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조선산업 위주로 새로운 해양지리지 작성할래요" 거제 섬도
[파이낸셜뉴스] 여기 지역의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의 문제를 고민하는 청년 예술가가 있다.
내년 1월 21일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는 주제기획전 ‘일시적 개입’에 참여한 ‘거제 섬도’의 김은주 기획자는 거제도 출신이다.
서울서 예술을 전공하고 미디어콘텐츠 관련 직장에 다니던 그는 지난 2019년 나고 자란 고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제도를 거점으로 섬의 생태와 기반 산업에 대한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그는 2020년 11월 조선 산업에 대한 첫 전시 ‘첫 번째 파도’를 열었다.
지난해에는 통영-마산, 마산-부산-신항만-가덕도, 가덕도-대우조선 등 151시간에 달하는 리서치 항해도 감행했다.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공예술산업의 일환으로 '두번째 파도: 쇠로 만든 방주 표류하는 아고라' 세일링 포럼을 열었다.
이렇게 수집한 아카이브 776점 등은 지난 10월 같은 제목의 전시회를 통해 공개했다. 이때 전시 장소로 사용연한이 끝나 뭍에 방치돼있던 한국 최초 해상시험선 선진호를 택했다.
그렇게 선진호의 문이 9년 만에 열렸다. 이번 아르코 전시회에서도 건물 2-3층 높이의 선진호를 볼 수 있다. '파도 2 쇠로 만든 방주, 표류하는 아고라 전시 투어링' 가상현실(VR) 영상을 통해서다.
지역에 직접 오지 못하는 관람객이 최대한 실제처럼 느끼길 바라서 VR 제작을 택했다. 또 선진호는 임시 개방한 것이라 현재 다시 폐쇄됐다. 언제 다시 열릴지 몰라 기록의 목적도 있었다.
김 기획자는 “선진호의 문을 열자 마치 시간이 멈춰있는 것 같았다”며 “먼지 자욱한 그곳에서 소중한 자료를 많이 건졌다”고 돌이켰다. 물론 복잡한 행정 절차를 거치고 선박 안전진단을 하는 등 그 과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어려웠다. 하지만 결과는 뿌듯했다.
그는 “전시 장소로 유휴조선소를 섭외 할때도 쉽지 않았다”며 “조선소 불황에 문을 닫는 곳이 많았었는데, 먹고 살기도 바쁜데 무슨 문화라며 거절했다”고 돌이켰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설득하여 마침내 전시를 열자 관람객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조선소는 관계자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폐쇄적인 곳이라 그동안 내 가족과 이웃의 일터를 가까이서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작가 역시 생각이 많아졌다.
혹자는 왜 예술 활동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지역, 거제도에서 활동하냐고 묻는단다. 김 기획자는 “뒤늦게 내가 나고 자란 곳이 얼마나 특수한 지역인지 깨달았다”며 “전시를 계기로 사람을 거제도로 불러 모으고 싶다”고 바랐다.
"유년시절을 떠올려보면 작업복을 입고 조선소로 출근하는 풍경을 보는 게 일상이었죠. 내 아버지와 오빠뿐만 아니라 친구들 부모 대다수가 조선소 종사자였어요."
그는 “아르코 전시를 통해 서울에 진출했는데, 이렇게 지역의 것이 서울로 오는 방식이 좋다”고 부연했다.
리서치 항해를 다녀온 소감도 긍금했다. 그는 “선박마다 정해진 항로만 다닐수 있고, 지역을 넘나들려면 레저보트만 가능해서 요트를 탔다"며 "바다의 규칙도 배우고, 지금껏 보지 못한 바다 풍경도 기록했다”고 말했다.
"육지가 아니라 바다에서 부산 울산 경남에 있는 산업단지를 보고 싶었어요. 훨씬 적나라하게 드러났죠. 왜 부울경 메가시티 이슈가 나왔는지 알게 되더라고요. 이 산업이 항만의 성격을 짓는구나, 항만의 성격이 지역의 풍경을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됐죠."
지역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조선 산업은 이곳 사람들의 삶과 뗄레야 뗄 수가 없다. "그동안 산업적, 경제적 관점으로만 봐왔기에 인문학·미술학적 시선으로 기록하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죠. ‘파도’시리즈를 통해 바다와 산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해양지리지를 작성할 계획입니다.”
특히 "최근 조선업 수주가 대폭 늘었는데 불황기에 사람이 많이 해고돼 지금은 오히려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며 "빈자리를 외국인 노동자가 채웠다. 무인화 이야기도 나온다. 노동의 형태가 달라지고, 지역의 삶도 달라질 것 같다. 그 변화의 흐름을 기록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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