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포럼] 나에게 과학(科學)이란?

정영욱 한국원자력연구원 초고속방사선연구실 책임연구원 2022. 12. 2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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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히 '과학'이란 단어의 정의는 다른 것에 비해 무척 명쾌할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과학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국어사전에서는 과학을 '사물의 현상에 관한 보편적 원리 및 법칙을 알아내고 해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지식 체계나 학문'이라고 나와 있다.

과학은 나 자신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주었고 그것으로 스스로 조금 덜 불편해졌다.

비록 예전과는 다른 생활이 시작되겠지만 여전히 과학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나의 호기심을 채우는데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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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욱 한국원자력연구원 초고속방사선연구실 책임연구원

막연히 '과학'이란 단어의 정의는 다른 것에 비해 무척 명쾌할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과학이라고 하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와 개념들 때문일 것이다.

과학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국어사전에서는 과학을 '사물의 현상에 관한 보편적 원리 및 법칙을 알아내고 해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지식 체계나 학문'이라고 나와 있다. 케임브리지 사전에서 'Science'는 '관찰, 측정 및 실험을 통한 물리적 세계의 구조와 운동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이런 연구의 결과를 설명하는 이론의 개발 (또는 그로부터 얻은 지식)'이라고 설명한다.

정리하면 과학의 대상은 '사물' 또는 '물리적 세계'이고, 목적은 '보편적 원리 및 법칙 규명'이며, 방법은 '관찰, 측정, 실험과 이론의 개발'이다. 뭔가 알 듯 말 듯 어렵고 애매한 표현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고생물학 박물관에서 만든 '과학을 이해하기' 웹사이트를 찾아봤다. 학생, 교사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과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만든 비상업 교육 프로그램이다. 풍부한 자료와 다양한 설명을 통해 과학에 대한 입체적인 조망을 할 수 있는 매우 유익한 곳이다. 여기에서도 시작은 '과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철학자들이 오랜 기간 논쟁을 벌였다고 하며, 놀랍게도 '과학은 정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것'이며 '과학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과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답 대신에 다음과 같은 과학 점검항목 7개를 나열하고 있다. 이는 △과학은 자연 세계에 대해 질문한다 △과학은 설명하고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과학은 검증 가능한 아이디어를 사용한다 △과학은 증거에 의존한다 △과학은 과학 공동체에 내재돼 있다 △과학적 아이디어는 지속적인 연구로 이어진다 △과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과학적으로 행동한다 등이다. 이러한 점검 항목에 부합하는 것이 과학이라는 의미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한창일 때 느닷없이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불편한 증상이 찾아왔다. 일정 기간 지속되는 불편함에 처음에는 무척 당황했고 증상이 좋아지길 바랐지만, 생각처럼 잘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이 괴롭고 불편한 증상과 평생 동행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불편함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고 처음으로 찬찬히 그 증상에 대해서 살폈다. 그렇게 관찰하다 보니 이 불편함이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정도면 평생 동행해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든 순간 거짓말처럼 그 증상이 사라졌다.

그로부터 일 년 뒤 일본 오사카대학에 약 3개월의 일정으로 파견을 갔었다. 첫 일주일을 인터넷도 휴대전화도 없이 멍하니 연구실에서 혼자 지냈다. 당연한 상황인데도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할 수 없이 그 시간 동안 불안감의 원인을 찾아보려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평상시에 꽤 높은 수준의 강박 속에 생활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됐다. 특히 수많은 당위와 함께 말이다. 그렇게 이전에는 당연했던 것들과 결별하는 과정을 거쳤다.

어린 시절 과학을 동경했고, 운이 좋게 과학자가 돼 벌써 반평생을 연구하며 살고 있다. 돌이켜보면 크게 이룬 것은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하는 삶이었다. 과학은 나 자신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주었고 그것으로 스스로 조금 덜 불편해졌다.

2022년이 가듯이 이제 머지않아 필자도 연구원을 떠날 것이다. 비록 예전과는 다른 생활이 시작되겠지만 여전히 과학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나의 호기심을 채우는데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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