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보내고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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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한국말을 처음 배울 때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이 바로 사자성어라고 한다.
한자로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사자성어가 겉으로 드러내고 있는 뜻뿐만 아니라 속으로 품고 있는 깊은 의미까지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장으로 있을 때마다 매년 연말이면 시정운영 방향에 시정철학을 녹여낸 사자성어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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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한국말을 처음 배울 때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이 바로 사자성어라고 한다. 한자로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사자성어가 겉으로 드러내고 있는 뜻뿐만 아니라 속으로 품고 있는 깊은 의미까지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쳇말로 외국인들에게 사자성어는 '넘사벽'으로 통한다.
해마다 이맘때 즈음이면 대학교수들이 한해를 정리하며 사자성어를 정해 공식적으로 발표한다. 교수신문은 지난달 23-30일까지 전국 교수 93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사회 곳곳에서 잘못이 드러날 때마다 누구 하나 책임을 지기는커녕 여야 모두 그저 남 탓하기에 바쁜 지금의 정치행태를 적절하게 꼬집었다는 평이다.
과이불개(過而不改)에 이어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는 뜻의 '욕개미창(慾蓋彌彰)', 알을 여러 개 쌓아놓은 것처럼 위태롭다는 뜻의 '누란지위(累卵之危)', 과오를 그럴듯하게 꾸며내고 잘못된 행위에 순응한다는 '문과수비(文過遂非)', 좁은 소견과 주관으로 사물을 그릇되게 판단하다는 '군맹무상(群盲撫象)' 등이 뒤를 이었다.
연말이다 보니 비슷한 시기에 올해의 영단어도 발표가 됐다. '퍼머크라이시스(Permacrisis)'와 '고블린 모드(Goblin mode)'가 그것이다. 콜린스 사전에서 선정한 '퍼머크라이시스(Permacrisis)'는 '퍼머넌트(permanent·영구적인)'와 '크라이시스(crisis·위기)'의 합성어로 기후변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고물가 등 각종 위기에 직면한 인류의 현재 상항을 반영한 끊이지 않고 지속되는 불안정성을 의미한다. 옥스퍼드 사전이 선정한 '고블린 모드(Goblin mode)'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일상 복귀를 거부한 채 지나치게 높아진 미적 기준이나 소셜미디어(SNS)에 전시되는 생활상을 쫓지 않고 고의로 방종하고 게으르며 뻔뻔하고 제 멋대로 구는 탈사회적 행태를 총체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시장으로 있을 때마다 매년 연말이면 시정운영 방향에 시정철학을 녹여낸 사자성어를 발표했다. 첫 번에 실패한 일이라도 세 번째에는 반드시 성공한다는 '초부득삼(初不得三)'이나 한결 같은 마음으로 꾸준히 최선을 다하면 어떠한 일이라도 이룰 수 있다는 '일념통천(一念通天)', 모두가 화합해 목표를 이뤄 나가는데 최선을 다한다 는 '일화관중(一和貫中)', 시민과 함께 한 마음 한 뜻으로 매진해 반드시 목표를 이룬다는 '여주필성(與走必成)'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번에는 '승풍파랑(乘風破浪)'이다. 2022년을 마무리하고 2023년을 맞이하면서 제시한 희망의 메시지다. 바람을 타고 물결을 헤쳐 나간다는 뜻으로 순풍에 돛을 달고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힘차게 나아가는 모습을 표현한 말이다. 지금처럼 어렵고 힘든 시기가 길어질수록 너와 나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오히려 집단의식이 더욱 강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우리와 모두와 함께가 극한 환경에 적응하고. 이를 이겨내기 위해 하나로 똘똘 뭉친다는 것이다.
'과이불개(過而不改)'나 '퍼머크라이시스(Permacrisis)', '고블린 모드(Goblin mode)' 보다는 '승풍파랑(乘風破浪)'이 가뜩이나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것이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끈끈하게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진정한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자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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