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집 사진 공유 플랫폼은 어떻게 취향 기반 인테리어의 강자가 됐나

정명원 기자 2022. 12. 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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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서비스의 새 장을 연 '오늘의집'



'취향 기반' 라이프 스타일 수퍼 앱의 시대를 연 '오늘의집'

일상적인 것들을 꾸준히 바꾸어 가는 서비스를 통해 시장을 개척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킨 기업이 있다. 서비스의 시작은 단지 '나의 집'을 사진으로 공유하는 것이었다. 각자 취향이 담긴 '나의 집' 사진들이 모이자 자연스럽게 일상적이지만 취향이 담긴 인테리어에 대한 정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모인 인테리어 콘텐츠는 인테리어 분야의 커머스와 시공업체 중개로 점차 더 넒은 서비스로 연결고리를 만들어 나갔고 하나의 앱에서 '인테리어'라는 카테고리의 모든 것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바로 취향 기반 인테리어의 대중화 시대를 연 '오늘의집'이다.

'오늘의집'의 성공이 흥미로운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일상적인 것에서 가치를 창출하여 종국에는 기존 서비스보다 높은 혁신을 이루어 냈다는 데 있다. 경영학자인 크리슨텐슨은 이를 가리켜 '파괴적 혁신'이라고 지칭하였다. 파괴적 혁신은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시장 마찰을 해결할 수 있는 일상적이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무기로 카테고리 일부를 잠식하고 나아가 기존의 시장지배 기업을 이겨 나가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다.

어떻게 보면, 내가 사는 곳을 내 취향을 중심으로 꾸미는 건 당연한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오늘의집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일반인이 취향 관련 인테리어를 현실화하기까지 다양한 진입 장벽이 존재하였기에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늘의집은 인테리어에 대한 사진을 공유하는 방법을 통해 간단하게 인테리어 시장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였다.

그렇다면, 오늘의집이 '인테리어 사진'을 수집하기 전에는 레퍼런스용 인테리어 사진을 구하는 것이 어려웠을까? 사실 '오늘의집'이 등장하기 이전에도 인테리어 참고용 사진은 넘쳐나고 있었다. 심지어 인테리어 전문 잡지 또한 존재했다. '오늘의집'이 수집하고 제공하는 인테리어 사진은 무엇이 달랐을까? 바로 "살고 있는 집의 사진"이라는 점이었다. 인테리어 전문가가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낸 연출용 사진이 아닌, 나의 집, 나의 옆집, 우리 동네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의 인테리어들이 모여 기존 인테리어 시장의 허들을 무너뜨린 것이다.

더불어 오늘의집에서 볼 수 있는 실제로 살고 있는 집 사진 공유 서비스가 흥미로운 또 다른 포인트는 고객이 콘텐츠의 소비자가 되기도 하지만 생산자이기도 한 프로슈머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사용자 제공 콘텐츠를 기반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이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고객 니즈를 확인할 수 있는 유용한 데이터가 축적되기 시작하였다.

기존 인테리어 사진 vs. 오늘의집 사진

더 나은 환경은 더 좋은 가치를 만들 수 있다


오늘의집 이승재 대표는 우연히 지인 집을 방문했다가 취향이 담겨있는 인테리어를 보고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취향이 담긴 공간에서 영감을 받은 이 대표는 아파트 시공사에서 제공한 천편일률적인 인테리어가 아니라 취향이 담긴 인테리어를 보급하고 이를 통해 나의 취향이 담긴 주거 공간의 손쉬운 실현이라는 가치를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고자 하였다. 전등과 같은 작은 인테리어 소품이 변해도 공간의 느낌이 바뀌고, 공간의 느낌이 바뀌면 그곳에서의 보내는 시간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그의 믿음 때문이었다.

어떻게 보면 오늘의집 이전에는 인테리어는 삶에서 필수적인 의미를 지니지는 않았다. 인테리어라는 것은 내 취향이 담기지는 않았어도, 그럭저럭 살 수 있다면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되는 것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건축학적 관점에서 많은 연구들이, 공간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과 중요성은 매우 크다는 논의를 제시하고 있음을 상기하자.

실제로 학교를 포함한 많은 공공기관들이 혁신이라는 개념을 공간에 도입하여 공간에서 혁신이 촉발된다는 전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처럼 공간은 사람들의 삶의 질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이승재 대표는 가장 기본적인 공간의 단위인 주거 공간이 변하면 삶의 가치와 질이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오늘의집을 창업한다.

"나도 꾸미고 살 수 있다는 것들을 알아서 너무 좋고 그런데 이거를 막상 하려고 하면 하나도 생각나는 게 없더라고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그럼 그런 정보들을 내가 알 수 있다면 나도 그걸 충분히 따라 해볼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있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주면 '되게 좋은 어떤 프로덕트가 되겠다'라는 생각들을 유저로서 하게 돼 시작을 했습니다.

또 더 나아가서는 단순히 어떤 문제 해결에서 그치는 게 아니고, 우리가 이런 프로덕트를 잘 만들게 되면 그게 결국에는 이 온라인 프로덕트를 넘어서 실제 우리 바깥 세상, 물리적인 공간들을 바꿔 나가게 되고 그 물리적인 공간이 무엇이냐 라고 하면 우리 모두가 살고 있는 집이라는 공간이잖아요. 그러면 그 집이라는 공간에서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삶도 더 낫게 만들 수 있겠다. 그런 가능성들을 생각하고 나니까 에너지, 열망이 막 폭발하더라고요"
<이승재 오늘의집 대표> by 정명원

스브스프리미엄 : "지인 집을 간 것이 아주 중요한 순간이었네요."

이승재 오늘의집 대표 : "저한테는 굉장히 운명의 날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좋은 공간을 가질 수 있을까, 어떤 문제들이 있고, 그걸 어떻게 잘 풀어줄까?'를 계속 저도 유저 입장에서 시작을 하고, 이후에도 계속 유저가 느끼는 문제들을 풀면서 왔고요."

▶ '오늘의집'이 취향 기반 인테리어 시장의 가능성을 본 이유...<스프 인터뷰> 전문 보기
[ https://premium.sbs.co.kr/article/6VB1iLvsTP ]
 

'콘텐츠'에서 시작해 '커머스'를 거쳐 '중개'까지


오늘의집의 출발점은 인테리어 버티컬 플랫폼이다. 초기 스타트업은 브랜드 파워와 자본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특정 분야인 하나의 카테고리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다. 오늘의집은 인테리어라는 분야에 집중하는 버티컬 플랫폼 전략으로 시장을 만들어 나갔다. 일반 소비자들이 인테리어를 어렵게 여겼던 이유는 취향이 반영된 인테리어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의 취향에 맞는 소품을 찾는 것부터, 특정 컨셉의 인테리어 시공을 잘하는 시공사를 찾는 데까지, 비용도 부담이 되지만 시간과 노력의 투입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에 일반인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였다.

오늘의집은 이러한 시장 마찰을 놓치지 않고 인테리어 정보를 모으는 것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용품 판매와 시공 연결까지 플랫폼을 통해 가능하도록 하였다. "이 사진에 나오는 러그를 어디서 살 수 있을까?"에 대한 정보 검색과 구매의 과정을 오늘의집 서비스에 통합시킨 것이다. 이렇게 인테리어 카테고리에서 콘텐츠-커머스-중개가 가능한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오늘의집은 취향을 실현시켜주는 인테리어 서비스 시장을 만들어냈다.

론칭 이후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2022년 5월 기준 2,300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으며, 성수기 월 거래액 1,800억 원, 가구 시장 점유율도 5%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업 가치에 대한 평가 또한 상승하여 현재 2조 원에 달하고 있다. 가구 부문 시장 1위라고 평가받는 한샘의 시가총액 1.5조를 넘어선 금액이다.

오늘의 집 서비스 성장 과정

스브스프리미엄 : "신생 스타트업이 시공업자 등 파트너사를 구할 때 어떻게 설득했나요?"

이승재 오늘의집 대표 : "처음부터 저희가 어떤 커머스를 만들어야 해서 업체들을 설득하거나 아니면 인테리어 전문가들 소개시켜주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해서 그분들을 설득해야 했다면, 저희 팀이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굉장히 어려웠을 것 같아요.

저희가 했던 방식은 먼저 콘텐츠로 접근을 해서, 결국에는 그 인테리어를 해야 하는 유저들을 어느 정도 모았잖아요. 가구 소품 업체나 인테리어 전문가들 입장에서도, 그분들이 원하는 것은 우리 제품을 좋아할 수 있는 고객들, 우리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고객들이 있고 그분들과 잘 연결될 수 있다면 당연히 동참하고 싶은 그런 요인이 생기잖아요.

저희는 콘텐츠라는 것들을 통해 필요한 유저들을 먼저 어느 정도 모았기 때문에 그걸 가지고 설득하려고 많이 노력을 했었고요. 그럼에도 당연히 쉽지만은 않았고 팀도 많이 고생을 하고 또 처음 뜻에 동참해 주신 분들이 좋은 성공을 하면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저희도 노력 하고, 거기서 또 성공이 잘 됐을 때, 다른 분들도 더 같이 참여해 주는 그런 선순환 효과를 만들면서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오늘의집은 어떻게 인테리어 시장에서 네트워크를 구축했나?...<스프 인터뷰>전문 보기
[ https://premium.sbs.co.kr/article/6VB1iLvsTP ]
 

좋은 콘텐츠, 그 이상이 필요한 상황


'취향 기반 인테리어의 실현'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창업하였지만, 회사 운영과 인테리어 실무 분야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오늘의집은 성장의 모든 과정들이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가장 크게 어려움이 닥쳤던 시기는 좋은 콘텐츠를 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다음 단계 도약으로의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았을 때였다.

오늘의집이 제공하는 콘텐츠 서비스는 매출이 일어나지 않았고 그렇게 매출이 없는 상태로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좋은 가치를 제공하고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면 비즈니스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믿음으로 사업을 지속했지만 매출이 발생하지 않으니 투자 유치를 지속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난관을 타개하기 위하여 오늘의집은 콘텐츠 서비스에서 "커머스 서비스"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였다.

커머스 시장으로 난관을 극복하고자 한 계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서비스를 개시하기 이전에 이미 고객들의 요청이 있었다. "이 사진에 있는 테이블 어디서 구매할 수 있어요? 오늘의집에서 구매하게 해주세요"와 같은 요청들이 지속적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객의 니즈를 먼저 확인한 후 서비스를 론칭했기에 서비스를 오픈하면 고객의 구매 요청이 쇄도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서비스를 론칭한 초기 1주일 동안 매출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커머스 서비스를 오픈하기 전 소품을 판매하는 베타 버전의 테스트를 하였을 때 이틀간 1,000만 원 정도의 거래가 발생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였다.

커머스 오픈 후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을 통해 이승재 대표는 콘텐츠와 커머스는 성공을 위해 다른 요소들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고객의 니즈가 있다는 것과 실제 구매로 연결되기까지는 또 다른 과정이 존재하고 이를 위한 효율적인 구매 서비스 과정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오늘의집은 "왜 고객들이 구매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반복하며 콘텐츠 서비스를 사용하는 맥락과 커머스를 사용하는 맥락이 다르다는 답을 얻게 된다. 즉, 콘텐츠에서 커머스의 경로까지 따라가서 고객들이 구매 결정을 내리게 하기 위해서는 이에 적합한 시스템이 필요했던 것이다. 오늘의집은 이러한 시스템의 구축을 위해서 수년간 무수히 많은 실행들(예, 좋은 파트너와 제품들 입점 및 커머스 강화 서비스의 제공)과 시행착오를 겪었다.

"커머스를 시작하고 나서 실제로 판매된 상품이 없었어요. 저희가 생각했던 거랑 너무 다른 반대의 결과가 나왔었고요. 오늘의집에서 원래 하고 있던 것들은 좋은 상품들, 내가 원하는 상품들을 잘 탐색할 수 있게 하는 걸 도와주고 있었는데요. 이 다음 단계, 내가 탐색을 하고 나서 사야 되는 상품이 정해졌을 때,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는 구매 과정. 이 두 가지가 사실은 나눠지는 부분이고, 저희는 첫 번째에 집중을 하고 있었는데 이 두 가지가 연결이 되면 그래도 잘 되지 않을까라고 막연하게 쉽게 생각을 했던 것 같고요. 실제로 해보면서는, 물건을 실제로 산다는 과정에서는 엄청난 커머스의 세계가 있다는 점을 그제서야 피부로 깨달았습니다."
<이승재 오늘의집 대표>by 정명원

▶ 오늘의집이 시행착오를 통해 깨달은 커머스 로직은?...<스프 인터뷰> 전문 보기
[ https://premium.sbs.co.kr/article/6VB1iLvsTP ]

실제로 에크하트라는 경영학자는 플랫폼 비즈니스에는 상품과 서비스의 특징과 유통 방식의 유형에 따라 각각의 시장에는 다른 로직이 존재한다는 설명을 제시하였다 (그림3). 오늘의집의 경우 콘텐츠를 보는 것은 무료이나, 커머스와 연결하는 것은 수익 모델과의 결합이 필요했다. 에크하트의 설명은 오늘의집이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결과와 동일하다.

무료인 콘텐츠와 유료인 커머스 시장에 모이는 고객들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수익을 만들어가는 로직과 비즈니스 모델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2년여 간의 지속적인 노력 끝에 오늘의집은 커머스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할 수 있었고,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추가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후 다양한 후속 커머스 카테고리로 확장하면서 고객의 구매전환율을 높이기 위한 데이터 분석에도 집중하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경제적 로직 - (출처: 에크하트 Eckhardt, 2016)

라이프 스타일 분야의 수퍼앱으로 진화

"인테리어"라는 카테고리를 혁신해온 오늘의집은 인테리어를 포함한 "라이프 스타일 수퍼앱"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람이 사는 공간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 인테리어였다면, 그다음은 함께 하는 존재(가족,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다.

오늘의집은 사용자들이 살고 있는 집에 대한 사진을 올리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사는 반려동물이 있는 사진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면서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인테리어 용품들 사진이 늘어났고 사용자 문의가 많아졌다.


[ https://premium.sbs.co.kr/article/mmw3WHCxw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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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원 기자cooldud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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