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ESG 리스크 완화 위해 준비해두는 ‘보험’ CP [더 나은 세계, SDGs]
기업의 반독점 리스크를 사전 발견하고 예방하기 위한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ompliance Program·CP)이 주목받고 있다.
CP는 기업 스스로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제정·운영하는 내부 준법 시스템으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프로그램의 내실 있는 운영을 유도하기 위해 2006년부터 기업별 성과에 따라 차등적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급 평가제를 도입한 바 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730개 기업이 CP를 도입했고, 누적 기준 451곳이 등급 평가를 신청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CP는 ▲사업 파트너 선정 시 경영 평가 척도 ▲규제 당국과 법원이 기업의 법 위반을 제재할 시 참작 사유 등 사업 활동을 위한 인센티브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CP의 입법과 집행에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미국에서 기업 범죄가 적발될 시 효과적인 준법경영 프로그램과 CP를 운영하는 업체에는 연방 양형을 기준으로 형사 책임의 95%까지 감형해준다. 반면 운영하지 않는 기업에는 가중형을 부과하는 등 CP 도입 여부가 중대한 판결 기준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해외에서 CP 운영을 독려하기 위해 인센티브 제공이 지속되는 데 비해 국내에서 이 제도는 법령이 아닌 예규에 의해 실시되고 있다. 법적 근거 및 제도의 안정성이 취약한 편이라 하겠다. 이 같은 결과로 CP 도입 기업 수는 정체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이번 정부는 CP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선정해 빠른 속도로 법제화를 추진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CP의 법적 기반이 마련될 예정인데, 이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CP 우수기업에 대한 과징금 감경 인센티브가 2014년 2월 폐지 후 8년여 만에 부활하게 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CP 도입을 통해 기업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무엇인지, 그리고 최근 경영의 중요 이슈로 자리 잡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의 관련성은 어떠한지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5차 K-ESG 얼라이언스’ 회의에는 윤수현 공정위 부위원장이 얼라이언스 52개 위원사, 학계 등 각계 참석자를 대상으로 CP 제도와 인센티브를 설명하였고, 이와 관련해 정부와 산업계의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이 자리에서 CP의 성격이 인센티브 또는 규제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우냐는 질문에 대해 윤 부위원장은 “CP는 기본적으로 규제보다 인센티브의 성격이 강하지만, 상황에 따라 규제가 될 수도 있다”며 “마치 ESG도 규제 성격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준수하지 않으면 자금 조달에 제약을 받는 등 사실상 규제처럼 다가오는 것과 비슷하다”고 답했다.
또한 “CP는 기업 리스크 발생 시 인센티브의 혜택을 얻을 수 있게끔 들어두는 보험적 성격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CP 공시 의무화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윤 부위원장은 “그럴 계획은 없으며, ESG 공시 사항에 CP 포함 등의 여부는 ESG 기준 기구에서 추진할 사항이어서 공정위가 이를 포함해달라고 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대답했다.
한편 윤 부위원장은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CP 운영 지원 계획에 대해서는 “공공조달 시 가점을 주는 등으로 조달청 등 관계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끝으로 “이번에 발의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 최대한 포괄적으로 포함하려 했기에 CP 인센티브 확대에 대한 법적 근거는 마련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인센티브 세부 내용과 관련해서는 추후 구체화 단계에서 간담회 등을 통해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며 산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공정위의 기조가 ‘민간 주도 혁신 성장, 경쟁 활성화를 통한 공정거래 활성화’인 만큼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시장 감독기구인 공정위와 참여자인 산업계의 동반 성장을 기대해본다.
노서영 UN SDGs 협회 연구원 unsdgs.seoyeong@gmail.com
*UN SDGs 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 협의 지위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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