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부자 56% 내년 S&P -10%”···“연준, 시장 안 따라오면 강제할 것”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1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이어지고 있는 경기침체 공포 속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이 1.49%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90%, 0.49% 떨어졌는데요.
전반적인 침체 우려에도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이날은 상승, 한때 연 3.598%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최종금리(terminal rate·터미널 레이트) 상승과 경기둔화 전망에 따른 가격상승이라는 반대 요인이 맞부딪히고 있는데요. 유럽의 국채금리가 급등한 것도 미 국채금리 상승 요인이 됐습니다.
이날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트위터에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하느냐? 투표결과에 따르겠다”는 내용의 설문조사를 올렸고 찬성이 57.5%, 반대가 42.5%가 나왔습니다. 테슬라 주가는 0.24% 하락 마감했는데요. 3.35% 빠진 아마존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주가가 되돌아갔습니다. 유럽연합(EU)으로부터 반독점 규정을 위반했다는 예비조사 결과를 받은 메타는 4.14% 내렸는데요.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주간이 시작됐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참전설이 나도는 벨라루스를 방문해 벨라루스 흡수방안을 부인했는데요. 오늘은 내년 시장 전망과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연준과 시장의 기대를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미 경제 방송 CNBC의 백만장자 설문조사(Millionaire Survey)부터 보죠. CNBC가 투자 가능 자산만 100만 달러 이상인 761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56%가 S&P500이 내년에 약 10%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지금보다 내년 말 주가 지수가 10% 낮을 수 있다는 건데요.
응답의 3분의1가량은 15%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앞으로 1년 동안 자신의 부를 가장 많이 감소시킬 수 있는 분야로 주식으로 꼽은 이들도 28%(1위)였는데요. 이들이 중요한 것은 개인 주식의 85%를 갖고 있기 때문이죠. 시장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소비도 비슷합니다. 응답자의 80%가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휴일 시즌(holiday seasons) 소비를 줄일 계획이라고 했죠. 이들의 절반(52%)이 쇼핑할 때 가격을 더 의식하고 30%를 넘는 이들은 외식 횟수를 줄였다고 하는데요. 조지 월퍼 스펙트럼 그룹의 사장은 “2008년과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비관적인 설문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나이대별로 확연히 갈립니다. 밀레니얼(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백만장자 81%는 지금보다 내년 말 자신의 자산이 더 늘어나 있을 것이라고 답한 반면 베이비 부머(1946년~1960년대 초) 백만장자의 61%는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봤다고 합니다. 주식에 한정해봐도 젊은 백만장자의 절반 이상이 내년 말에 S&P가 10%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점쳤는데요. 합쳐 놓으니 56%가 내년 S&P -10%를 예상했지만 밀레니얼 백만장자는 내년에 해볼만하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차이는 인플레이션 경험에서 나오는데요. 베이비 부머 세대는 1970~1980년대의 하이버 인플레이션을 겪어봤지만 밀레니얼은 이 같은 고인플레이션을 처음 경험해본다는 겁니다. CNBC는 “긍정론의 차이(optimism gap)는 경험 때문이다. 1970~1980년대 인플레이션 뒤에 주식이 하락했는데 베이비 부머들은 이를 알고 있다”며 “밀레니얼 세대는 이 같은 인플레이션과 이 정도 수준의 금리를 겪어본 적이 없다”고 전했죠.
또하나, 백만장자의 58%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관리 능력을 신뢰하거나, 매우 신뢰한다고 했는데요. 전체적인 시장 분위기와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블룸버그통신에 “투자자들이 연준을 믿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그는 “연준의 시도에도 시장의 낙관적인 금리전망을 꺾을 수 없는 것 같다. 금리선물시장의 최종금리 예측은 연준보다 약 0.2%포인트(p) 낮으며 이르면 내년 여름부터 금리인하가 시작되는 것으로 본다”며 “시장 참여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그들은 연준이 (시장을) 콘트롤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더들리 전 총재는 “연준은 성장을 늦추고 실업률을 높이고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필요한 어떤 것도 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만약 시장이 기꺼이 따라오지 낳는다면 연준은 그것을 강제(force)할 것”이라며 “연준이 아마도 침체를 불러오겠지만 한번 인플레이션 억제작업이 끝났다고 판단되면 생산량(경제)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복할 것이다. 단기금리가 5% 이상에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회복을 지원할 충분한 탄약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쉽게 말해 △주식시장이 버티거나 신용시장이 계속 완화하면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통해 억지로 인플레를 낮추고 △이것이 경기침체를 불러오겠지만 △인플레이션이 잡힌 뒤에는 정책금리가 5% 이상까지 오른 상태여서 되레 빠른 회복가능(금리인하 여력이 있다는 뜻) 등입니다. 즉, 인플레이션 문제가 확실히 해결되면 증시도 경제도 빠르게 상승할 수 있으니 그전까지는 시장 참가자들도 참아야 한다는 논리인데요.
물론, 금리선물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2시19분 현재 내년 2월 0.5%p 인상 확률이 37%로 하루 전의 25%보다 12%p 올랐을 뿐 전체적인 그림은 여전히 최종금리 4.75~5.00%인데요. 6월 전후부터 첫 금리인상 가능성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내년 11월에는 4.50~4.75% 이하가 65.9%에 달하죠.
믿는 바가 있긴 합니다. 이날 나온 부동산 시장 지표도 안 좋았는데요. 전미 주택건설업협회(NAHB)는 12월 주택시장 지수가 31로 전월보다 2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봄을 제외하고 2012년 중반 이후 거의 10년 만의 최저치인데요.
건설업자의 62%가 모기지 금리인하와 포인트 지급, 가격인하 같은 인센티브를 쓰고 있다고 합니다. 이중 가격인하폭은 약 8%로 연초의 5~6%에서 2~3%p가량 뛰었는데요. 인플레이션으로 비용이 증가한 상황에서 가격을 거꾸로 깎아줘야 하는 겁니다. 로버트 디에츠 NAH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시장 약세는 내년에도 이어지고 내후년(2024년)이 돼야 회복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는데요. ‘3분 월스트리트’에서 몇 번 말씀드렸지만, 이 2024년은 연준의 금리인하가 예상되는 시기입니다.
이날 블룸버그는 침체 때 주로 증가하는 연준 할인 창구(discount window) 대출증가에 주목했는데요. 이 대출은 긴급 유동성이 필요할 때 쓰는 것으로 특정 금융사가 이것을 이용한다는 것만으로도 해당 회사는 낙인이 찍힐 수 있죠. 연초에는 거의 없다가 지난 달 말 100억 달러, 현재 59억 달러 수준이라고 하는데요. 2020년 코로나19 침체 때 500억 달러,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1100억 달러를 훌쩍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작지만 사용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신호는 아니라는 겁니다. 제이 배리 JP모건체이스 애널리스트는 “아직 시스템에 유동성이 상당한 상황에서 최후의 수단인 할인창구 대출 증가는 놀랍다”며 “할인창구 대출이 또다른 자금조달 방법인 연장주택금융은행보다 0.3~0.7%p 정도 낮고 11월에는 FTX 여파가 시작된 시기”라고 설명했습니다.
핀테크 관련 은행들이 할인창구 대출을 주로 이용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는데, 이 경우 금융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나 의미는 제한적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요. FTX 사태 초기에 나스닥 동반하락과 광범위한 전염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금융시장을 파괴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양적긴축(QT)과 금리인상 시기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이를 주의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요.
이쯤에서 그럼 왜 이날 국채금리는 상승했는지 궁금해집니다. 국채금리, 특히 미 국채금리는 늘 여러 요인이 영향을 주는데, 이날은 기본적으로 연준의 최종금리에 대한 베팅에 유럽 국채금리가 많이 오른 부분을 같이 봐야 하는데요. 유럽중앙은행(ECB)이 예상보다 매파적이었고 유로권 지역의 채권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에 지난 16일 3.32%까지 내려갔던 영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이날 한때 3.5%를 돌파했고, 같은 기간 독일 10년 국채도 2.14%에서 2.20% 정도까지 올랐습니다.
이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미국 국채금리도 덩달아 뛴 측면이 있는데요. 로이터통신은 “투자자들이 연준의 기준금리가 어떻게 될지 생각하고 유럽의 국채가 팔리면서 미 국채금리가 상승했다”고 전했습니다.
여기에 일본은행(BOJ)의 매파적 피벗(pivot·정책전환) 가능성도 영향을 줬는데요. 그동안 침체 우려가 국채시장을 지배했는데 오늘은 약간 달랐던 거죠. 즉, △유럽 국채금리 상승 △일본의 매파전환 가능성 △연준 최종금리 상승분 반영 등이 이날 국채금리를 상승시켰고 이것이 증시 하락요인 가운데 하나가 됐습니다.
당분간은 미 국채금리도 오르는 쪽과 내려가는 쪽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날은 금리상승 요인이 좀더 강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침체 우려가 크고 그것이 국채시장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11월 7일만 해도 10년 물 금리가 4.2%를 넘었죠. 12월 FOMC에서 금리를 0.5%p 더 올린 이후인 지금이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더 낮습니다. 결국 침체 우려가 상당히 반영되고 있는 건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채금리가 올해 초의 급격한 상승 이후 하락하고 있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호재(가격상승)가 지속할지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이들은 여전히 긴축적인 노동시장이 인플레이션을 높게 하고 연준이 경제성장이 마이너스가 되더라도 더 높은 금리인상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죠.
이와 관련해 스콧 틸 블랙록 수석 채권 전략가는 “지속적으로 강한 노동시장과 임금에 내년 말에도 인플레가 3.5% 수준일 것이며 연준은 내년 상반기에 기준금리를 5%까지 인상할 것”이라며 “CPI는 5%에서 3%로 낮추는 것보다 7%에서 5%로 낮추는 게 더 쉬울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제 증시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모건스탠리의 수석 전략가 마이크 윌슨은 “다가오는 어닝 리세션(earning recession)이 2008~2009년과 비슷할 수 있다”며 “그것은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쁠 수 있으며 신저점을 만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는데요.그는 “인플레이션이 역사적인 고점에서 완화하고 있긴 하지만 최근에는 미국 경제의 약화 조짐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마이크 윌슨은 이미 S&P가 내년에 3000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얘기해왔는데요.
실제 월가의 4분기 어닝 전망치가 마이너스로 내려가고 있는 가운데 레피니티브는 내년 1분기 예상치가 지난 10월1일 +7.4%에서 16일에는 1.9%로 쪼그라들었다고 밝혔습니다. CNBC는 “내년 1분기 전망치도 마이너스로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고 짚었는데요.
기업들의 바이백(buy back·자사주 매입)도 줄고 있습니다. WSJ에 다르면 3분기 S&P500 기업의 바이백 규모는 2108억 달러로 전분기 대비 -4%, 지난해 대비 -10.1%라고 하는데요. 금융부문의 경우 1년 전보다 63%나 급감했다고 합니다. JP모건체이스는 아예 바이백이 없었는데요. 경기침체에 대비하기 위한 걸 겁니다.
물론 부정적인 인식만 있는 건 아닙니다. 제한적이고 단기적이지만 좋은 소식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이들이 있는데요.
씨티는 연말에 약간의 안도랠리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12월 연말, 마지막 2개 주는 평균 수익률이 2%로 계절적 요인이 있을 수 있다는 건데요. 크리스 라킨 E트레이드의 매니징 디렉터는 “연말이 다가오면서 투자자들은 여전히 산타 클로스 랠리를 기다기고 있다”고 했습니다.
좋은 일이 없어도 그렇게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는데요. 22V 리서치의 설립자 데니스 드부쉐어는 “시장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는 단기적인 촉매는 없지만 부정적인 촉매만 없다면 S&P가 3800선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봤습니다. 이날 S&P500이 3817.66에 마감했죠.
에버코어 ISI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과도한 긴축을 할 가능성이 있으며 결국 미국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침체 얘기가 나올수록 어닝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당장 내일인 20일에는 페덱스와 나이키 실적이 나오는데요. 페덱스는 전반적인 경기를, 나이키는 소매상황을 볼 수 있는 만큼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물의 길’이 개봉 첫 주말에 1억3400만 달러를 벌어들였는데요. 업계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 1억7500만 달러와 디즈니사의 전망치 1억3500~1억5000만 달러에도 못 미쳤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3억5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글로벌 흥행의 기반을 마련했는데요. 1편도 개봉 첫주에는 7700만 달러를 벌었지만 역대 최고작이 됐기 때문에 상황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합니다.
다만, 디즈니 주가는 이날 4.77% 내렸는데요. 앞으로도 미국 내 소비와 고용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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