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꿀잼’의 배후…교체선수 2명 늘리자 결승도 명승부

한겨레 2022. 12. 2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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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축구전문기자가 본 2022 카타르월드컵
2022 카타르월드컵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의 대관식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대회는 축구,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줬다. 사진은 월드컵 시상식에서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국왕이 메시에게 검은색 망토를 입혀주는 모습. 루사일/AFP 연합뉴스

2022 카타르월드컵 결승전은 대회 역사상 가장 박진감 넘치는 승부였다. 축구 전문 기자로 20여년간 지켜본 수많은 경기 중에서도 단연 가장 재미있었던 ‘결승전’으로 주저 없이 꼽을 수 있다. 120분간 3-3 무승부에 승부차기로 우승팀이 결정됐다. 대회 최고 스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가 2골, 킬리안 음바페(프랑스)가 3골을 넣었다.

세계 최고 축구 경기로 꼽히는 월드컵 결승전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기대에 비해 지루한 내용으로 펼쳐진 경우가 많다. 긴 대회 일정을 치르며 선수들이 지치기도 했고, 결과를 중시한 실리적인 접근법으로 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결승전에 무려 6골이 나온 카타르월드컵의 본선 전체 득점은 172골로 월드컵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변도 많았고, 명승부도 많았던 이번 월드컵이 재미있는 경기를 양산한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번째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이후 경기 엔트리와 교체 선수 숫자가 늘어난 것이다. 이전까지 공식 축구 대회에서 선수 교체는 3명으로 제한됐고, 월드컵 참가 선수 엔트리는 23명이었다. 골키퍼 3명을 제외하면 포지션별 두배 수의 선수를 선발할 수 있는데, 대회 중 부상 선수라도 생기면 특정 포지션 선수의 체력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2~3일 간격의 빡빡한 일정으로 대회가 진행되고,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우승팀은 무려 7경기를 소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8강, 4강, 결승으로 갈수록 보수적인 경기 운영을 펼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시대에 선수들의 감염 및 격리 문제 등으로 국제축구평의회는 공식 경기 엔트리 숫자와 교체 인원을 늘렸다.

카타르월드컵은 26인 엔트리에 5명의 선수 교체가 가능해 대회 중 활발한 로테이션을 통한 선수들의 체력 관리, 다양한 선수를 고루 기용하며 감독들의 용병술과 전술 운용이 다채로워져 오히려 16강전 이후 더 좋은 경기력이 나왔고 공격적인 플레이가 펼쳐졌다. 0-2로 끌려가던 프랑스의 추격전도 전반 41분 공격수 란달 콜로 무아니와 마르퀴스 튀람, 후반 26분 킹슬레 코망과 에두아르도 카마빙가를 연달아 투입하며 이뤄졌다. 아르헨티나도 연장전에만 5명의 선수를 교체해 120분 내내 박진감 넘치는 공방전이 벌어졌다.

카타르월드컵은 조별리그 단계에서 유독 이변이 많았던 대회이기도 하다. 세계 축구의 전술적 평준화, 아시아와 아프리카 축구의 질적 성장을 이유로 볼 수 있지만 강팀을 상대로 많이 뛰고 압박하고 역습하는 ‘언더도그’의 축구가 원활하게 운영되는 데 있어서도 5인 교체는 체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번 대회가 재미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실제 경기 시간 증가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실제 경기 시간을 늘리고, 고의적인 시간 지연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이번 대회에 추가 시간을 최대한 반영했고, 이로 인해 통상 3분에서 5분 정도 주어지던 전후반 추가 시간이 6분에서 10분 이상까지 늘어났다. 극장골(last-gasp goal·경기 마지막에 나오는 극적인 득점)과 마지막 순간의 반전을 연출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 실제 경기 시간은 52분에 불과했는데 카타르월드컵은 조별리그 기준 59분으로 무려 7분이 증가했다.

축구공에 칩을 심어 인공지능이 판정하는 반자동 오프사이드 도입도 경기 재미에 한몫했다. 수비 라인을 높여 도전적인 축구로 상대 공격을 제어하는 방식의 효과를 극대화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우승팀 아르헨티나를 첫 경기에 꺾은 이변을 일으킬 때 한 경기에 무려 10차례 오프사이드 트랩을 성공시켜 화제가 됐다. 신기술 도입으로 문전에 ‘버스를 주차’(버스 주차 같은 수비)를 하지 않고도 약팀이 강팀을 상대할 수 있는 수비 형태가 활발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축구계는 큰 재정적 타격을 입었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이(e)스포츠의 인기에 위협을 느꼈다. 국제축구연맹은 더 공격적이고 재미있는 축구를 지향하며 규정과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2022 카타르월드컵은 신규 팬 유입에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48개국으로 참가국이 확대될 2026 북중미월드컵도 카타르월드컵의 성공적 요인을 반영해 조별리그 진행 방식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멕시코, 캐나다에서 열릴 차기 월드컵은 그동안 월드컵 본선을 경험하지 못한 나라들의 합류로 역대급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 최고 스포츠 제전 월드컵의 위상은 여전히 건재하다.

한준(풋볼아시안 발행인) founder@football-a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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