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비추거나 혹은 하얗게 불사르거나” 박유신의 ‘백야’[나명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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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안 감성'하면 귀보다 마음이 먼저 울컥 움직여버린다.
박유신의 앨범 '백야(White Night)'를 듣는다는 것은, 빨간색이 날아가 버린 낡은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행위 같아서, 적당히 낯설고 적당히 익숙하다.
러시안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는 박유신이 직조해낸 첼로의 신비한 음 하나하나를 '러시안 감성'으로 정성껏 포장해 내놓는다.
온기를 한가득 품은 박유신의 첼로는 벽난로와 같아 슬그머니 의자를 당겨 앉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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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신의 앨범 ‘백야(White Night)’를 듣는다는 것은, 빨간색이 날아가 버린 낡은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행위 같아서, 적당히 낯설고 적당히 익숙하다.
흡입의 기운이 센 음악. 첫 번째 트랙을 열자마자 이 음악은 뜨거운 물에 떨군 몇 방울의 잉크처럼 내 속에 펼쳐놓은 도화지 위로 빠르게 번져 온다. 미야스코프스키의 첼로소나타 1번 D장조 Op.12 1악장 아다지오. 긴 하루에 가칠가칠해진 마음의 표피에 촉촉하게 스며든다.
러시안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는 박유신이 직조해낸 첼로의 신비한 음 하나하나를 ‘러시안 감성’으로 정성껏 포장해 내놓는다.
라흐마니노프가 쓴 두 개의 소품은 또 얼마나 아름답고 따뜻한지.
타닥타닥 장작이 타들어가는 소리, 반들반들해진 낡은 소파, 싫지 않은 묵은 냄새가 나는 카펫. 온기를 한가득 품은 박유신의 첼로는 벽난로와 같아 슬그머니 의자를 당겨 앉게 만든다.
앨범의 끝은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 g단조. 마지막까지 첼로와 피아노는 음의 펜으로 하얀 세밀화를 그려나간다. 조금도 과하지 않지만, 이 밤의 마음을 움직이기엔 한 스푼도 부족하지 않은 음악들.
그렇다. 이 앨범은 반드시 당신의 밤을 쪼개어 들어야 한다. 이 앨범 속 박유신의 첼로는 둘 중 하나다.
당신의 밤을 하얗게 비추거나, 혹은 하얗게 불살라버리거나.
※ 이 코너는 최근 출시된 음반, 앨범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코너의 타이틀 ‘나명반’은 ‘나중에 명반이 될 음반’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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