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기업 가동률 부진...역대급 채용 한파온다

이승륜 기자 2022. 12. 20.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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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제약 외 모든 업종 가동률 하락
유통·금융권 감원조치 잇따라…IT업계 채용속도 조절
주요 대기업 이미 계획한 투자 철회는 않기로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대기업 가동률이 전년보다 2%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업황 부진을 겪는 기업들은 역대급 고용 한파를 예고하며 채용을 줄이고 희망퇴직을 늘리는 분위기다.

●자동차 제약 외 모든 업종 가동률 하락

20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가동률을 공시한 20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올해 3분기 평균가동률은 78.4%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동기(80.5%)와 비교하면 2.1%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코로나 유행 첫해인 2020년 3분기 79.4%를 기록한 것보다도 1%포인트 수치가 떨어졌다.

기업 설비 투자는 늘었지만, 전세계적 경기 침체로 생산이 줄면서 생산 능력 대비 실제 생산 실적을 백분율로 산출한 가동률이 떨어진 것이다.

업종별로 건설 자재 업종 하락 폭이 컸다. 건설자재 업종 가동률은 부동산시장 침체 여파로 올해 3분기 70.5%로 작년 3분기(77.9%)보다 7.4%포인트 떨어졌다.

조선 기계설비 가동률도 7.4%포인트 하락했다. 에너지(-6.4%포인트), 석유화학(-5.4%포인트), 유통(-3.2%포인트), 철강(-2.5%포인트), IT·전기전자(-2.2%포인트) 등도 줄줄이 가동률이 떨어졌다.

전체 14개 업종 중 가동률이 1년 전보다 상승한 곳은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2.5%p), 제약(0.8%p) 뿐이었다.

매출 상위 20대 기업 중에서는 기아(12.6%p), 현대모비스(4.4%p), LG에너지솔루션(2.0%p)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의 가동률이 모두 감소했다.

올해 3분기 생산능력이 작년 3분기보다 늘어난 곳은 93곳이었으나 이 중 실제 생산 실적이 증가한 기업은 69곳이었다. 나머지 24곳은 생산능력 확대에도 생산 실적이 감소했다.

과거 부산의 한 자동차 생산라인 모니터에 생산 계획이 0으로 표시되어 있다. 국제신문DB


●유통·금융권 감원조치 잇따라…IT업계 채용속도 조절

미국 대형 기술 기업에서 시작된 구조조정 바람이 국내 유통가와 금융권에도 불어닥쳤다. 내년 역대급 고용 한파가 불어닥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부분의 기업이 신입 정기채용을 없애고 상시 채용 체제로 전환, 탄력적으로 채용 규모를 조절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은 창사 이후 첫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실적 부진을 이기지 못하고 2020년에 이어 또 희망퇴직 대상자를 모집했다. 매장 수를 줄이는 효율화 작업에 따라 추가 감원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LG전자 베스트샵을 운영하는 하이프라자도 희망자를 대상으로 근속 연차에 따라 기본급 4∼35개월치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실적이 부진했던 LG디스플레이는 일부 인력을 계열사에 전환 배치하기로 한 데 이어 생산직 직원 대상으로 3∼7개월씩 한시적으로 자율 휴직을 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은행과 증권가도 희망퇴직으로 많은 수가 직장을 떠난다.

하이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이 최근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우리은행, NH농협은행, 수협은행 등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거나 받고 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만 40세(1982년생) 직원마저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됐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만 거의 2400명이 희망퇴직한다.

HMM은 근속 10년 이상 육상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시 최대 2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위로금과 자녀 학자금 등을 지원한다. 내년 해운업계 침체 전망에 따른 선제 조치다.

통신사와 플랫폼 기업도 내년 경기 부진을 우려하며 채용 계획을 조정하고 있다. 내년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건설업계도 채용 확대는 어렵다고 본다. 특히 자금난을 겪는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인력 감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15∼16일 디바이스경험(DX) 부문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 데 이어 오는 22일 반도체 등 부품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불필요한 경비 절감을 지시하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SK하이닉스는 10조원대 후반으로 예상되는 올해 투자액 대비 내년 투자 규모를 50% 이상 줄이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연초 계획대비 1조 원 이상의 시설투자비를 줄인 데 이어 필수 경상 투자 외에 투자·운영 비용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내년 시설투자비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이내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SK머티리얼즈는 내년 초 위기경영을 선포하고 채용 규모도 예년보다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도 내수 소비 침체 분위기에 내년 마케팅 비용과 판촉비 등의 긴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요 대기업 이미 계획한 투자 철회는 않기로

다만 대기업 대다수가 이미 계획한 투자에 한해서는 차질없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향후 5년간 반도체·바이오·신성장 IT(정보통신)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450조원을 투자하고,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 5년간 8만 명을 신규 채용한다. LG그룹도 배터리(소재 포함), 바이오, 인공지능, 차세대 디스플레이, 전장 등 미래 성장 분야를 중심으로 2026년까지 국내에 106조 원을 투자하고 5만 명을 직접 채용하기로 했다. 롯데그룹도 지난 5월 향후 5년간 37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조선과 항공업계는 코로나 사태 이후 수요 회복에 맞춰 인력을 충원한다. 올해 800여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선발한 현대중공업그룹은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규모로 채용 계획을 수립 중이다.

대한항공은 일반직 사원 공개 채용을 3년만에 재개했다. 여객, 여객PRM, 화물, 항공기술, 항공우주 부문 등에서 100여명을 채용한다. 코로나 사태로 휴직했던 직원들도 순차적으로 복직 중이다.

현대차는 내년 자율주행, 수소에너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 강화를 위한 전문인력을 채용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청년희망 온(ON) 프로젝트’ 간담회에서 향후 3년간 3만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한화그룹도 올해 UAM 개발 인력 등을 포함해 통상 채용 인원보다 20% 이상 더 뽑은 데 이어 내년에도 신사업 관련 채용 규모를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LIG넥스원은 아랍에미리트(UAE)에 천궁-II 수출을 진행하면서 미래 신성장동력 사업을 이끌어갈 핵심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올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650여명을 신규 채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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