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 유머와 감동의 균형감…새해 극장가 복병 탄생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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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설정에 뻔한 이야기이지만 정확한 타이밍에 잘 녹아들어간 유머 덕에 기분 좋은 웃음이 흘러나온다.
미소를 머금은 채 보다보면 어느 새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뭉클한 감동까지 밀려온다.
특히 바뀐 두 사람의 삶이 과거 선택의 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설정은 최근 몇 년 새 영화와 드라마에서 쏟아졌던 바디 체인지물과 타임슬립물을 전부 섞은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주인공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깔아 높은 덕에 이야기에 착 달라붙어 잔잔하고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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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4일 개봉하는 영화는 화려한 톱스타와 생계형 매니저의 삶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연극 무대에서 함께 연기 열정을 불태웠던 친구지만 현재는 각각 톱스타와 매니저로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권상우와 오정세. 두 사람의 인생은 권상우가 영화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기쁜 크리스마스에 갑자기 뒤바뀌게 된다. 과거 두 사람의 인생을 달라지게 만들었던 한 오디션의 결과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 단 한 줄로 가볍게 요약 가능한 영화의 스토리는 이미 수많은 영화에서 숱하게 그려졌다. 사실 이제는 진부하게까지 느껴지는 설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바뀐 두 사람의 삶이 과거 선택의 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설정은 최근 몇 년 새 영화와 드라마에서 쏟아졌던 바디 체인지물과 타임슬립물을 전부 섞은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설정뿐만이 아니다. 전개 역시 영화는 관객의 예상을 전혀 벗어나지 않는다. 주인공이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됐으니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을 깨달을 차례니까 말이다. 극중 돈 밖에 모르던 안하무인 톱스타로 살았던 권상우는 새 삶을 통해 연기에 대한 열정과 초심, 성공을 위해 포기했던 사랑과 늘 곁에 있어준 친구에 대한 우정 등을 깨닫는다. ●진부함을 이기는 코미디와 감동의 균형감
하지만 영화는 ‘뻔하다’는 이유로만으로는 폄하할 수 없는 놀라운 매력을 보여준다. 유머와 감동의 절묘한 균형감 때문이다.
영화는 앞서 많은 한국 코미디물이 보여줬던 과장된 몸짓과 상스러운 대사를 통한 휘발성 웃음이 아닌 잘 만들어진 캐릭터와 상황이 주는 깔끔한 웃음을 보여준다. 배우 이병헌의 실명을 그대로 극으로 끌어들여 만드는 유머 등도 상황에 착 달라붙어 있기에 더욱 큰 웃음을 유발한다. 특정 계급, 혹은 계층에 대한 비하 없이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유쾌한 에너지로만 극을 가득 채웠다는 것도 훌륭하다.
극 후반 사용하는 가족과 관련한 감동 코드는 ‘감정 과잉’ 없이 적절한 선을 넘지 않는다. 주인공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깔아 높은 덕에 이야기에 착 달라붙어 잔잔하고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오버스러운 코미디를 영화의 중반부까지 깔아 놓은 후 후반에는 신파에 가까운 설정으로 눈물을 쥐어짜는 한국 코미디 영화의 전형성을 탈피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권상우는 ‘탐정’ 시리즈 이후 오랜만에 자신에게 꼭 맞는 제대로 된 역할을 만난 듯 보인다. ‘소라게 짤’이라고 불리는 온라인서 밈으로 사용되는 자신의 과거 사진까지 극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웃음을 선사하고 굴곡이 큰 인물의 감정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도록 섬세하게 보여준다.
뒤바뀐 삶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춘 이민정과의 케미스트리도 기대 이상이다. 권상우와 이민정이 쌍둥이 자녀를 연기한 아역배우 박소이와 김준과 보여준 가족의 모습은 그 어떤 영화에서 보여줬던 가족보다 더 사랑스럽고 인상적이다.
1600만 관객을 넘게 모은 코미디 ‘극한직업’에서 ‘테드 창’이라는 전무후무한 코믹 빌런을 연기했던 오정세의 코미디는 역시나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치고 빠질 때를 정확하게 아는 그의 절묘한 코미디 감각은 감탄스러울 정도다. 밉살스러운 장면마저 미워 수 없게 만드는 자신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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