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에 빠진 미술시장…활기찾는 미술관과 비엔날레 [어떻게 보십니까 2023]

2022. 12. 2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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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여파 미술시장 긴 침묵 예고
亞 최대 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 개최
호암미술관 김환기 전 등 기대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2022년 ‘프리즈 서울’로 아시아 아트허브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한국 미술은 계묘년엔 어떤 모습일까. 2023년 9월엔 ‘프리즈 서울’이 2회째 열리고, 그보다 앞선 4월엔 아시아 최대 비엔날레인 광주비엔날레가 열린다. 시장은 한 템포 쉬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술관과 전시장은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울 것으로 기대된다.

침묵에 빠진 미술시장
고환율·고이율·저성장이라는 악재에 미술시장도 찬바람이다. 지난해 9223억원까지 커진 한국 미술시장 규모가 올해 1조원을 넘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1월 열린 대구국제아트페어에서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헤럴드경제DB]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양적 완화의 끝에서 한국 미술시장은 지난 2년간 급격한 성장을 했다. 2020년 3849억원이던 한국 미술시장은 2021년 9223억원까지 2배 넘게 커졌고, 2022년 상반기에만 5329억원으로 집계되면서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그러나 글로벌 브랜드 페어인 ‘프리즈 서울’이 끝나자 고환율·고이율·저성장이라는 악재에 미술시장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한국 미술시장 1조원 시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장 먼저 위축이 시작된 곳은 경매시장이다. 이미 지난 6월부터 낙찰률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낙찰총액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2022년 11월 말까지 국내 10개 경매사의 낙찰총액은 2230억원, 2021년 낙찰총액인 3242억원 대비 1000억원 넘게 적다.

빠르게 뜨거워지고 그만큼 급하게 식는 경매시장과 달리 1차 시장인 갤러리와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프라이빗시장은 견조한 편이다. 시장에서 선호하는 이우환, 박서보, 이건용, 이배 등 블루칩 작가를 비롯해 알렉스 카츠, 스탠리 휘트니 등 해외 거장의 작업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고, 프라이빗 세일도 거래가 뜸할 뿐 호가는 그대로다. 그러나 경매에서 유명 작가의 작품이 계속 유찰·취소된다면 컬렉터들의 심리도 차갑게 식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호가는 있지만 거래는 없는 ‘긴 침묵’이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한파가 몰아치지만…시장 후퇴엔 한계
제2회 ‘프리즈 서울’은 내년 9월 6~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지난해 9월 열린 제1회 ‘프리즈 서울’ 개막일에 VIP들이 입장을 위해 줄 서 있다. [헤럴드경제DB]

그렇다고 마냥 다운사이드만 열린 것은 아니다. 지난해 9월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프리즈 서울’은 내년 9월 다시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올해는 해외 유명 재단이나 미술관 관계자, 큐레이터, 디렉터 등이 방문했다면 내년엔 주변국의 큰손 컬렉터의 방문이 기대된다. 아시아 아트허브로 자리 잡기 위한 첫 걸음인 셈이다.

더불어 시장 후퇴에도 한계가 있다. 아무리 줄어든다고 해도 이미 1조원 가까이 커진 시장이 다시 3000억원대로 줄어들기는 쉽지 않다. 시장이 한창 뜨거울 때와 비교하면 당연히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이전보다는 훨씬 판매 분위기가 좋다는 것이 갤러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만큼 라이프스타일이 바뀌었다. 그림을 그저 사치품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곁에 두고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더불어 아트토이, 아트 컬래버레이션, 굿즈 등 유통과 패션산업으로 확장이 본격화한 것도 주요인으로 꼽힌다.

아시아 최대 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와 블록버스터 전시들
한 국미술의 자존심, 김환기의 회고전이 서울 호암미술관에서 2023년 4월 열린다. 리움미술관의 '영원의 노래',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의 '여인들과 항아리' '우주' 등 김환기의 명작 90점이 한자리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그림은 김환기의 '영원의 노래'다. 캔버스 유채, 162.4x130.1cm, 1957. [삼성문화재단 제공]

미술관엔 블록버스터급 전시가 예정됐다. 국내 최고 사립 미술관을 운영하는 삼성문화재단(이사장 김황식)은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에서 고미술, 근대, 동시대미술까지 총망라하는 전시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최고 컬렉션과 기획력을 갖춘 사설 미술관으로 명성과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리움에서는 ‘조선백자’전(2월)과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1월)을, 호암미술관에선 ‘김환기 회고전’(4월)과 ‘리움 소장품’전(9월)이 열린다. 김환기전은 리움이 2017년 개최 예정이었으나 당시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미술관이 휴관에 들어가면서 무기한 연기됐었다. 호암미술관이 재개관하면서 가장 처음 선보이는 전시로, 초기 작부터 작가의 대표작인 점화에 이르기까지 주요 작품 90여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재단 측은 “대표작은 물론 미공개 습작과 자료도 함께 살펴볼 것”이라며 “호암미술관은 기존의 고미술 중심의 전시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리움에서는 동시대 미술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논쟁적인 작가로 ‘미술계의 악동’이라 불리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개인전을 내년 1월 31일에 개막한다. 7월 16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개인전은 작가의 국내 최초 개인전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서울시립미술관은 미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화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의 개인전을 내년 4월 아시아 최초로 개최한다. 현대인이 겪는 군중 속 고독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작가로 꼽히는 에드워드 호퍼는 현재 뉴욕 휘트니미술관이 지난 10월 19일부터 내년 3월 5일까지 회고전을 하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지난 2019년부터 해외 유명 미술관과 연계해 선보이는 ‘해외 소장품 걸작선’의 일환으로, 휘트니미술관과 협력하에 열린다. 뉴욕 전시와 같은 버전은 아니지만 에드워드 호퍼를 좋아하는 미술애호가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최대 비엔날레로 꼽히는 ‘광주비엔날레’도 내년 4월 7일 개막한다. 전시 주제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도가의 ‘도덕경’에서 차용했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의 예술감독을 맡은 이숙경 테이트모던 수석큐레이터는 이질성과 모순을 수용하는 물과 같은 속성의 예술이 분열로 점철된 동시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방법론임을 역설한다. 세계 30개국 80여명 작가가 참여하며, 이 중 신작이 40여개, 한국에서 처음 소개되는 작가도 상당수다. ▷은은한 광륜 ▷조상의 목소리 ▷일시적 주권 ▷행성의 시간들 등 4개 소주제로 전개되며 광주 민주화정신, 전통의 재해석, 탈식민주의 및 디아스포라, 생태와 환경 문제를 다룬다. 광주비엔날레전시관과 국립광주박물관, 호랑가시나무폴리곤 등 세 곳에서 7월 9일까지 94일간 이어진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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