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문 좁히고 희망퇴직 받는 기업들…'역대급 고용 한파' 온다
임다원 2022. 12. 20. 09:32
경제위기 주시하는 기업들…"채용 확대 어렵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업황이 부진한 국내 기업들이 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에 나섰습니다.
신규 채용을 줄일 뿐 아니라 희망퇴직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내년 투자 계획도 보수적 관점에서 재정비하는 등 다가올 경제 위기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입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은 이미 한 차례 구조조정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런데 이 바람이 국내 유통가와 금융권에도 이미 불어 닥쳤습니다. 업계에서는 내년에 역대급 고용 한파가 올 것이라 우려합니다.
경기 후행의 대표적 지표로는 '고용'이 꼽힙니다. 경기 불황은 곧 고용 한파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에 역대급 고용 한파가 올 가능성이 있다"며 "일부 업종은 줄폐업할 수도 있는 분위기여서 고용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고 그런 인력이 대규모로 쏟아지면서 고용 시장이 악화할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사람인 HR연구소가 기업 39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36.7%가 채용 규모를 올해보다 축소하거나 채용 자체를 중단할 것이라 답했습니다. 게다가 채용을 중단 또는 축소한다는 응답은 대기업(47.8%)이 중견기업(40.6%)이나 중소기업(32.8%)보다 더 높아 대기업 중심의 신규 채용 축소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인쿠르트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올해보다 채용을 늘리겠다는 기업은 10.3%에 그쳤고, 채용 계획보다 적게 뽑거나(31.1%) 채용 계획이 없다(18.4%)는 기업이 절반에 달했습니다.
통신 업계와 플랫폼 업계, 건설 업계 관계자들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제히 "채용 확대는 어렵다"며 내년 경제 위기를 예의 주시하고 있음을 전했습니다.
오늘(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이 창사 이후 첫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함입니다.
LG전자[066570] 베스트샵을 운영하는 하이프라자도 근속 연차에 따라 기본급 4~35개월 치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희망퇴직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올해 실적 부진을 경험한 LG디스플레이[034220]는 사업구조 재편에 따른 인력 효율화 방침에 따라 일부 인원을 계열사에 전환 배치하기로 한 데 이어 생산직 직원 대상으로 3∼7개월씩 한시적으로 자율 휴직을 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은행과 증권가에는 이미 희망퇴직이 한창입니다.
하이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030210]이 최근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우리은행, NH농협은행, 수협은행 등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거나 받고 있습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만 40세(1982년생) 직원마저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올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거의 2천400명이 희망퇴직 방식으로 직장을 떠나게 될 전망입니다.
인크루트가 지난달 직장인 1천20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2.2%는 희망퇴직, 권고사직 등 감원 목적의 구조조정이 현재 진행 중이라고 답했고, 조만간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도 32.7%나 됐습니다. '일부 부문 또는 팀을 통합하거나 인력 재배치 진행(예정)'이라는 응답도 23.3%였습니다.
김용춘 팀장은 "올해 경기가 너무 안 좋았다 보니 기업의 생존이 화두가 됐다"며 "채용이 문제가 아니라 있는 직원도 줄여야 할 판국"이라고 전했습니다.
대기업들도 내년 경제 위기 대응책을 세우고 나섰습니다.
삼성전자[005930]는 15∼16일 디바이스경험(DX) 부문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 데 이어 오는 22일에는 반도체 등 부품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내년 위기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삼성전자는 이미 전사적 차원에서 불필요한 경비 절감을 지시하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SK하이닉스[000660]는 10조원대 후반으로 예상되는 올해 투자액 대비 내년 투자 규모를 50% 이상 줄이기로 했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연초 계획대비 1조원 이상의 시설투자비를 줄인 데 이어 재무건전성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필수 경상 투자 외에 투자·운영 비용을 최소화할 계획입니다.
현금흐름 기준 내년 시설투자비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이내로 운영한다는 방침입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전국의 30인 이상 기업 24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경영 계획을 수립했거나 초안을 짠 기업 중 90.8%가 현상 유지(68.5%) 또는 긴축 경영(22.3%)을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연이은 고용 한파에도 일부 업종에선 채용 규모를 늘릴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과 항공업계는 코로나 사태 이후 수요 회복에 맞춰 인력을 충원합니다.
올해 800여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선발한 현대중공업그룹은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규모로 채용 계획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한항공[003490]은 일반직 사원 공개 채용을 3년만에 재개했습니다. 여객, 여객PRM, 화물, 항공기술, 항공우주 부문 등에서 100여명을 채용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휴직했던 직원들도 순차적으로 복직 중입니다.
현대차[005380]는 내년 자율주행, 수소에너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 강화를 위한 전문인력을 채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방산과 친환경에너지를 축으로 사업구조를 재편 중인 한화그룹도 올해 UAM 개발 인력 등을 포함해 통상 채용 인원보다 20% 이상 더 뽑은 데 이어 내년에도 신사업 관련 채용 규모를 늘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요 대기업도 '이미 계획한 투자'에 한해서는 차질 없이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은 지난 5월 발표대로 향후 5년간 반도체·바이오·신성장 IT(정보통신)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450조원을 투자하고,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 5년간 8만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방침입니다.
LG그룹도 배터리(소재 포함), 바이오, 인공지능, 차세대 디스플레이, 전장 등 미래 성장 분야를 중심으로 2026년까지 국내에 106조원을 투자하고 5만명을 직접 채용하기로 한 만큼 미래 준비 차원에서 전체 투자 규모와 채용 계획은 기존 계획대로 집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5월, 향후 5년간 37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했던 롯데그룹도 미래 성장에 꼭 필요한 투자는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임다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jfkdnj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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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업황이 부진한 국내 기업들이 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에 나섰습니다.
신규 채용을 줄일 뿐 아니라 희망퇴직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내년 투자 계획도 보수적 관점에서 재정비하는 등 다가올 경제 위기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입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은 이미 한 차례 구조조정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런데 이 바람이 국내 유통가와 금융권에도 이미 불어 닥쳤습니다. 업계에서는 내년에 역대급 고용 한파가 올 것이라 우려합니다.
예상되는 고용 한파…기업 문 좁히거나 닫는다
경기 후행의 대표적 지표로는 '고용'이 꼽힙니다. 경기 불황은 곧 고용 한파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에 역대급 고용 한파가 올 가능성이 있다"며 "일부 업종은 줄폐업할 수도 있는 분위기여서 고용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고 그런 인력이 대규모로 쏟아지면서 고용 시장이 악화할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사람인 HR연구소가 기업 39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36.7%가 채용 규모를 올해보다 축소하거나 채용 자체를 중단할 것이라 답했습니다. 게다가 채용을 중단 또는 축소한다는 응답은 대기업(47.8%)이 중견기업(40.6%)이나 중소기업(32.8%)보다 더 높아 대기업 중심의 신규 채용 축소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인쿠르트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올해보다 채용을 늘리겠다는 기업은 10.3%에 그쳤고, 채용 계획보다 적게 뽑거나(31.1%) 채용 계획이 없다(18.4%)는 기업이 절반에 달했습니다.
통신 업계와 플랫폼 업계, 건설 업계 관계자들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제히 "채용 확대는 어렵다"며 내년 경제 위기를 예의 주시하고 있음을 전했습니다.
"희망퇴직 대상자 모집합니다"…있는 인원도 줄인다
오늘(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이 창사 이후 첫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함입니다.
LG전자[066570] 베스트샵을 운영하는 하이프라자도 근속 연차에 따라 기본급 4~35개월 치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희망퇴직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올해 실적 부진을 경험한 LG디스플레이[034220]는 사업구조 재편에 따른 인력 효율화 방침에 따라 일부 인원을 계열사에 전환 배치하기로 한 데 이어 생산직 직원 대상으로 3∼7개월씩 한시적으로 자율 휴직을 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은행과 증권가에는 이미 희망퇴직이 한창입니다.
하이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030210]이 최근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우리은행, NH농협은행, 수협은행 등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거나 받고 있습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만 40세(1982년생) 직원마저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올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거의 2천400명이 희망퇴직 방식으로 직장을 떠나게 될 전망입니다.
인크루트가 지난달 직장인 1천20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2.2%는 희망퇴직, 권고사직 등 감원 목적의 구조조정이 현재 진행 중이라고 답했고, 조만간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도 32.7%나 됐습니다. '일부 부문 또는 팀을 통합하거나 인력 재배치 진행(예정)'이라는 응답도 23.3%였습니다.
김용춘 팀장은 "올해 경기가 너무 안 좋았다 보니 기업의 생존이 화두가 됐다"며 "채용이 문제가 아니라 있는 직원도 줄여야 할 판국"이라고 전했습니다.
"내년 위기 대응책 세워야" 비상경영 돌입한 기업들
대기업들도 내년 경제 위기 대응책을 세우고 나섰습니다.
삼성전자[005930]는 15∼16일 디바이스경험(DX) 부문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 데 이어 오는 22일에는 반도체 등 부품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내년 위기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삼성전자는 이미 전사적 차원에서 불필요한 경비 절감을 지시하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SK하이닉스[000660]는 10조원대 후반으로 예상되는 올해 투자액 대비 내년 투자 규모를 50% 이상 줄이기로 했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연초 계획대비 1조원 이상의 시설투자비를 줄인 데 이어 재무건전성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필수 경상 투자 외에 투자·운영 비용을 최소화할 계획입니다.
현금흐름 기준 내년 시설투자비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이내로 운영한다는 방침입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전국의 30인 이상 기업 24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경영 계획을 수립했거나 초안을 짠 기업 중 90.8%가 현상 유지(68.5%) 또는 긴축 경영(22.3%)을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업계에 따라 채용 늘리기도"
연이은 고용 한파에도 일부 업종에선 채용 규모를 늘릴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과 항공업계는 코로나 사태 이후 수요 회복에 맞춰 인력을 충원합니다.
올해 800여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선발한 현대중공업그룹은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규모로 채용 계획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한항공[003490]은 일반직 사원 공개 채용을 3년만에 재개했습니다. 여객, 여객PRM, 화물, 항공기술, 항공우주 부문 등에서 100여명을 채용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휴직했던 직원들도 순차적으로 복직 중입니다.
현대차[005380]는 내년 자율주행, 수소에너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 강화를 위한 전문인력을 채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방산과 친환경에너지를 축으로 사업구조를 재편 중인 한화그룹도 올해 UAM 개발 인력 등을 포함해 통상 채용 인원보다 20% 이상 더 뽑은 데 이어 내년에도 신사업 관련 채용 규모를 늘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요 대기업도 '이미 계획한 투자'에 한해서는 차질 없이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은 지난 5월 발표대로 향후 5년간 반도체·바이오·신성장 IT(정보통신)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450조원을 투자하고,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 5년간 8만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방침입니다.
LG그룹도 배터리(소재 포함), 바이오, 인공지능, 차세대 디스플레이, 전장 등 미래 성장 분야를 중심으로 2026년까지 국내에 106조원을 투자하고 5만명을 직접 채용하기로 한 만큼 미래 준비 차원에서 전체 투자 규모와 채용 계획은 기존 계획대로 집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5월, 향후 5년간 37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했던 롯데그룹도 미래 성장에 꼭 필요한 투자는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임다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jfkdnj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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