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코리아 ‘RPA 2기’를 전망한다-①] ‘시민 개발자’를 춤추게 하라!
세계적으로 RPA를 도입한 역사는 22년이 넘었지만, 아직 한국은 대기업 기준으로 3~5년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 시장의 경우, 기업의 업무 자동화는 개인 및 개별 부서 중심의 태스크 자동화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일부의 기업이 프로세스 트랜스포메이션 단계로 넘어 가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비용 및 표준화 등의 어려움으로 전사적 확장 단계로 나아 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RPA 3~5년 차, 왜 프로젝트 확산이 어려울까? 기업이 RPA를 도입하고 약 3년 정도 지나면 운영, 관리 측면에서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하는데, 그 중에서도 비용 및 표준화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 할 수 있다. 초기 개발이 끝난 후, 자동화 프로세스를 계속 수정하고 변경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다 보니, 이로 인해 내부적으로 투자-대비-효과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거버넌스 문제도 있다. 많은 기업이 개별 사용자 업무 중심의 자동화(RDA, Robotic Desktop Automation) 또는 사람의 개입이 필요한 어텐디드 봇(Attended Bot)을 활용한 자동화를 주로 추진해왔는데, 이런 경우 자동화 업무가 중앙에서 통제되지 못한 채, 개인 데스크톱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효율적이고 일괄적인 통제 및 관리가 어렵다. 보안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그런데 더욱 크리티컬한 부분은 표준화다. RPA는 다른 시스템 소프트웨어들과는 달리 운영단계에서 필연적으로 많은 변경과 수정이라는, 마치 '전쟁'과도 같은 '뜨거운 소통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용자의 요구사항은 수시로 바뀌고, 유관부서의 요청도 거듭 바뀐다. 개발을 시작할 때부터 이러한 문제를 직시하고 쉬운 변경과 수정, 쉬운 디버깅 그리고 재사용과 재활용성이 용이하도록 표준화를 제정해 놓지 않으면, ‘전쟁’은 계속된다.
돌이켜 보면, 기업의 표준화, 자동화라는 새로운 개혁의 물결의 주인공은 당연히 현업 업무 전문가, 업무 담당자들이어야 했다. 이들이 기업의 프로세스 오너이자 사용자 즉 프로세스 전문가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체가 되어야 할 이들은 소외됐고, IT 개발자들을 위한 보조적인 역할로 만족해야 했다. IT 개발자가 주인공이 돼버린 자동화. 그리고 지속되는 프로세스의 수정과 변경... 전문가들은 RPA에서의 많은 문제점이 여기에 기인한다고 말한다. 국내 다수의 기업들이 RPA 도입 단계를 지나 확산 단계로 자연스럽게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도 결국 따져보면 이 문제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국내 기업의 전정한 혁신을 위한, 제대로 된 RPA와 하이퍼 오토메이션을 위해선 무엇보다도 자동화의 대상을 올바로 정해야 한다. 단위 업무인 태스크가 아니라, 여러 부서를 거쳐 유기적으로 전개되는 엔드투엔드(End-to-End) 디지털 프로세스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현업의 업무 담당자들이 이 같은 디지털 프로세스 리디자인을 위한 주인공 즉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개발 문법과 언어를 몰라도 디지털 프로세스를 능히 디자인할 수 있는 적정한 툴 즉 로우코드∙노코드 플랫폼이 주어져야 하며, 이를 이용해 디자인된 디지털 프로세스의 아키텍처와 자동 생성된 소스가 고스란히 IT 개발자들과 서로 100% 호환되고, 이해되고 또 실시간 공유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태스크 위주의 자동화 단계를 국내 ‘RPA 1기’로 본다면, 이 같은 단계를 ‘RPA 2기’라 할 수 있다. 국내 RPA 시장이 ‘RPA 1기’를 지나 ‘RPA 2기’로 나아갈 때, 비로서 현업의 업무 담당자들이 디지털 프로세스 개선의 주체로 우뚝 설 수 있으며, 이들이 마음껏 ‘춤 추며’ 디지털 프로세스를 디자인할 때, 디지털 워커의 숫자도 비로서 1,000개, 2,000개, 3,000개…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수준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RPA 2기’ 연착륙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은 무엇일까? 기자는 세밑에 흰 눈이 펑펑 내리는 날, 그간 국내 RPA 시장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해 화제가 됐던 블루프리즘의 김병섭 전무를 만나, 진정한 국내 RPA 시장의 발전과 2023년 ‘RPA 2기’로의 성공적인 진입을 위한 방안에 대해 묻고 또 의견을 나누었다. 이후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로 질의와 응답을 이어 나갔으며, 이렇게 논의됐던 내용을 요약하여 5회에 걸쳐 싣는다.
① RPA에서 시민 개발자의 역할과 역량 내재화
② 태스크 자동화에서 프로세스 자동화로의 진화(엔터프라이즈 아키텍쳐)
③ 디지털 프로세스로의 혁신(태스크, 프로세스 마이닝을 통한 디지털 프로세스 혁신)
④ 디지털 프로세스로의 혁신을 주도하는 자동화 CoE 구성과 사례
⑤ RPA 관련 CIO의 두가지 고민 – 시스템 통합과 'RPA + AI'
Q. 한동안 IT 업계에서 개발 직군 인력난의 대안으로 ‘시민 개발자’가 떠올랐지만, 현장에서는 다소의 ‘온도차이’가 있었다. 기업에서 느끼는 시민 개발자 양성의 한계와 어려움은?
A. 성공적인 자동화 여정을 위해서 시민 개발자 모델은 꼭 필요한 요소 중 하나다. 최근 여러 기업에서 시민 개발자 모델을 받아들이고, 적용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기업에서 느끼는 시민 개발자 양성의 한계와 어려움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현업 업무 전문가가 자동화의 핵심인 보안과 거버넌스 규정을 모두 준수해 가며 자동화를 개발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엄격한 보안과 IT 거버넌스가 유지되지 않은 채로 만들어진 자동화 프로세스는 유지 관리가 어려움은 물론, 여러 리스크들이 발생할 가능성 크다.
두 번째는 대부분의 자동화 업무는 기업의 데이터를 다뤄야 하는데, IT 조직과의 협업 없이 현업 업무 전문가 스스로 데이터를 관리하거나 통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마지막은 기술적인 문제다. 자동화 프로세스의 변경 처리, 예외 혹은 오류 상황, AI 기술과의 접목 등과 같은 점점 복잡해지고 고도화되어가는 기술적 문제를 현업 전문가가 대처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Q.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민 개발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해 보인다. 시민 개발자의 정의는 무엇이라 보는가?
A. 블루프리즘이 정의하는 시민 개발자란, 기존의 업무 프로세스를 디지털 프로세스로 새롭게 설계하고 혁신하는 사람이다. 즉, RPA에서의 프로세스 개발과 IT 기능 로직의 개발을 이원화해 시민 개발자는 프로세스 개발에 집중하고, IT 전문가는 IT 기능 로직을 개발하도록 한다는 개념이다.
참고로, 블루프리즘은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1) IT 전문가를 위한 개발 툴과, 2) 현업 업무 전문가가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구현하는 데에 필요한 개발 툴을 분리해 각각을 위한 두 가지 종류의 개발 툴을
제공하고 있다.
Q. 세계적으로 RPA를 잘 성장 및 발전시킨 기업들을 어떤 단계를 거쳤으며,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그리고 각 단계에서의 시민 개발자의 역할은 무엇이고 어떻게 변화했는가?
A. 세계적으로 RPA를 잘 성장 및 발전시킨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지녔다. 먼저 작은 규모라도 자동화 도입 초기부터 자동화 CoE 조직을 구성했으며, 단계별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한 플랫폼 검증을 시행했다. 또한 프로세스 분석, 설계, 운영 등을 담당하는 프로세스 전문가 양성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으며, 자동화 CoE 규모가 커지면서 로봇운영모델(ROM, Robotic Operating Model)의 완성도도 향상되었다. 이외에 프로세스 자동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로 RPA 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를 채택한 점 또한 공통적인 특징으로 볼 수 있다.
이들 기업의 RPA 도입 및 확산 과정을 보면 크게 5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도입 단계(첫 1년)는 파일럿 및 개념을 검증하는 단계로, 다양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를 통해 검증하는 과정이 이루어진다.
이후 진입 단계(2-3년차)에서는 프로세스 자동화로 전환하는 단계로, 간단한 AI 기술 연계 및 다양한 형태의 프로세스 자동화를 시도하고 자동화 CoE 조직 구성 및 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한다.
확산 단계(3-4년차)에서는 본격적인 자동화 전사 확대 및 지능형 자동화가 실현된다. 지역별, 글로벌 자동화 인프라 확산을 위한 환경이 구축되며, 다양한 AI 및 분석 도구를 활용해 디지털 워커의 업무 범위와 기술을 향상시켜 지능화 자동화가 본격 실현된다. 또한 미래의 자동화 인재 양성을 위한 자동화 아카데미를 설립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변혁 단계(4-5년차)는 디지털 워크포스를 구현하는 단계로, 자동화 프로세스 배포와 플랫폼화에 주력해 휴먼 워커와 디지털 워커가 공존하는 디지털 워크포스 체계가 마련된다. 이 단계에서는 기업 내 CoE 조직이 확대되고 로봇운영모델도 업그레이드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워크포스 단계(5년차 이후)에 진입한 기업은 대규모 디지털 워커 운영과 함께 전사적 차원으로 ‘디지털 워커 우선 활용’ 문화를 확산하고, 휴먼 워커는 새로운 프로세스의 개발 및 혁신 그리고 수익 창출에 전념하는 고도화된 디지털 워크포스 환경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Q. 그렇다면 RPA 초기단계에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효율적으로 프로세스 역량을 내재화하기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A. 역량 내재화는 진정한 의미의 시민 개발자, 즉 업무 자동화를 위한 다양한 디지털 기술들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워크플로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프로세스 개발자 육성에서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몇 년간 현업 업무 전문가에게 시민 개발자라는 역할을 부여하고 IT 기술 측면의 RPA 개발을 기대해 왔다. 그러나 프로세스 설계와 개발, 운영 역량을 갖춘 개인 혹은 조직이 준비되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자동화 초기부터 기업 내부적으로 프로세스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바로 역량 내재화의 핵심이다.
앞서 설명한 기업들 역시, 주로 확산 단계에서 미래의 자동화 인재 양성을 위한 자동화 아카데미를 설립하였다. 그리고 현업 업무 전문가들을 프로세스의 설계 및 개발 역량을 갖춘 시민 개발자로 양성한다. 시민 개발자들은 RPA 아카데미를 통해서, 태스크 자동화 수준의 파일럿 프로젝트에서부터 시작해 새로운 프로세스 기회를 발굴하고 이를 디지털 프로세스로 설계 및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다. 이러한 역량이 고도화되면 ‘디지털 워커 우선 활용’ 문화의 선구자로 거듭날 수 있다.
이렇게 프로세스 개발자 양성을 시작으로, 기업은 로봇 운영 모델(ROM)과 자동화 전문 조직 (CoE: Center of Excellence)을 성장 및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자동화 역량 내재화이며, 기업은 보다 더 수준 높은 지능형 프로세스 자동화의 단계로 넘어 갈 수 있다.
Q. 최근 일부 국내 기업에서 RPA 예산을 축소하거나 확산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있는데, 글로벌 시장 현황은?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A. 시민 개발자 모델에 대한 오해 그리고 프로세스 자동화와 태스크 자동화가 비슷한 것이라는 인식, 이 두 가지가 RPA 확산 실패의 주요 원인이라고 본다.
현업 전문가들은 매우 간단한 업무에 대해서만 레코딩 방식으로 태스크 자동화가 가능했고, 그러한 태스크 자동화도 RPA라는 오해에서 프로세스 설계 및 개발 능력을 전혀 키우지 못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태스크 자동화는 RDA(Robotics Desktop Automation)로 진정한 의미의 RPA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RDA를 통해서는 기업 내 변화나 변혁을 기대하기 힘들다.
분명한 사실은 RPA 확산을 포기하거나 예산을 축소하는 것이 결코 세계적인 현상은 아니라는 점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에서 RPA가 가장 저성장하는 지역으로 한국이 꼽힌다.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은 ‘하이퍼-오토메이션을 통한 디지털 프로세스 혁신’을 일관되게 추구하고 있다.
류지영 전자신문인터넷 기자 (thankyo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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