이다. 최근에는 국가대표 운동선수들에게 직접 배울 수 있는 비대면 클래스를 기획했다. 조준호·조준현 선수의 유도 입문 교실, 박소연 선수의 피겨스케이팅 입문 등이다.
배움뿐 아니라 의료의 장벽도 낮아졌다. 비대면 진료는 보건복지부가 코로나19 확산이 심화되자 한시적으로 허용한 서비스다. 전화 진료와 약 배달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앱 닥터나우가 '선한 영향력 앱'으로 선정됐다. 특히 코로나19 증상과 관련한 약 배송비 전액을 무료로 지원하면서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제 '엔데믹'의 신호탄
팬데믹 속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행지는 제주였다. 해외여행 대신 차선책으로 제주도 여행을 선택한 사람이 많았더라도, 제주의 매력을 많은 이가 느낀 한 해였음은 분명하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제주도를 중심으로 국내 관광이 활성화되면서 국내선 항공 여행객이 사상 처음으로 연간 7000만 명을 넘어섰다. 제주도 여행을 간편하게 해주는 제주패스 앱이 '올해를 빛낸 숨은 보석 앱'으로 꼽혔다. 항공-렌터카-숙박을 원스톱으로 예약할 수 있게 만든 제주패스 앱은 제주도를 선택한 많은 관광객에게 편리성을 제공했고, 제주 지역 카페와 연계한 카페패스 서비스도 이용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2022년에는 팬데믹이라는 단어와 엔데믹이라는 단어가 공존했다. 엔데믹은 풍토병을 뜻하는 단어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감염병'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3년 만에 엔데믹으로의 전환이 이뤄지면서 여행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본격적인 해외여행 길이 열렸고, 항공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11월 한 달간 발행한 항공권 판매액은 12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03% 급증했다. 2년 넘게 억눌려 왔던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가 10월 일본 정부의 여행 제재 정책이 완화되면서 본격화한 결과다. 올해를 빛낸 웨어 앱(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에서 활용되는 앱)으로는 지난 11월부터 여객 노선을 본격적으로 재개한 대한항공의 대한항공MY 앱이 선정됐다.
구글 검색어로 본 '올해의 드라마'는?
OTT와 맞닿은 K콘텐츠…해외도 주목
구글코리아의 '국내 트렌드 검색어'는 올 한 해 국내 이용자들이 구글에서 가장 많이 주목했던 검색어를 보여준다. 국내 트렌드 검색어 중 K드라마 카테고리에는 올해 가장 뜨거웠던 콘텐츠들이 포진했다. 드라마 분야에서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수리남》 《천원짜리 변호사》 《지금 우리 학교는》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1~5위를 차지했다. 이 콘텐츠들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OTT 플랫폼을 통해 공개됐거나, OTT 플랫폼이 자체 제작한 드라마들이라는 점에서 OTT가 콘텐츠 활성화에 큰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ENA 채널에서 공개한 드라마 《우영우》는 '우영우 신드롬'을 일으켰고, 전 세계 넷플릭스 4억 시간 시청을 기록하며 K콘텐츠를 다시 한번 부흥시켰다. K콘텐츠는 국내 순위뿐 아니라 글로벌 트렌드 순위에서도 조명됐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지금 우리 학교는》은 글로벌 TV프로그램 부문에서 8위에 오르며 K콘텐츠의 저력을 보여줬다. 이 분야에서는 지난해 《오징어 게임》이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2022년 구글 검색어 목록은 '구글 트렌드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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