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연말의 공연루틴

이은미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기획팀장 2022. 12. 2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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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한 해를 마무리하고 묵은 해를 보내는 의미로 송년회를 한다.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며 못 다한 이야기로 한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회도 의미 있지만 언젠가부터 먹고 마시는 모임을 지양하고 문화를 즐기는 송년회도 늘고 있다.

다양성도 좋지만, 평소에 볼 수 있는 공연의 구성이 아닌 연말 프로그램만큼은 단체별로 특성화하는 것을 제안해 본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송년회를 공연과 함께하려는 관객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공연을 제공해주는 것도 공연 기획자의 역할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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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미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기획팀장

연말 한 해를 마무리하고 묵은 해를 보내는 의미로 송년회를 한다. 함께하는 가족, 매일 만나는 동료, 오랜만에 보는 동창 등 온갖 연결고리의 모임에서 송년회라는 명목으로 식사도 하고, 때론 흥이 넘치는 민족답게 음주와 가무도 즐긴다.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며 못 다한 이야기로 한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회도 의미 있지만 언젠가부터 먹고 마시는 모임을 지양하고 문화를 즐기는 송년회도 늘고 있다. 12월 식당 단체예약이 어려운 만큼 우리는 많은 모임에서 비슷한 송년회를 보내고 있기에 다른 형태를 갈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얼마 전 필자의 모친은 친구분들과 연말모임으로 대세 트로트 가수의 콘서트를 보기로 했다며 예약을 부탁하기도 했다. 말끝에 어차피 시끌벅적한 고깃집 가느니 날도 추운데 따듯한 실내에서 콘서트나 봐야겠다며 말이다. 필자 역시 연말에 어떤 공연들이 있나 들여다보게 됐다.

공연예술계에서는 이 시기가 특수를 누리는 대목이다. 지난달부터 많은 단체에서 송년음악회, 크리스마스 타이틀을 달고 공연을 알리는 포스터로 게시판을 가득 채웠다. 시립예술단도 청소년합창단이 시기적으로 가장 빠르게 '크리스마스콘서트(11.26)'를, 무용단은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춤으로 그리는 동화(12.7-10)', 교향악단은 마스터시리즈의 타이틀을 '송년음악회(12.15)'로, 연정국악단 역시 '송년음악회'(12.15)로, 그리고 합창단이 '크리스마스(12.20)' 공연을 앞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기대하는 관객은 캐럴을, 송년음악회는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이나 헨델의 '메시아'를 연상할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관객들이 원하는 연말공연이 그것일 수 있다. 이 시기에 어느 지역의 공연장을 찾아도 볼 수 있는 발레 '호두까기인형'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지난해 청소년합창단에서는 차이콥스키의 발레모음곡 '호두까기 인형'을 모티브 삼아 음악극으로 선보였던 '호두까기 인형의 전설'은 발레와 극, 합창이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큰 만족을 줬던 작품이었다. 청소년합창단이 매년 준비하는 크리스마스 콘서트 역시 곡을 순서대로 나열하기보단 짜임새 있는 구성이 필요하다. 작품을 수정, 보완해 완성도를 높여가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한 번의 연주로 사장돼 안타까움이 있다.

다양성도 좋지만, 평소에 볼 수 있는 공연의 구성이 아닌 연말 프로그램만큼은 단체별로 특성화하는 것을 제안해 본다. 마치 루틴처럼 한 해를 마무리하는 오케스트라에서는 베토벤 '합창교향곡'을, 합창단에서는 헨델 '메시아'를 기획해 지휘자나 솔리스트의 변화로도 충분히 곡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관객들에게는 매년 새로운 송년음악회가 될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송년회를 공연과 함께하려는 관객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공연을 제공해주는 것도 공연 기획자의 역할임은 분명하다. 또 관객은 사은품에 현혹되지 않고 본질의 물건을 잘 고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유명한 대중가수를 초청해 관객들에게 서비스하는 것도 좋지만 장르를 무시하고 구색도 맞지 않는 티켓파워있는 스타를 불러오는 손쉬운 기획이 아닌 관객들에게 각 단체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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