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서 '77만원짜리 톰브라운 후드집업'st, 네이버에선 얼마?

김진희 기자 2022. 12. 2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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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정품 판매' 크림, 모회사 네이버는 버젓이 가품 팔아
서울 강남구 서울본부세관에서 세관 관계자들이 압수된 해외 유명 의류 브랜드 가품을 공개하고 있다. 2021.2.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네이버 크림, 무신사 솔드아웃, 발란 등 국내 플랫폼에서 '가품 공방'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커머스 시장 내 네이버의 모순적 행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모회사이자 그룹 본체인 네이버는 오픈마켓 '스마트스토어'에서 가품 유통을 방치해 소위 '짝퉁 천국'으로 불리는 반면 손자회사인 리셀 플랫폼 크림은 희소성 높은 한정판 제품 중심의 '정품 판매'를 강조하고 있어서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황운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특허청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국내 주요 온라인 쇼핑몰 위조상품 유통적발 품목'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 8월까지 위조 상품 규모에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가 18만2580점으로 쿠팡(12만2512건), 위메프(6만6376건) 등을 제치고 짝퉁 판매 1위에 올랐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통계청 정보공개 회신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최근 3년간 이커머스 19개 업체의 위조상품 적발 건수는 총 42만7091건으로 집계됐다. 그중 네이버 스마트스토어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38.9%(16만6544건)으로 압도적이다. 이어 △쿠팡 22.7%(9만6898건) △위메프 15.5%(6만6374건) △번개장터 10.6%(4만5131건) △인터파크 5.4%(2만3022건) 등의 순이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위조상품 적발 및 유통건수는 2021년 6만4896건으로 2019년 대비 268% 증가했다. 쿠팡은 2021년 3만5092건이 적발돼 같은 기간 162% 늘었다.

네이버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위조상품을 유통하는 가품의 온상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네이버로부터 수백억원대 자금을 지원받아 성장한 크림은 리셀 서비스와 브랜드관 운영 등을 통해 정품 판매를 강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스마트스토어 내 가품 유통은 방치하고도 '100% 정품 유통'을 강조하는 크림을 키웠다"는 불만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현재 크림에서 취급하고 있는 패션 관련 브랜드는 240여개 수준이다. 그중 85% 이상인 약 210개 브랜드는 개인간거래(C2C)만 가능한 소위 리셀 형태로 크림에 상장돼 있다. 나이키, 아디다스, 아식스 등 리셀이 활발한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샤넬, 구찌, 에르메스 등 고가의 럭셔리 업체들이 대표 브랜드다.

나머지 15% 수준인 30여개 브랜드는 지난 9월 크림이 공식 오픈한 '브랜드관'에 속해 있다. 크림에 따르면 브랜드관은 패션 혹은 기타 브랜드가 직접 입점해 이용자들에게 브랜드를 알리고 직접 상품 배송까지 하는 위탁 판매 형태로 운영된다. 크림 브랜드관에 입점한 주요 브랜드는 언더마이카, 강혁, 리바이스, 킨 등이다.

업계에서는 크림이 C2C 기반의 리셀 플랫폼으로 시작했지만 궁극적으로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중심의 종합 패션 유통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취급 브랜드 중 현재 10% 중반 수준인 브랜드관 입점 비중을 늘려나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리셀 플랫폼에서 B2C 거래를 하는 곳(브랜드관)은 크림이 유일하다.

패션 업계에서는 크림의 이 같은 시장 확대를 곱지 않게 보고 있다. 모회사인 네이버가 크림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림은 2020년 네이버의 자회사 스노우에서 운영하던 리셀 사업부문이 지난해 분할돼 설립됐다. 올 들어 크림이 스노우에서 870억원을 차입하고 지난 11월 유상증자를 통해 네이버로부터 500억원을 수혈받았다.

일각에선 크림에 막대한 사업 자금을 지원하는 네이버가 국내 패션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가품 천국'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 우려하고 있다.

크림 브랜드관에 입점한 패션 브랜드의 평판과 위상 하락에도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크림 브랜드관에서 '100% 정품'이라며 판매 중인 유명 브랜드의 위조 상품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유통되는 사례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를테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명품 편집숍 'DU'는 크림 브랜드관에 입점해 '톰브라운 사선 후드 집업' 상품을 정가 77만4000원에 판매 중이다. 하지만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똑같은 디자인의 가품이 정가의 3분의 1에 못 미치는 23만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모회사인 네이버가 가품 판매를 눈감은 덕에 벌어들인 광고비, 수수료 등의 막대한 수익을 기반으로 자회사인 리셀 플랫폼 크림이 성장한 셈"이라며 "스마트스토어에서 불법적으로 판매되는 가품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으며 타사 제품의 진·가품 여부를 왈가왈부하는 네이버 크림은 '내로남불'"이라고 말했다.

jinn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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