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벨라루스 참전 압박했나…"양국 군사훈련, 우려 고조"

"푸틴, 벨라루스 방문 '이례적'…양국 軍훈련 지속키로 합의"
전문가 "루카셴코, 일단 참전 반대…입장 바꿀 가능성 있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서 악수를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벨라루스를 참전시킬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9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새로운 지상 공세를 위해 가장 가까운 동맹국 벨라루스를 압박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그 가운데 이례적으로 벨라루스를 방문해 알렉산더 루카셴코 대통령과 만나 보다 긴밀한 군사 협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이날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를 방문했다. 2019년 이후 3년여 만이다. 루카셴코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갖고 양국 안전 보장을 위해 합동 군사훈련을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루카셴코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군 훈련에 우선권 부여를 위해 전투 준비 태세를 강화하고 정기적 합동훈련과 다른 작전·전투 훈련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어 러시아를 "그의 가장 가까운 동맹이자 전략적 동반자"라고 부르며 벨라루스는 러시아 없이 "혼자서 독립"을 보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기자회견은 앞서 전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그 동맹국 공세에 대해 "가능한 모든 방어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며 "러시아와 벨라루스 국경 보호가 지속적으로 최우선이다"라고 말한 가운데 나왔다.

벨라루스는 1994년 루카셴코 대통령 집권 이래 오랜 러시아의 동맹국으로 러시아로부터 값싼 원유 수입과 차관에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는 수년간 벨라루스를 상대로 통합 심화를 시도해왔지만 벨라루스는 이를 적극 거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면 지지하며 자국군 파병은 거부하지만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러시아군 배치를 허용하고 있다. 러시아군 9000명이 지난달 10월 지역 연합군 자격으로 벨라루스에 파병돼 대대 전술훈련에 착수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지난 한 달간 벨라루스 국경에서 러시아와 함께한 일련의 군사적 훈련은 벨라루스가 곧 전투에 돌입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다시 한번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도 최신 보고서에서 "푸틴 대통령의 민스크 방문은 그가 2023년 겨울 우크라이나 북부나 수도 키이우에 대한 새로운 공세를 위한 조건을 설정하려 하는 것을 나타낸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벨라루스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을 푸틴 대통령이 추진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실현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일각에선 루카셴코 대통령의 최근 행동이 국경 근처에 있는 우크라이나군이 다른 지역으로 배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 러시아가 계획한 책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ISW는 "벨라루스군은 러시아군 타격부대 없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루카셴코 대통령이 벨라루스군을 러시아군 편에 서서 우크라이나와 함께 싸울 것을 약속할지는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소속 벨라루스 정치 분석가 아르티움 슈라이브만는 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에 직접 관여하는 것은 2020년 민주화 시위에서 살아남은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정치적 위험들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슈라이브만은 "가능한 모든 여론조사에서 벨라루스 국민의 90% 이상이 군 파병을 원치 않는다"며 "루카셴코 대통령 지지자들과 친러시아 세력 일부도 그러하다"고 말했다.

다만 루카셴코 대통령이 당초 참전 거부 입장을 변경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만약 푸틴 대통령이 참전을 요구한다면 그가 영원히 거부하는 데 성공하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