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의 타깃은 '인천 미추홀·서울 화곡동'이었다

이현주 2022. 12. 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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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1,139채의 집을 가진 40대 남성이 죽었습니다.

1,139채의 집을 보유하다 임차인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숨진 '빌라왕' 김모(42)씨는 아파트값 상승에 따른 풍선 효과로 신축 빌라 전세 수요가 늘어난 시장 상황을 이용했다.

그는 부동산 상승기에 수도권 빌라촌 밀집 지역을 집중 공략했는데, 특히 인천 미추홀구와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가 주요 타깃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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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왕 추적기: (상) 빌라왕은 누구인가]
본보 빌라왕 주택 1139채 전수 분석
미추홀구 180채·화곡동 122채 매집
아파트값 상승에 밀려난 임차인 피해
편집자주
1,139채의 집을 가진 40대 남성이 죽었습니다. 상상도 못할 많은 집을 가진 이 ‘빌라왕’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그는 어떤 방법으로 이렇게나 많은 집의 주인이 될 수 있었던 걸까요? 한국일보가 빌라왕의 실체와 매수 수법을 추적해 보고, 이 사건에서 드러난 세입자들의 피해와 제도적 맹점을 연재합니다.
빌라가 몰려 있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촌. 배우한 기자

1,139채의 집을 보유하다 임차인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숨진 '빌라왕' 김모(42)씨는 아파트값 상승에 따른 풍선 효과로 신축 빌라 전세 수요가 늘어난 시장 상황을 이용했다. 그는 부동산 상승기에 수도권 빌라촌 밀집 지역을 집중 공략했는데, 특히 인천 미추홀구와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가 주요 타깃이 됐다.

19일 한국일보가 김씨 소유 주택 1,139채(올해 6월 기준)의 주소지를 전수 분석한 결과, 김씨가 가장 많은 주택을 매집한 곳은 인천 미추홀구였다. 김씨는 이곳에서 총 180채의 빌라, 오피스텔, 아파트 등을 무더기로 사들였다.

미추홀구 다음으로는 서울 강서구(144채), 인천 부평구(97채), 인천 남동구(79채), 서울 양천구(55채), 서울 금천구(51채), 경기 수원시 권선구(50채), 경기 부천시(50채), 서울 구로구(47채), 경기 오산시(36채) 순이었다. 주로 수도권 서남부의 주택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이다.

이는 김씨가 과거 강서구 화곡동에서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으로 활동한 이력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화곡동 일대에서 총 122채의 주택을 매입했는데, 이곳은 김포공항과 가까워 고도제한 영향을 받아 재건축·재개발이 어려운 곳으로 꼽힌다. 자연스레 아파트보다는 빌라 공급이 많았고, 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과 같거나 오히려 높은 역전 현상이 자주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이곳에서는 집을 경매에 넘겨도 전세 보증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깡통 전세' 계약이 기승을 부렸다. 건축주들은 상대적으로 땅값이 저렴한 곳에 신축 빌라를 짓고, 빌라 시세가 불투명한 점을 노려 세입자에게 높은 전세보증금을 받고 김씨처럼 자본이 없는 '바지 집주인'에게 집을 떠넘겼다. 이른바 전세사기의 핵심 고리인 '동시진행' 수법인데, 업계에선 이곳 화곡동이 동시진행의 발원지나 다름없는 곳으로 간주한다.

빌라왕 김모씨 소유 주택 분포 상위 10곳

업계에서는 '화곡동 동시진행은 돈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자, 김씨와 같은 무자본 투기 세력들이 인근 빌라 밀집 지역까지 마수를 뻗친 것으로 추정한다. 게다가 2020년부터 아파트 가격 급등으로 인해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들이 빌라 전세로 몰리게 된 것도 김씨가 지속적으로 빌라를 사들인 배경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동시진행을 하는 부동산 컨설팅 업체들이 화곡동에서 무자본 빌라 갭투자로 실전 경험을 쌓은 뒤 이를 발판으로 인천 등 수도권 일대 빌라촌에서 돌아가며 갭투자를 벌였다"면서 "아파트보다 저렴한 보증금으로 깨끗한 신축 빌라에 입주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니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주택 정비사업을 과도하게 억제한 부동산 정책이 수도권 전세사기의 싹을 틔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지난 정부에서 집값 상승을 우려해 재개발·재건축을 억제했고, 서울시도 도시재생 사업을 강조했다"며 "이에 따라 소위 '집장사'라고 하는 다세대·다가구 신축이 주택 공급의 한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특히 공항 근처처럼 재개발 사업성이 낮으면서 젊은 층 수요가 높은 지역이 전세사기의 표적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 싣는 순서

[빌라왕 추적기: 1139채를 가진 남자]

(상) 빌라왕은 누구인가
(하) 일파만파로 번지는 피해

▶'빌라왕 추적기:1139채를 가진 남자' 몰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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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빌라왕 정체는 '검증된 바지'... 마이바흐에 50돈 금도장 '자랑'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21910580004972

③보증금 사고 터지고도 빌라 매집… 누구도 브레이크를 걸지 않았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21922070000274

④"섭섭지 않게 챙겨 줄게요"…전세사기 '동시진행' 다시 판친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22011480005252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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