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특조위 “트럼프 반란선동 혐의로 처벌하라” 법무부 의뢰

이본영 2022. 12. 2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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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의 1·6 사태 특별조사위원회가 19일 조사 결과를 확정하고 발표하는 회의를 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지난해 1월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폭동 사태를 조사해온 미국 하원 특별조사위원회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반란 선동을 비롯한 4가지 혐의로 수사·기소하라고 법무부에 의뢰했다.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했으나 공화당의 기대에 못 미친 중간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론에 시달리는 그로서는 또 대형 악재를 만난 것이다.

민주·공화당 의원 9명이 참여해 1년6개월간 1·6 난동 사태의 책임 소재 등을 조사해온 하원 특조위는 19일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무집행방해, ‘미국에 반하는 음모’, ‘허위 발표 음모’, ‘반란 선동·조력’ 혐의로 처벌해야 한다고 만장일치로 법무부에 의뢰했다. 미국 의회가 전직 대통령 처벌을 법무부에 의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조위는 1천명 이상을 조사하고 방대한 증거를 검토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 9차례 공개 청문회를 통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사당 공격을 선동하고, 지지자 일부가 총을 지닌 점을 알고서도 이들을 자극하고, 의사당 안에서 심각한 폭력 사태가 벌어진 줄 알면서도 방관한 사실이 상세히 드러났다.

특조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이 패배한 사실을 알면서도 변호인인 존 이스트먼이 주도한 계획에 따라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권력을 놓지 않으려 했다고 밝혔다. 핵심 주들에 선거인단을 자신이 이긴 것으로 조작하라고 종용하고, 의회의 선거인단 투표 인증을 중단하라고 당시 상원의장을 겸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압박을 가한 것은 공무집행방해일 뿐 아니라 미국의 최고 권력을 사취하려 한 음모라고 판단했다. 또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자 지지자들을 동원해 폭력으로 대선 결과 인증을 막으려 한 것은 반란 음모에 해당한다고 결론지었다.

특조위는 최종 보고서 요약본에서 “사태의 중심 원인은 한 사람, 많은 사람이 그를 따른 전직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라며 “트럼프가 없었다면 1월6일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를 처벌하는 근거가 될 증거가 넘친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미국 역사상 초유의 의사당 난동 사태로 5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처벌받고 있는 사건의 주범으로 규정한 셈이다.

베니 톰슨 위원장은 특조위의 마지막 회의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으면서 거기에 이름이 적힌 이들이 신뢰와 희망을 옹호하기를 기대한다”며 “트럼프는 그런 믿음을 깼다”고 말했다. 제이미 래스킨 의원은 “트럼프는 헌법에 따른 권력의 평화적 이양을 방해하려고 했다”며 “헌법 질서에 반하는 반란에 조력하는 것만큼 대통령의 의무에 반하는 행동은 없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이지만 특조위 활동에 적극 참여한 리즈 체니 의원은 “그런 때에 그런 식으로 행동할 사람은 우리 나라에서 권위를 가진 어떤 자리에도 있으면 안 된다”며 “트럼프는 어떤 공직에도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체니 의원은 이런 활동 탓에 공화당 경선에서 패배해 곧 의회를 떠나야 한다.

법무부가 하원 특조위의 의견을 따라야 할 의무는 없기 때문에 이번 수사·기소 의뢰는 권고적 성격을 갖는다. 하지만 방대한 조사를 한 특조위의 보고서나 많은 증거가 인계되면 기존 수사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은 지난달 정치적 중립성 시비를 줄이기 위해서라며 잭 스미스를 특별검사로 임명해 의사당 폭동은 물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비밀 자료 무단 반출 혐의도 수사하도록 했다. 당시 극우 집단 ‘오스 키퍼’를 이끈 인물이 최근 반란 선동 혐의에 유죄 평결을 받은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대목이다.

특조위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의 과반을 차지하면서 내년 초 개원하는 새 의회에서는 특조위가 해체될 게 확실해짐에 따라 이날 회의를 통해 조사를 마무리짓고 결론을 내놨다. 특조위는 지난 10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려고 소환장을 발부했으나 그는 소송을 내며 버텼다. 특조위는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은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등 의원 4명에 대해서도 의회 윤리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했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새 회기에 하원의장으로 유력시되는 인사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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