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바이러스 전파의 주범' 박쥐는 억울하다
동물과 사람 사이를 오가는 인수공통감염병들
2019년 12월 '코로나19'가 '우한 폐렴'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세상에 존재를 드러내고, 그로부터 석 달 만에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을 선언하자 이 미지의 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이 폭증했습니다.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바이러스가 왕관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라틴어로 왕관을 뜻하는 '코로나'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소소한 내용에서부터, 인수공통 감염병이라는 조금 생소한 단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인수공통감염병은 동물과 사람 사이를 오갈 수 있는 병원체, 예컨대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병을 말합니다. 흔하게는 모기를 매개로 감염되는 말라리아, 진드기를 통해 감염되는 SFTS 같은 감염병도 인수공통감염병에 해당합니다. 2015년 유행했던 메르스 기억하시죠? 당시 우리 현실에 맞지 않게 '낙타와 밀접 접촉하지 말라'고 강조했다가 보건당국이 뭇매를 맞았는데, 메르스도 전형적인 인수공통감염병에 속합니다. 주된 숙주 중 하나가 낙타인 겁니다. AIDS, 에볼라, 엠폭스(원숭이 두창) 모두 인수공통감염병이고요.
인수공통감염병이 가장 위협적인 순간은 동물의 몸에 살던 병원체가 어떤 계기를 통해 사람에게 넘어왔을 때일 겁니다. 전문가들은 '종간 장벽을 뛰어넘었다'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런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코로나19를 통해 봤듯이, (바이러스 입장에서) 변이가 성공적인 경우 이 새로운 병원체에 대한 면역이 전혀 없는 사람들 사이에 빠른 속도로 퍼질 위험이 매우 큽니다.
헨드라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오기까지
함께 노출돼 잇따라 감염된 2명 중 1명이 숨질 만큼 치명적인 바이러스지만, 헨드라로 인한 감염이 일상적으로 일어나지는 않았습니다. 과거에도 존재했지만 사람에게 위협적이지 않았던 바이러스가 왜 전면에 모습을 드러냈는지, 대체 어떤 경우에 바이러스가 말이나 사람에게 전파되고, 어떤 조건일 때는 전파되지 않는가는 한동안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었습니다. 지난달 <Nature Briefing>에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최근 연구가 실렸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박쥐가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하는 극한 환경에 놓였을 때, 사람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퍼뜨릴 위험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 X축 : 주(week)
- Y축 : 헨드라 바이러스 양성인 박쥐 배설물 웅덩이 비율
- 베이지색 : 기존 서식지
- 회색 : 새로운 월동지
- (a) : 전년도 식량 부족 없음
- (b) : 전년도 식량 부족
공동연구팀은 기간을 좁혀,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2011년 7월부터 2014년 7월 사이 날여우박쥐 서식지 아홉 곳에서 수집한 박쥐 배설물에서 검출된 헨드라 바이러스 데이터 등을 분석했습니다. 날여우박쥐는 새로운 서식지에서 겨울 동안 바이러스를 배출합니다. 그리고 전년도에 식량이 부족했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래프 참조)
그럼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면, 몇 년 뒤 헨드라 바이러스 노출이 많아지는 걸까? 반드시 그런 것은 또 아닙니다. 연구팀은 2018년 엘니뇨가 발생해 다음 해인 2019년 가뭄이 심했는데도, 2020년 헨드라 바이러스 감염이 단 한 건에 그친 것에 주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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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현 기자burnet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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