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파트값 7.0% 하락… 얼어붙은 거래 ‘묻지마 관망’

김순환 기자 2022. 12. 2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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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까지 고공행진하던 부동산 시장은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하반기 들어 전국 집값과 수익형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급랭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단지 모습. 한화건설 제공
서울 동대문구 한 재개발 지역 아파트 공사 모습. 삼성물산 제공

■ 2022년 부동산시장 돌아보니…

11월까지 전국 4.8% 내려… 세종시 11.9% 하락 ‘전국 최고’

10월말 기준 미분양 4만7217가구… 이달말 7만가구 달할듯

치솟던 청약경쟁률 급락했지만 주요도시 분양가는 되레 올라

오피스텔 등 수익형 급위축… 건설업계‘PF발 자금경색’심화

올해 부동산 시장은 상반기 강세와 달리 하반기 들어 급격히 위축됐다. 고공 행진하던 부동산 시장은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하반기 들어 떨어지기 시작, 9월 이후에는 전국 집값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주거 아닌 부동산 상품시장도 얼어붙었다.

20일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정보업체,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올해만 다섯 번의 금리 인상을 단행, 부동산 시장과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금리 인상 여파로 10월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가중평균 금리는 연 5.34%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도 8.0%에 육박했다. 이에 따라 전국 집값 하락이 본격화됐고, 청약 심리도 급랭해 전국에서 미분양 주택이 속출했다.

◇집값 급락에 미분양 주택 증가 = 상반기에 큰 움직임이 없던 부동산 시장은 금리 인상 영향으로 하반기 들어 주택 매매값과 전셋값이 급락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기준 올해 1∼11월 전국 아파트값은 4.8%(누적) 내렸다. 이는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3년 12월 이후 1∼11월 기준은 물론, 연간 기준 가장 큰 낙폭이다.

전문가들은 12월까지 포함하면 올해 하락률 7.0%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도 하고 있다.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세종시로 11.9% 떨어졌다. 수도권은 인천 8.2%, 경기 6.6%, 서울 4.9%나 떨어졌다. 민간 통계인 KB국민은행 조사에서는 그나마 낙폭(1∼11월 누적 -1.63%)이 적었다. 아파트 전셋값도 하락했다. 11월 기준 아파트 전세가 변동률은 전국 -2.36%, 수도권 -3.21%, 지방 -1.57%를 기록했다.

집값이 하락하면서 미분양주택도 속출했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4만7217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4만1604가구) 대비 13.5%(5613가구) 증가한 수치로, 2019년 12월(4만7797가구) 이후 최대치다.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전국적으로 7077가구나 됐다. 주택업계에서는 11월과 12월을 합하면 미분양 주택이 7만 가구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올해 부동산 시장 ‘거래절벽’이 이어지면서 주택 매매 거래량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23년 주택 시장 전망’에 따르면 1∼10월 주택 매매 거래량은 45만 건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 89만4000건의 50% 수준이다.

◇청약경쟁률 급락 불구, 분양가는 상승 =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전국에서 일반에 공급된 주택(특별공급 등 제외)은 15만2079가구(수도권 5만552가구)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13만2045가구보다 증가한 것이다. 지역별로는 경기도(3만5376가구), 충남(1만6041가구), 충북(1만2738가구), 대구(1만1500가구), 경북(1만957가구), 경남(1만613가구) 등에 많이 공급됐다.

상반기에만 해도 수십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던 곳이 많았던 신규 분양 시장은 하반기 들어 청약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청약시장에도 이른바 ‘묻지 마 청약’이 사라지고 ‘묻지 마 관망’ 현상이 뚜렷해졌다.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분석한 결과 12월 7일 기준 전국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8.5 대 1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평균 6.7 대 1을 기록한 이후 8년 만에 한 자릿수 경쟁률이다.

1순위 청약경쟁률은 2015년 11.1 대 1을 기록한 뒤 2016년(14.3 대 1), 2017년(12.0 대 1), 2018년(14.2 대 1), 2019년(14.8 대 1) 등 매년 두 자릿수를 유지해왔다. 2020년에는 전국 평균 경쟁률이 26.8 대 1까지 치솟았고, 지난해에도 19.1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나마 올해 1순위 청약경쟁률이 높았던 곳은 부산(37.4 대 1), 인천(15.3 대 1), 대전(11.9 대 1), 경남(10.6 대 1) 등이었다. 11개 시도는 한 자릿수 경쟁률에 그쳤고, 대구는 0.3 대 1로 전국 최저 경쟁률을 보였다.

면적별로는 전용면적 59㎡ 이하 소형 아파트의 평균 경쟁률이 13.3 대 1로 높았다. 85㎡ 초과 중대형은 11.1 대 1, 65~85㎡ 중소형은 7.1 대 1이었다. 하반기 들어 청약 경쟁률이 저조해지면서 수도권에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고도 계약하지 않은 주택도 전년 동기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김운철 리얼투데이 대표는 “올해는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전국 평균 청약경쟁률이 한 자릿수를 기록해 분양시장에 대한 차가워진 수요자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집값 하락, 저조한 청약경쟁률과 달리 아파트 분양가는 상승했다. 서울의 3.3㎡당 분양가는 지난해 2945만 원 수준에서 올해 3522만 원까지 577만 원 올랐고, 울산 321만 원(1488만 원→1809만 원), 대구 316만 원(1716만 원→2032만 원), 대전 275만 원(1330만 원→1605만 원) 등 주요 도시도 분양가격이 많이 올랐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의 12월 12일 조사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2.1(100 기준)로 2012년 7월 조사 이후 가장 낮았다.

◇수익형 부동산도 ‘빨간 불’ = 고금리와 실물경기 침체로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생활숙박시설, 상가, 지식산업센터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부동산 상승기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규제로 호황을 누렸지만 고금리로 급격히 위축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11월(24일 기준)까지 오피스텔은 전국 8972실 모집에 1만974건이 접수됐지만 평균 경쟁률은 1.2 대 1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만4899실 모집에 37만1007건이 접수돼 경쟁률이 24.9 대 1이었던 것이 비하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거래도 급감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1∼10월 전국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 건수는 총 6만1577건으로 전년 동기 8만3230건에 비해 26%나 감소했다. 하반기 들어서는 더 감소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7∼11월 전국 오피스텔 매매량은 1만1854건으로 전년 동기(2만4436건) 대비 51.5% 줄었다. 같은 기간 서울도 7446건에서 3769건으로 49.4% 줄었다.

부동산 규제의 틈새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생활형숙박시설(생숙)도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 중동의 한 생숙 사업지는 결국 사업비 300억 원을 추가로 들여 오피스텔로 전환하는 공사에 착수했고, 지난해 분양 시 657 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던 서울 강서구의 한 생숙은 최근 마이너스 프리미엄(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나와 있다.

◇주택업계, 부동산 시장 PF발 ‘진퇴양난’ = 하반기 들어 부동산 시장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자금경색이 심화했다. 지난 9월 강원 춘천 레고랜드 사태(강원도의 회생신청 계획 발표)가 시발점이었다. 부동산 금융시장에서 강원도의 채무불이행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후 전국 대부분의 부동산 PF 사업장은 금융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증권사, 저축은행 등이 PF 대출 부실 우려로 예상보다 높은 고금리 이자율을 적용하면서 PF 대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PF 중단 영향으로 중소형 건설사들의 자금 경색이 악화하는 가운데 충남지역 6위의 종합건설업체인 우석건설이 아파트를 짓다 부도 처리됐고, 경남지역 도급 순위 18위인 동원건설산업도 결국 도산했다. 부동산 PF발 자금 경색과 공사비(자재비+인건비 급등) 상승으로 건설투자는 대폭 줄 전망이다. 27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던 올해 건설투자액은 257조 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순환 기자 s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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