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다시 그리는 세계지도 [어떻게 보십니까 2023]
日 수출 1위…인도 등지로 확대
빅스트 필두로 4세대 그룹 약진
’포스트 BTS‘ 발굴 가능성 청신호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포스트 BTS #영토확장 #진화.
지난 몇 년간 K-팝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포스트 BTS’였다. 한국 대중음악 사상 전례 없는 성과를 써낸 주인공. 한국 가수 ‘최초’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 1위, 심지어 이 차트에서 여섯 개의 곡으로 1위만 17번에 올랐다. 게다가 ‘그래미 어워즈’에 후보로 입성한 최초의 한국 가수. 업계에선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확장한 K-팝의 위상을 ‘지속 가능’하게 해줄 제2의 BTS가 ‘과연 있냐’는 물음표가 노상 던져졌다. 여전히 깨지 못한 진기록이지만 올 한 해 K-팝은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 이미 ‘최정점’이라 생각했던 지금, K-팝은 더 큰 ‘세계지도’를 그리고 있다.가요계 관계자들은 “음반판매량, 유튜브 조회 수 등에서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새로운 시장에서 팬덤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2023년 K-팝의 전 세계로의 확장 가능성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가올 새해에도 청사진을 그리게 되는 이유는 올 한 해 ‘K-팝 지형도’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와 같은 K-팝 빅스타와 함께 4세대 그룹이 눈부시게 성장하며 새 활로를 개척했다. 그 결과, 2022년엔 역대 ‘최고’의 성과가 써졌다.
관세청의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11월 음반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5.6% 증가한 2억1569만8000달러(2821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12월 연간 수출액 2억2085만달러(2889억원)에 육박한 수치다.
이달 음반 수출액이 516만2000달러(68억원) 이상만 달성하면 한국 대중음악계는 또 한 번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다. K-팝은 2020년 4월 446만4000달러(59억원)를 기록한 이후 월별 음반 수출액이 520만달러를 줄곧 넘어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동영상 플랫폼에서의 성과도 상당하다. K-팝 아티스트들의 팬덤 규모와 변화량을 집계하는 케이팝레이더에 따르면, K-팝 관련 유튜브 영상 소비(2022년 기준)는 지난 3년간 약 2.5배 증가해 643억뷰를 기록했다.
음반과 영상 소비에서 K-팝의 ‘영토 확장’이 두드러진다. 음반 수출대상국을 살펴보면, 일본이 7751만3000달러(1014억원)로 가장 많았다. 케이팝레이더의 집계에서도 일본은 팬데믹 이전엔 K-팝 유튜브 영상 소비 해외 국가 5위였으나 2022년에는 7.5%의 비중으로 1위에 뛰어올랐다.
일본에 이어 음반 수출 대상국 2위는 중국으로, 5087만9000달러(665억원), 3위는 미국으로 3528만8000달러(462억원)를 기록했다. 이어 대만, 태국, 네덜란드, 독일, 홍콩, 인도네시아, 프랑스 등이 K-팝 음반 수출대상국 ‘톱 10’으로 조사됐다. K-팝 음반 수출 실적에 몰타, 몰디브, 스리랑카, 아이슬란드 등과 같은 새로운 K-팝 소비국이 포함된 것도 고무적이다.
인도 역시 K-팝의 ‘블루오션’으로 새롭게 떠올랐다. 케이팝레이더 관계자는 “3년 전에는 K-팝 관련 유튜브 영상 소비국가 10위 밖이었던 인도가 팬데믹 이후 일본, 인도네시아에 이어 3위 국가로 새롭게 급부상했다”고 설명했다. 인도에서 K-팝 유튜브 영상 소비 순위는 BTS가 21.4%로 1위, 블랙핑크가 18.1%로 2위, 리사가 4.6%로 3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 트와이스, ITZY(있지), 에스파, 싸이, 스트레이키즈, 세븐틴 등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확장한 세계지도를 바탕으로 K-팝 가수들의 팬덤은 과거 일부 빅스타 중심에서 더 다양한 그룹으로 ‘확장’했다. 케이팝레이더에 따르면, 2019년까지만 해도 K-팝의 인기를 이끄는 상위 50%는 5개팀에 불과했으나 2022년 기준 상위 50%를 이끄는 팀은 무려 10개로 늘었다. BTS와 블랙핑크를 필두로 트와이스, 리사, 스트레이키즈, 있지, 세븐틴, 에스파, 싸이, 아이유 등이 포함됐다.
케이팝레이더 관계자는 “팬데믹기간에 데뷔한 4세대 아이돌 그룹이 K-팝 성장모멘텀에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기간 데뷔한 4세대 K-팝그룹은 에스파, 엔하이픈, 아이브, 트레저, 케플러, 스테이씨, 엔믹스, 르세라핌, 위클리, 빌리, 뉴진스 등이 있다. 에스파를 비롯해 올 한 해 아이브, 르세라핌, 뉴진스, 엔믹스 등이 눈에 띄는 활약을 이어갔다.
일본이 ‘새로운 한류시장’ 1위로 떠오른 것 역시 4세대 그룹의 약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케이팝레이더 관계자는 “새로운 4세대 아이돌들이 골고루 인기가 두드러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봤다. 르세라핌(사쿠라, 가즈하), 빌리(쓰키), 아이브(레이), 엔하이픈(니키) 등 일본인 멤버가 속한 그룹들이 현지에서 탄탄한 팬덤을 확보하고 있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라는 빅스타의 성공과 더불어 K-팝은 세계 무대에서 새로운 방향성을 찾았다.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는 “팬데믹 이전의 K-팝시장은 특정 아티스트의 팬덤 중심으로 구성된 시장이었으나 점차 많은 아티스트가 글로벌 시장에 자리를 잡으며 K-팝 자체가 장르로서 소비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올해엔 K-팝이 미국 3대 대중음악 시상식인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에서 ‘단일’ 장르로 분류됐다. 김 평론가는 “미국에서의 상징적인 성공이 K-팝 사각지대까지 그 인기를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K-팝업계가 손꼽아 기다린 ‘포스트 BTS’의 정체도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올 한 해 가요계는 ‘걸그룹 전성시대’라 할 만큼 K-팝 걸그룹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영국과 미국 등 주류 음악시장 메인 차트(영국 오피셜차트, 미국 빌보드차트)에 입성한 것은 물론 200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량을 기록한 블랙핑크를 필두로, 아이브, 르세라핌, 뉴진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블랙핑크는 전 세계 걸그룹 최초로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엔터테이너’로 꼽혔다.
걸그룹의 약진은 K-팝의 진화를 의미한다. 대중성은 확보했지만 보이그룹에 비해 팬덤 결집력이 약하다고 여겨졌던 인식은 블랙핑크와 4세대 걸그룹의 등장으로 완전히 깨졌다. 매순간 새로운 기록을 써내려가는 걸그룹의 활약은 K-팝에도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업계에선 “포스트 BTS는 걸그룹에서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블랙핑크의 성과는 K-팝산업이 보이그룹 외에 걸그룹시장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해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블랙핑크를 비롯해 4세대 걸그룹은 향후 기존 대중시장 중심에서 팬덤 비즈니스 중심으로 활동 반경이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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