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동해 추암해변 - 거센 파도가 몰아쳐도[정태겸의 풍경](38)

2022. 12. 20.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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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고요한데 며칠째 파도는 성난 기운을 좀처럼 가라앉히질 못했다. 한밤중에도 문을 열면 모든 걸 집어삼킬 것 같은 파도는 천둥소리를 내며 몰려오고 또 몰려왔다. 아침마다 바닷가에 나가 파도를 바라봤다. 바다가 들락거릴 때마다 공기 중에 흩어진 포말이 다가와 뺨을 적셨다. 한 번이라도 저 기세에 휩싸였다가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무엇이 저렇게 바다를 화나게 했을까.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파도를 보며 궁금해졌다. 그러다 추암해변의 촛대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아무리 몰아쳐도 미동도 하지 않는 바위. 때리고 부딪치고 밀어내도 그 자리 그대로다. 언제부턴가 저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을 저 바위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내내 저렇게 자리를 지켰을 것이다. 100년도 못 사는 인간의 갈대 같은 삶이 1000년을 꿈쩍 않고 기개를 지킨 바위에서 배움을 얻는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며칠을 쉬지 않고 몰아치는 저 거센 파도마저 달리 보인다. 아무리 거센 역경이 몰아쳐도 내일 아침이면 촛대바위 뒤로 해가 솟겠지. 우리의 삶도 늘 그러하듯이.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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