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연말 결산①] K팝 판도 바꾼 4세대 걸그룹, 원동력은
걸그룹 팬덤 성별 분포·니즈 변화도 '세대 교체'에 영향
2022년 K팝 시장은 바야흐로 '걸그룹 전성시대'였다. 오랜만에 K팝 시장에 찾아온 걸그룹 부흥기를 이끈 것은 소위 4세대로 구분되는 걸그룹들의 맹활약이었다.
2019년 이후 데뷔한 걸그룹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4세대 걸그룹' 라인의 면면은 실로 화려하다. 얼핏 떠올려봐도 뉴진스·르세라핌·빌리·아이브·(여자)아이들·에스파·에버글로우·엔믹스·있지·스테이씨·케플러 등 현재 K팝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굵직한 그룹들의 이름이 줄줄이 나올 정도다.
이들이 거둔 성과는 더욱 놀랍다. 4세대 걸그룹의 대표주자로 꼽히며 올해 하나의 '신드롬'을 일궈냈다고 평가받는 아이브와 뉴진스의 경우 성적은 더욱 도드라진다. 아이브는 데뷔 앨범 '일레븐'과 두 번째 싱글 앨범 '러브 다이브'로 데뷔 6개월 만에 누적 판매고 100만 장을 돌파한데 이어 같은 해 발매한 세 번째 싱글 '애프터 라이크'로는 단일 앨범 판매량 100만 장을 넘기며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주요 음원 차트에서도 1위를 비롯한 상위권 '붙박이'를 이어온 이들은 올 연말 '2022 마마어워즈'를 비롯한 각종 가요 시상식에서 신인상과 대상을 함께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며 K팝의 판도를 흔들었다.
뉴진스 역시 올해 데뷔와 동시에 '현상급' 인기를 모으며 단숨에 K팝 대표 걸그룹으로 도약했다. 무려 세 곡에 달하는 데뷔 타이틀 곡, 10대 고유의 매력을 살린 콘셉트, 전형적인 틀을 깬 음악과 퍼포먼스 등 파격적인 데뷔 전략을 내세운 뉴진스는 '어텐션' '하이프 보이' '쿠키'를 모두 히트곡 반열에 올려놓는데 성공하며 입지를 다졌다. 국내에서의 인기도 가히 신드롬이라 칭할만 했지만, 해외 음악 시장에서의 성과 역시 두드러졌다. 이들은 지난 8월 미국 빌보드 차트에 첫 진입한 이후 18주 연속 차트인이라는 쾌거를 거뒀으며, 스포티파이에서는 '어텐션'과 '하이프 보이'로 재생수 1억 회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들이 데뷔 채 1년도 되지 않은 그룹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실로 놀라운 성과다.
이 외에도 (여자)아이들(이들은 비교적 빠른 데뷔 시기 때문에 3.5세대 걸그룹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역시 올해 '톰보이' '누드'로 국내외 음원차트 및 빌보드 차트 등을 휩쓸며 전례없는 성과를 거뒀으며, 데뷔 앨범 초동 30만 장 돌파라는 걸그룹 최초의 기록과 함께 출발한 르세라핌 역시 K파 걸그룹 사상 최단기간에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14위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뤘다. 음반·음원 차트 성적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4세대 걸그룹 약진, 원동력은 뭐였나?
올 한 해 K팝 시장 전반을 이끌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두드러지는 활약을 펼친 4세대 걸그룹들, 이들 중 상당수가 데뷔 1년여 만에 이같은 성과를 거뒀다는 점은 주목할만 한 부분이다. 한 때 보이그룹 시장의 맹위에 가려져 기세를 펼치지 못했던 걸그룹 시장이 4세대를 주축으로 순식간에 몸집을 불릴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가장 주요한 이유는 4세대 걸그룹 계보로 접어들면서 진화한 걸그룹들의 음악과 메시지였다. 과거 상당수의 걸그룹이 청순, 발랄, 사랑스러운 콘셉트로 '사랑'에 대한 수줍은 메시지를 노래했던 것과는 달리 지금의 걸그룹들은 주체적인 자기애적 메시지에 집중한다. 솔직한 욕망을 가감없이 드러낸 이들은(르세라핌 '피어리스') 세상의 편견 앞에서 당당히 자신의 주체성((여자)아이들 '누드', 르세라핌 '안티프레자일')을 노래하고 이성애보단 강한 자기애(아이브 '나르시시즘' 3부작)를 드러내곤 한다.
걸그룹 시장의 콘셉트 역시 한층 다채로워졌다. 걸크러시는 물론 10대 고유의 자연스러움을 강조한 하이틴 콘셉트, 키치하고 힙한 콘셉트, 메타버스 세계관을 활용한 콘셉트까지 걸그룹들의 콘셉트 스펙트럼은 눈에 띄게 확장됐다. 대중과 팬덤 역시 이러한 걸그룹 시장의 변화에 반응했고, 이는 '걸그룹 전성시대'의 주요 원동력이 됐다. 결국 4세대 걸그룹의 최대 강점은 '다양성'이었던 셈이다.
기존에 걸그룹을 지지하던 팬덤이 대부분 남성으로 구성됐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여성 팬들의 비중이 눈에 띄게 늘어나며 성비가 변화했다는 점도 4세대 걸그룹들의 약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걸그룹의 콘셉트적 변화 속 인식 변화가 일어난데 더불어 걸그룹 멤버들이 MZ세대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입지를 다지면서 상대적으로 소구력이 높은 여성 팬덤이 몸집을 불렸고, 이것이 곧 4세대 걸그룹의 성과로 직결됐다는 것이다. 단순히 '남녀'로 팬덤 유입을 구분짓던 과거에서 탈피한 지금, 걸그룹 시장의 확대는 아직 더 기대해 봄직하다. 올 한해를 뜨겁게 달궜던 4세대 걸그룹들이 내년에는 어떤 활약으로 K팝 신을 넓힐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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