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결산] 우려 속 치러진 첫 겨울·중동 월드컵, 제법 괜찮았다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트로피가 아르헨티나의 품에 안기면서, 약 한 달 동안 지구촌을 들썩이게 했던 '세계 최고의 축구 축제'도 모든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월드컵은 사상 처음으로 중동에서 그리고 겨울에 열린 특별한 대회였다. 이전의 월드컵과는 환경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울러 개최국 카타르가 선정 과정부터 이런저런 잡음을 일으켰고 너무 작은 나라에서 개최돼 선수단과 팬들을 불편하게 할 것이라는 지적도 따랐다. 막을 올릴 때까지도 불안함을 지우지 못했다.
하지만 문을 닫으며 돌이켜보면, 제법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역시나 '오일머니'가 힘을 발휘했다.
'사막의 나라'라서 무더위라는 치명적 단점을 갖고 있었지만 경기장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파격적인 지원으로 선수들과 팬들이 20도 안팎의 쾌적한 기온에서 월드컵을 즐기도록 했다. 또 최신식 '메트로'를 설치하고 수천 대의 셔틀 버스를 무료로 운행, 팬들의 이동을 도왔다.
'숙소난'을 해결하기 위해 카라반과 컨테이너를 활용한 초대형 팬 빌리지도 조성했다. 문제가 될 만한 요소들을 돈으로 메운 초호화 인프라 덕분에 우려에 비해서는 비교적 원활하게 운영됐다.
경기 내적인 긍정 요소도 많았다. 우선 16강에 남미와 유럽은 물론 아시아, 북중미, 아프리카까지 모든 대륙의 팀이 진출, 진정한 지구촌 축제라는 의미를 챙겼다.
한국이 포르투갈을 잡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를 꺾는 등 초반부터 이변이 많이 일어나 팬들을 흥분시켰다.
또한 아르헨티나 프랑스 결승전의 3-3 난타전을 포함해 172골이 터져, 1998년 프랑스 대회와 2014년 브라질 대회(171골)를 제치고 역대 최다 골 대회라는 명예도 얻었다.
마지막 월드컵임을 선포했던 '이 시대 최고의 슈퍼스타' 리오넬 메시가 결승전에서 역대 최다 출전 기록을 세우고, 첫 트로피를 수령하는 모습은 화룡점정이었다.
카타르가 워낙 '작은 나라'라 '큰 월드컵'을 다 품을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이 컸지만, 작은 덕분에 '콤팩트한 월드컵'이라는 장점이 생기기도 했다.
작은 도시에 8개 경기장, 훈련장, 숙소 등이 모여 있어 선수들과 팬의 이동이 수월했다. 대륙을 아우르는 여러 도시가 아닌 작은 공원 하나에 '팬 페스티벌을 조성한 덕에 누적 관중 180만명이 한데 어우러져, 폭발력이 대단했다.
그라운드 위뿐 아니라 관중석에서도 그동안 주를 차지했던 유럽과 남미 대신 아랍과 서아시아의 관중이 많이 경기장을 찾아, 새로운 주인공이 됐다.
FIFA는 "중동과 아랍의 축구 팬들의 에너지는 앞으로 세계 축구계를 이끌어갈 큰 양분임을 확인했다. 서양과 동양이 적절하게 조화된 최고의 대회라고 감히 표현하고 싶다"면서 이번 대회를 자찬했다.
남자 월드컵 첫 여성 주심의 등장과 반자동 오프사이드 제도의 성공 등 유의미한 성과도 있었다.
다만 잔치 분위기 속에서도 잡음이 분명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개최지 선정 과정부터 비리로 얼룩졌던 카타르는 시작도 하기 전부터 윤리적으로 자유롭지 못했는데, 대회 기간에도 추문이 끊이질 않았다. 결국 FIFA 유럽 의회 부의장 등이 뇌물 수수 혐의로 벨기에 검찰에 기소됐다. '부정 대회 의혹'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팬들을 향한 상식 이하의 제약도 문제가 됐다. 이슬람 율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카타르 정부가 개막 직전 공공장소는 물론, 경기장 내에서도 '축구의 꽃' 맥주 판매를 불허해 논란이 됐다. 아울러 여성의 복장도 노출을 할 수 없도록 강하게 규제했다.
성 소수자 탄압과 이주 노동자 착취 문제 등의 문제도 있었다. 보고에 따르면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서 6000여명의 노동자들이 숨졌고, 대회 기간에도 보안 요원들이 목숨을 잃었다.
관련한 행동들도 이어졌다. 덴마크는 대회 보이콧 메시지를 담은 유니폼을 제작했고, 독일 대표팀은 '입 가리기' 퍼포먼스, 잉글랜드 대표팀은 무릎을 꿇는 'BLM' 퍼포먼스 등을 통해 FIFA에 '포용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고 경고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꽤 오래 이어졌다.
또한 '잔칫집 주인'들의 성숙하지 못한 축구 문화도 아쉬웠다.
안방서 대회를 개최한 카타르 국민들은 홈팀 카타르가 큰 스코어로 뒤지자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관중석을 떠나버렸다.
결국 관중석은 텅텅 빈 채 '최신식' 에어컨만 빵빵하게 나오는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기본적인 매너에 대한 아쉬움이 따른 주인집이었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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