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시리즈로 OTT에 전입신고한 美 日 두 거장
아이즈 ize 홍수경(칼럼니스트)
넷플릭스가 '웬즈데이'로 다시 한번 홈런을 쳤다. 11월 5일에 공개된 '웬즈데이'는 28일간 전체 스트리밍 시간을 적용하는 넷플릭스 최고 스트리밍 차트에서 '오징어 게임'과 '기묘한 이야기' 4시즌에 이어 3위를 기록하며 '다머'를 4위로 끌어내렸다.
'웬즈데이'는 신문 연재 만화를 원작으로 TV 시트콤과 영화로 만들어져 90년대 대인기를 누렸던 '아담스 패밀리'의 딸 웬즈데이 아담스를 주인공으로 한 일종의 스핀오프 시리즈다. '아담스 패밀리'는 우중충한 날씨, 죽음, 고통, 검은색을 사랑하는 고딕 호러 스타일 가족으로, 웬즈데이는 특히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독설을 퍼붓고 고통을 주는 냉정한 어린이 캐릭터로 등장해 팬 층을 형성했다. '슈퍼맨'의 프리퀄 격인 '스몰빌'을 썼던 작가 엘프리드 고와 마일스 밀러가 '웬즈데이'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창조해냈고, 기괴한 캐릭터 미학의 장인 팀 버튼 감독이 첫 에피소드 네 편을 감독했다. 디즈니 아역 출신 배우 제나 오르테가가 웬즈데이 역을 맡아 이보다 냉소적일 수 없는 10대 소녀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영화 '아담스 패밀리'의 웬즈데이 역이었던 크리스티나 리치도 조연으로 등장해 이미 이 시리즈를 알고 있는 시청자에게 반가움을 더한다.
'해리 포터'와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를 섞은 듯한 설정은 그리 독창적이지 않지만 팀 버튼의 스타일이 녹아들어간 시각적 재미는 시선을 사로잡는 데 부족함이 없다. 첫 장면부터 동급생을 기상천외하게 공격해 퇴학을 당한 웬즈데이는 외딴 시골에 성처럼 자리잡은 '별종' 대상 기숙 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뱀파이어, 늑대인간, 사이렌 및 각종 별난 능력을 가진 10대들이 무리지어 생활하는 학교에 갇히게 된 웬즈데이는 최선을 다해 탈출하고자 노력한다. 그러던 중 학교밖에서 연쇄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자신이 그 사건 중 하나의 연루되면서 학교의 비밀을 추적해간다. 어떤 타인 앞에서도 거침없이 팩트 폭격을 내뱉으며 분위기를 냉각시켜 버리는 웬즈데이의 말투는 매력적인 블랙 유머로 작용한다.
'오징어 게임' 센세이션 때도 달고나 도전이 SNS를 달궜듯 '웬즈데이'를 본 시청자들도 단순히 스트리밍 시간 추가에만 기여하지 않았다. 네 번째 에피소드의 파티 장면에서 웬즈데이가 자신만의 독창적인 댄스를 보여주자 곧바로 곳곳의 틱톡커들이 검은 의상을 갖춰 입고 도전에 나서면서 틱톡 트렌드를 만들었다. 여전히 핫한 웬즈데이 댄스는 과거 '펄프픽션'의 우마 서먼과 존 트라볼타 댄스에 못지 않은 장면으로 대중 문화사에 남을 듯한 기세로 퍼지고 있다.
전작 영화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에서 캐스팅 다양성 문제로 비난을 받았던 팀 버튼 감독은 '웬즈데이'에서 보다 다양한 인종비와 성비의 캐스트와 작업하며 지난 비난에서 다소 비켜가게 되었다.('다소'인 이유는 '흑인 B무비를 보고 자랐지만 그 영화에서 백인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그의 대응 발언이 여전히 무례한 예로 회자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웬즈데이'의 기대를 뛰어넘는 전세계적 인기에 부응하듯 재빨리 두번째 시즌 제작을 확정했다.('웬즈데이'는 일곱 국가에서 넷플릭스 1위를 놓쳤는데 그 중 한 국가가 한국이다)
팀 버튼 감독이 넷플릭스를 달궈놓을 동안 90년대와 2000년대 동안 고어 액션 장르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굳혀왔던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한국 드라마 '커넥트'와 함께 미국 인기 OTT 플랫폼 훌루에 입성했다. 디즈니 계열의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가 미국과 동시에 공개된 경우는 '커넥트'가 처음으로 감독의 영향력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예산, 규모, 마케팅, 대중성에 있어 '웬즈데이'와 '커넥트'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르나, 몇 십년 동안 영화 호러 영화나 아시아 액션 영화를 즐겼던 미국 팬층에게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아시아의 쿠엔틴 타란티노'라 할 수 있는 스타다. 한국 입장에서도 한국 드라마의 일본 감독 연출은 드문 일이라 용감한 시도였을 것이다. '커넥트'는 이처럼 마니아층이 있는 감독이기에 특히 장르 콘텐츠 전문 매체를 통해 공개 전부터 기대작으로 다뤄졌고 이는 아시아 TV 시리즈 공개에 있어 흔치 않은 반응이다. 다카시 감독이 연출했던 만화 원작 '무한의 주인' 주인공처럼 어떤 상처를 입어도 육체가 복원되는 돌연변이(?) 커넥트 인류가 시체 아트에 빠진 연쇄살인범을 대면하게 된다는 내용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독창적인 소재의 호러 스릴러 '커넥트'는 미이케 다카시 감독을 만나 더 잔인하고 적나라한 장면들이 가미되었다. 한국을 배경으로 한 한국 드라마이면서 동시에 미국과 일본의 스플래터와 슬래셔 호러 영화의 전통을 따르는 혼종 콘텐츠가 되어 양쪽 팬들의 관심을 끌었으나 북미 시청자들의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 '웬즈데이'가 전세계 소셜 미디어에서 새로운 컬처 아이콘으로 부상하는 동안 '커넥트'는 동시대 한국 콘텐츠가 흔치 않은 '훌루' 플랫폼에 독창적인 한국 드라마 한 편을 소개했다는 의의 정도로 만족해야만 했다.
'웬즈데이'와 '커넥트'는 호러 장르에서 출발한 새로운 이야기라는 점도 흥미롭다. '아담스 패밀리'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2022년에 걸맞는 10대 호러 드라마 소재를 발전시킨 '웬즈데이'와 미니멀한 웹툰을 화려하고 강렬한 호러 비주얼로 탈바꿈시켜 전대미문의 호러 시리즈를 만들어낸 '커넥트'는 모두 제작진의 내공이 빛나는 결과물이다. 미국 드라마와 한국 드라마 모두 콘텐츠에 적격인 인재를 찾아내는데 있어 나이와 국가, 인종, 성별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는 점도 흥미롭다. 2023년에도 여러 감독들이 자신의 장기를 마음껏 내보일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통해 즐거움을 선사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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