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감원'에 '희망퇴직'에 역대급 고용 한파 가시화
유통·금융권 감원조치 잇따라
IT업계 채용속도 조절
마케팅·판촉비 등 비용절감 움직임
대기업은 물론 산업 전반에서 감원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에서 시작된 구조조정 바람은 국내 유통가와 금융권 등에도 이미 불면서 내년에 역대급 고용 한파가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이 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으로 ‘마른 수건 쥐어짜기’에 나섰다. 곳곳에서 감원 소식이 들려오고 신규 채용은 속도를 조절하려는 분위기다.
◇ 유통·금융·IT 희망퇴직 ‘찬바람’
롯데면세점은 코로나로 인한 사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창사 이후 첫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2020년에도 한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했던 롯데하이마트는 가전 시장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을 이기지 못하고 최근 또 희망퇴직 대상자를 모집했다. 매장 수를 줄이는 효율화 작업에 따라 향후 추가적인 감원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LG전자 베스트샵을 운영하는 하이프라자도 희망자를 대상으로 근속 연차에 따라 기본급 4∼35개월치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올해 실적 부진을 경험한 LG디스플레이는 사업구조 재편에 따른 인력 효율화 방침에 따라 일부 인원을 계열사에 전환 배치하기로 한 데 이어 생산직 직원 대상으로 3∼7개월씩 한시적으로 자율 휴직을 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은행과 증권가에는 이미 희망퇴직 삭풍이 불고 있다.
하이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이 최근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우리은행, NH농협은행, 수협은행 등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거나 받고 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만 40세(1982년생) 직원마저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됐다. 올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거의 2천400명이 희망퇴직 방식으로 직장을 떠나게 될 전망이다.
HMM은 근속 10년 이상 육상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시 최대 2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위로금과 자녀 학자금 등을 지원하는 ‘리스타트 지원 프로그램’ 신청을 받았다. 내년 해운업계 침체 전망에 따른 선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 ‘줄폐업→고용시장 악화’ 악순환
올해 경기 불황은 내년 고용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사람인 HR연구소가 최근 기업 39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36.7%가 채용 규모를 올해보다 축소하거나 중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채용을 중단 또는 축소한다는 응답은 대기업(47.8%)이 중견기업(40.6%)이나 중소기업(32.8%)보다 더 높아 대기업 중심의 신규 채용 축소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인크루트 조사에서도 올해보다 채용을 늘릴 것이라는 답변은 10.3%에 그쳤고, 채용 계획보다 적게 뽑거나(31.1%) 채용 계획이 없을 것(18.4%)으로 예상하는 답변이 절반에 달했다.
실제로 통신사와 플랫폼 기업들은 내년 경기 부진을 우려하며 채용 계획을 조정하고 있다.
내년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건설업계도 채용 확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소건설사를 포함해 최근 일부 자금난을 겪고 있는 대형 건설사 중에서는 신규 사업 축소와 비용 절감에 나서면서 인력 감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그룹 차원의 신입 정기채용을 없애고 상시 채용 체제로 전환한 만큼, 경영 환경과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채용 규모를 조절한다는 계획이다.
◇ “내년 더 어렵다”…긴축 또 긴축 외치는 기업들
삼성전자는 15∼16일 디바이스경험(DX) 부문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 데 이어 오는 22일에는 반도체 등 부품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내년 위기 대응책을 논의한다.
삼성전자는 이미 전사적으로 불필요한 경비 절감을 지시하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SK하이닉스는 10조원대 후반으로 예상되는 올해 투자액 대비 내년 투자 규모를 50% 이상 줄이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연초 계획대비 1조원 이상의 시설투자비를 줄인 데 이어 재무건전성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필수 경상 투자 외에 투자·운영 비용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현금흐름 기준 내년 시설투자비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이내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SK머티리얼즈는 내년 초 위기경영을 선포하고 채용 규모도 예년보다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도 내수 소비 침체 분위기에 허리띠를 졸라맬 준비를 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고용 규모나 사업 계획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내년은 올해보다는 더 어려울 것으로 보고 당장 줄일 수 있는 마케팅 비용과 판촉비 등부터 긴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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