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사 갑질’ 피해자 츄의 갑질[MK초점]
츄와 블록베리의 갈등은 올해 초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소식 이후 수면 위에 떠오르며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츄는 활발한 개별활동에도 불구, 올 상반기 Mnet ‘퀸덤2’ 레이스와 지난 6월 이달의 소녀 앨범 활동에 참여한 것 외엔 투어 등 콘서트에 불참하며 묘한 기류를 이어갔는데 급기야 지난달 25일 소속팀에서 퇴출돼 충격을 안겼다.
블록베리는 츄 퇴출 발표 당시 “최근 당사 스태프를 향한 츄의 폭언 등 갑질 제보가 있어 조사한바 사실로 드러나 회사 대표자가 스태프에게 사과하고 위로하는 중”이라며 “당사는 책임을 지고 이달의 소녀에서 츄를 제명하고 퇴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반면 츄는 사흘 뒤인 지난달 28일 자신의 SNS를 통해 “팬분들께 부끄러울 만한 일을 한 적은 없다”고 소속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양측의 긴 침묵을 깨고 19일 디스패치는 츄가 블록베리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의 배경이 된 정산 문제 그리고 이후 츄와 블록베리가 지난 4월 체결한 별건계약의 내용을 공개했다. 또 츄가 팀에서 제명, 퇴출된 사유로 알려진 ‘갑질’의 실체가 담긴 문자 메시지도 함께 공개했다.
블록베리는 지난 2016년 10월부터 매달 한 명씩 이달의 소녀 멤버 공개와 개인 싱글앨범 발매를 했고, 2018년 8월 12명의 완전체 그룹 데뷔를 했다. 블록베리는 근 2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개인 앨범 12장을 비롯해 유닛 앨범 3장, 총 15장의 앨범을 냈고 뮤직비디오도 각각 찍어 60억 원의 돈을 쏟아부었다.
지난 5년간 블록베리가 이달의 소녀에 투입한 비용은 앨범 24장, 뮤직비디오 44편 등 무려 170억 원에 달한다. 중소기업에서 보기드문 이른바 ‘200억 프로젝트’라는 표현이 과장된 게 아니다.
아이돌 그룹이 성공만 한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는 건 시간문제인 만큼, 유례없는 과감한 투자도 있을법한 일이라 쳐도 이달의 소녀를 둘러싼 진짜 문제는 소속사와의 비정상적 계약 관계였다.
디스패치에 따르면 블록베리는 멤버들과 수익 배분을 7(회사):3(멤버)로 나눴고, 비용은 5:5로 나눠 댔다. 수익과 비용의 배분율이 다른 것도 문제인데, 블록베리는 전체 매출에서 비용을 제하고 수익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수익을 먼저 나눈 뒤 비용을 제했다. 이같은 ‘후정산’ 방식에 따르면 비용이 매출의 70% 이상이 되면 멤버는 자동적으로 마이너스가 된다.
소속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멤버들에게 떠넘긴 셈이며, 멤버들로선 활동을 하면 할수록 빚이 쌓이는 기이한 구조다. 이는 멤버들의 활동 의욕을 떨어뜨리는 것을 넘어서, 명백한 소속사의 불공정계약. ‘갑질’이었고 계속 활동하기 위해선 바로잡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었다.
‘깨물하트’ 히트 이후 방송가의 쏟아지는 러브콜 속, 개별 활동을 활발하게 펼쳐온 츄로서는 더더욱 그랬다.
이같은 정산 구조를 뒤늦게 알게된 츄는 올 1월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며 츄의 손을 들어줬다. 승소 후 츄는 개인명의로 된 법인을 차렸지만 블록베리와 논의 끝에 이달의 소녀 활동도 이어갔다. 이후 개인활동 수익은 모두 츄가 가져갔고, 이달의 소녀 활동에 따른 수익-비용 배분만 별건계약에 따라(종전 7:3에서 3:7로 변화) 소속사와 나눴다.
이외에도 츄는 계약 위반시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가졌고, 이달의 소녀 활동 불참 권리도 확보했다. 이 별건 계약상 이후 관계의 주도권은 블록베리 아닌 츄가 갖게 된 셈이다.
보도에 따르면 츄는 B 실장에게 “이딴 걸로...1초 가지고 뭐라 하시는 거냐. 저 이번 앨범 빠진다. 진짜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라고 했다. 또 B 실장의 답장이 늦어지자 “사람이 잘못 반성할 생각을 안 하고...답장 안해요? 대답 대답”이라고 다그친다.
이 대화는 츄가 과거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신곡 안무를 선보인 것을 A 대표가 문제 삼는 과정에서 나왔다. A 대표가 츄의 모친에게 “포인트 안무 아직 알려지면 안 되는데 어쩌죠”라고 문자를 보내자 츄의 모친은 대표로부터 받은 문자 내용을 츄에게 전달했고, 이를 본 츄가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츄는 “작작 조심하시라. 정말이다. 마지막 경고”라며 “A 대표한테 그대로 전하시라”고 말했고, B 실장은 “지우양(츄의 본명) 이런 일로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내부 직원들 다시 한번 경고 하겠다. 마음 불편하게 해서 미안하다. 대신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디스패치는 또 지난해 11월 츄와 D 이사 사이의 요율 조정 관련 미팅 녹취록도 공개했다. 해당 대화에서 D 이사는 츄에게 계약 요율을 설명하던 중 ‘초등학교 나왔지?’라는 농담을 건네고, 이에 츄는 정색한다.
츄는 이와 관련해 디스패치에 “B실장에게 화를 낸 게 아니다. 회사 운영 방식에 화가 나 하소연을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D이사의 대화를 예로 들며 “회사에서 어린애 취급을 했다. 사람을 무시하는 느낌을 받았고, 불신이 쌓인 상태에서 상처를 받았다. 강하게 말해야 들어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말을 세게 한 적도 있다. 어쩔 수 없는 사람인지라 실수했다”고 밝혔다.
해당 보도에 여론은 뜨거웠다. 블록베리의 부당한 정산 계약 내용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츄의 날 선 반응에 충분히 수긍이 된다는 여론이 다수다. 하지만 츄가 기존 보여준 이미지와 사뭇 다른 메신저 대화록에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워딩으로 남은 츄의 발언은 씁쓸하다. ‘갑’의 부당한 정산에 과감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비록 기존 계약관계까지 소급 적용받진 못하더라도)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며 자기 권리를 찾은 야무진 태도는 좋다.
하지만 스스로 피해자라는 인식이 너무 강해, 자신의 발언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가해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잠시 망각한 것은 아닐까. 그것이 설령 회사를 상대로 한 날선 반응이라 해도, 번짓수를 잘못 찾았다면 결국 그 자체로 또 하나의 갑질이 될 수 있다.
전후 사정이야 있겠으나 팬들에게 부끄러울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던 츄는, 활자화 되어 남아 있는 자신의 문자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들까.
물론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츄가 이번 사태를 야기한 당사자이지만, 명백한 소속사 갑질의 피해자라는 사실이다. 소속사 역시 츄의 갑질을 폭로하려다 오히려 불공정 계약이라는 역풍을 맞았다. 츄의 러블리한 이미지에 흠집을 내는 데 성공했을지 몰라도 결국 제 얼굴에 침 뱉기였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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