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룹’이 건져낸 샛★ 문상민 “좋은 배우는 마음이 변하지 않는 배우”[스경X인터뷰]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었다. 보통 신인 배우들이 인터뷰를 위해 언론사를 찾으면 대부분의 반응이 ‘연예인 같은데 누군지는 모르겠다’가 많다. 하지만 배우 문상민의 경우는 달랐다. 일찍부터 ‘슈룹’의 성남대군인 것을 알아보고 인사와 사진을 요청하는 이가 많았다. 과거 ‘꽃보다 남자’ 이민호, ‘해를 품은 달’ 김수현을 봤을 때 느낌이다.
문상민은 그렇게 스타가 된 선배들의 뒤를 쫓고 있다. 누군가 ‘슈룹’의 성과를 이야기했을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이 문상민이다. 190㎝가 넘는 압도적인 키에도 작고 오밀조밀한 얼굴의 반전 이미지를 가졌고, 낮고 단단한 목소리는 그가 배우로서 좋은 자질이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의 키, 외모, 성격보다는 배우로서 가진 열망이 더 궁금했다. 그래서 조금 더 그의 속내에 천착한 인터뷰가 하고 싶었다. 2000년생인 이 배우의 안은 제법 뜨거웠다.
“제 연기를 보면 아쉬운 점이 계속 나옵니다. ‘슈룹’을 하고서도 그랬는데 초반에는 제가 생각한 느낌과 다르게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부분은 일상인 것 같아요.”
‘슈룹’의 성남대군은 왕 이호(최원영)과 중전 임화령(김혜수)의 둘째로, 원래 왕위계승 1순위는 아니었다. 하지만 형이자 모든 면에서 그에 앞서는 세자(배인혁)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궁 안의 질서 그리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성남대군은 야인에서 세자가 되기로 한다. 당연히 중전 임화령의 훈육이 주를 이루는 작품에서 그의 의지로 가장 드라마틱하게 성장한 것이 문상민이 연기한 성남대군이다.
“기본적으로 희생적인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욕심이 없고 하고 싶은 걸 하죠. 감정적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내면에는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 커요. 그 부분이 드러나는 시점이 형이 돌아가시고, 엄마와의 오해가 풀리면서부터였죠. 후반까지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는데 극명하게 나누고 시작했던 건 아니고요. 장면마다 분위기를 따라가다 보니 그런 결과가 나왔네요.”
김형식PD가 인터뷰에서 밝힌 “오디션을 보고 외모에 주변이 웅성거려 뽑았다”는 말을 그는 모르고 있었다. 다양한 역할의 왕자를 먼저 보고, 성남으로 2차부터 오디션을 봤다. 캐스팅 후에는 승마, 검술, 주먹 격투, 활이 능하다 해 골고루 연습했다. 수레에 매달려 가는 장면에서는 코어의 힘으로만 7, 8초를 버텨야 했는데 정신력의 승리였다.
“연기하다가 잘 안 풀리면 선배님, 심지어는 동생 왕자들에게도 물었어요. 다행히 김형식 감독님께서 세세하게 아버지처럼 알려주셔서 소통이 잘 됐죠. 특히 시범을 자주 보여주셨는데, 위험하고 힘든 장면이 있으면 미안하셨는지 먼저 헌신적으로 알려주시곤 했습니다.”
‘엄마’ 김혜수와의 호흡도 잊을 수 없다. ‘슈룹’의 가장 큰 수확이 문상민이라면, 그 문상민에게 가장 큰 수확은 ‘선배 김혜수와의 호흡’ 그 경험이다. 따로 감정을 준비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김혜수의 깊은 눈을 들여다보면 자연스레 몰입이 됐다. 거기다 다이어트 요령에 관련 레시피, 운동의 고충도 나누면서 두 사람은 유사 가족에서 진짜 가족이 돼 갔다.
“연기적인 측면을 제가 이야기하기엔 가당치 않고요. 현장의 리더라는 느낌을 많이 주세요. 실제 ‘화령’ 그 자체셨던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선배님에게 의지하려는 느낌이 왔어요. 엄청난 경험치이자 능력에서 나오는 거죠. 배우로서 솔직히 부러웠고 존경심이 커졌습니다.”
밝고 쾌활하고 구김이 없는 성격이지만, 당연히 큰 드라마의 주연 그것도 김혜수와의 호흡이라면 신예로서 당연히 부담이 된다. 초반 몸과 마음이 잘 움직이지 않았던 시절을 떨치고 후반부 연기나 액션을 자연스럽게 해낼 때, 스스로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에게 연기의 이미지는 몸과 마음을 다 바치는 ‘열정’이었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을 예술고의 모델과에서 지냈어요. 모델수업도 당연히 좋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뮤지컬과 친구들의 모습이 좋아 보이더라고요. 어느 날 교실을 놀러 간 적이 있었는데 교실에 습기가 차고, 연습실 거울에 서리가 낄 정도로 열기가 남아있더라고요.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었어요. 그 열정과 열기가, 수업을 몰래 가서 듣고 싶을 정도로 강렬했던 것 같아요.”
2019년부터 ‘크리스마스가 싫은 네 가지 이유’ ‘마침내 물들다’ ‘인어왕자:더 비기닝’ 등의 작품을 거쳐 지난해 넷플릭스 ‘마이 네임’의 고건평을 시작으로 경력은 상승곡선을 탔다. 그에게는 내년 공개되는 티빙 ‘방과 후 전쟁활동’의 왕태만 역이 기다리고 있다. 인기웹툰의 인기 캐릭터라 그의 주가는 더욱 높아질 듯하다.
“좋은 배우는 마음이 변하지 않는 배우인 것 같아요. 연기를 하면서 힘들기도 하지만 행복한 마음이 더 큽니다. 즐거움도 있고, 에너지도 받는데 그 마음이 변치 않았으면 해요. 진심으로 즐겁게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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