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 뺨치는 집주인들…'혈세 수천억' 빼먹은 전세사기 이랬다

유엄식 기자 2022. 12. 20. 10: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HUG, 빌라왕 김씨 관련 사건 변제액 330억 넘어
서울 시내 빌라촌. /사진제공=뉴스1


지난 2020년부터 올해 초까지 2년간 수도권에서 1000채가 넘는 빌라와 오피스텔 사들여 전세를 놓고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지난 10월 사망한 '빌라왕' 김 모씨 사건 피해자가 속출한 가운데, 이와 동일한 방식으로 더 큰 피해를 준 법인과 개인사업자가 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김 씨를 대신해 변제한 금액만 330억원이 넘어섰다. 그를 포함해 여러 전세 사기범에게 피해를 본 세입자에게 물어준 보증금은 수 천억원이 넘는다. 보증보험 미가입자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피해액은 천문학적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보다 독한 악성 채무자 많다...채무액 상위 10명 미환수 금액 3157억원
19일 HUG에 따르면 이번에 사망한 빌라왕 김 모씨 사건과 관련해 올해 11월 말까지 HUG가 변제한 금액은 171가구, 334억원으로 파악된다. 추가 집계 결과에 따라 피해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빌라왕 김 씨보다 더 많은 보증 채무를 발생시킨 불량 집주인들이 적지 않다.

HUG가 올해 9월 국회 국회교통위원회 소속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전세보증금 채무불이행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HUG가 현재까지 전세금 반환보증에 개입한 세입자를 대신해 변제한 전세보증금은 총 1조6445억원이고 이 중 절반이 넘는 8909억원을 회수하지 못했다. 채무 불이행자 중 2건 이상 갚지 않은 다주택자는 349명이었고, 이들로부터 회수하지 못한 금액은 6398억원에 달했다.

HUG는 62세 김 모씨가 소유한 주택을 대상으로 현재까지 285건, 578억3700만원의 보증금을 세입자에 돌려줬다. 이 가운데 회수한 금액은 12건, 88억원에 불과하다. 아직 490억원을 환수하지 못했다.

47세 김 모씨와 정 모씨는 각각 220건씩 보증금 미반환 사고를 일으켜 HUG가 해당 세입자에게 각각 517억6440만원, 510억5200만원을 대신 돌려줬다.

100건 이상 보증금을 미반환한 개인 사업자는 이들을 포함해 총 10명이나 됐다. 이들에게 HUG가 되돌려받아야 할 금액은 3157억원이 넘는다.

세입자에 피해를 준 집주인 중에선 20대도 있었다. 주택 104채를 개인 명의로 소유한 28세 박 모 씨는 234억원의 보증금을 HUG에 돌려주지 않고 있다. HUG는 또 24세 이 모씨를 대신해 73억4900만원(29건)을, 26세 김 모씨를 대신해 57억3300만원(27건)의 보증금을 갚아줬다.
윤승영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 등 경찰 관계자들이 7월 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전세사기 전담수사본부' 현판식에서 현판 제막을 하고 있다. 전담수사본부는 국토교통부를 포함한 관계기관과 공조하고 전세 사기 단속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조직했다. 자금 추적부터 온오프라인 전세사기 첩보 수집과 피해 예방법 홍보까지 총괄할 예정이다. /사진제공=뉴스1
2년 만에 보증금 98억 먹튀한 법인 대표, 사기범죄 혐의로 구속돼…사기범 3명이 3500여 채 보유 중
HUG 통계를 보면 지난 2020~2021년 집값 급등기에 빌라왕 김 씨처럼 법인을 활용한 전세 사기 행각도 엿보인다.

HUG는 현재까지 106곳의 법인을 대신해 599억원의 보증금을 돌려줬다. 이 가운데 98억원이 2020년 설립한 P 법인에서 비롯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10월 이 회사 대표 박 모씨와 다른 전세사기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된 권 모씨, 최 모씨 등 3명을 구속했다.

국수본에 따르면 이들 3명이 보유한 주택은 3493채에 달한다. 현재 확인된 피해 보증금은 약 70억원으로 아직 3400여 채를 확인하지 않아 실질 피해액은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전세사기 관련 미반환 금액이 급증하자 HUG도 보완책을 마련했다. HUG 관계자는 "보증사고를 일으킨 임대인과 보증금 대위변제액을 상환하지 않는 채무자가 소유한 주택은 신규 전세보증을 금지하고 있다"며 "임차인들의 피해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수도권 전역 퍼진 깡통전세 사기... 휴대폰 뒷번호 '2400' 주의보
이 같은 깡통전세를 통한 보증금 사기는 수법이 거의 동일하다. 세입자들은 계약 전에 미리 등기부등본을 통해 근저당권 등 이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잔금을 치렀다. 하지만 이들은 입주 후 매매로 집주인이 바뀌었다고 밝힌다. 이때 바뀐 집주인들에 보증금 사고를 낸 개인 혹은 법인 사업자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전문적인 조직범죄의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불과 2~3년 사이에 혼자 1000채가 넘는 주택을 매매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해당 소유주뿐 아니라 중개업자, 빌라 신축업자, 감정평가사 등 업계 전반에 전방위적으로 연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일례로 국수본에 구속된 전세사기 피의자들은 휴대폰 뒷번호 '2400'가 적힌 대포폰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해당 번호 문자와 관련된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건 소송 수임 건수가 수백 건에 달했다.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가 급증하자 관련 소송 등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법무법인도 늘어났다. 박소예 법무법인 제하 담당 변호사는 "휴대폰 뒷번호 2400 조직과 관련된 전세사기 피해 규모가 심각하다"며 "서울, 인천, 평택, 부천 등 수도권 전역에서 관련 피해가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단순 전세금 반환 사건이 아니어서 보증금 반환 소를 청구한 후 판결문을 갖고 경매로 넘기는 방법을 취해야 한다"며 "보증보험 가입자라도 계약기간이 1년 이상 남았다면 소송 후 보험 청구를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