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파 때문에 손님 없어요"…'동행축제' 흥했는데 전통시장 '우울'

김예원 기자 2022. 12. 2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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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로 손님 발길 끊겨 소비 촉진 이벤트도 무용지물
소상공인 체감경기 9월 이후 최저치…투명돔 지원 등 한파 대책 수립 필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중앙시장에 윈·윈터 페스티벌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2.12.19/뉴스1 ⓒ News1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한시간 넘게 데워도 음식이 미지근해요. 이런 날씨에 축제 연다고 시장에 올까요?"

19일 오전 10시20분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중앙시장. 이날 기온은 영하 7도를 기록했다. 노점에서 음식을 판매하는 A씨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몸을 난로 가까이로 옮겼다. 상인들은 패딩, 털모자로 온몸을 무장하고 손님을 기다렸지만 지나간 이 10명이 채 안됐다. 시장 곳곳에 '윈·윈터 페스티벌' 배너와 포스터가 눈에 띄었지만 관심을 가지거나 경품 이벤트에 응모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16일 개막 한겨울의 동행축제 윈·윈터 페스티벌(윈·윈터 페스티벌)이 행사 나흘차를 맞았다. 소비 촉진을 위한 온누리상품권 물량이 판매 16일만에 조기 완판되는 등 흥행 중이지만 전통시장은 아직 그 열기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 올겨울 '최강 한파'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은 14일 평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이후 한파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윈·윈터 페스티벌이 시작된 16일 이후 날씨는 평균 영하 7도가량을 유지하고 있다. 19일 기준 서울 최고 기온은 영하 2.5도, 최저기온은 12도에 달했다.

이날 영등포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한파 때문에 윈·윈터 페스티벌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날이 추워 시장을 찾는 손님 수가 줄어드니 축제 홍보도 힘들고 준비된 이벤트도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A씨는 "축제가 시작된 것도 몰랐다"며 "전통시장은 비교적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데, 날씨가 추워진 후로는 손님 보기가 더 힘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건어물을 판매하는 50대 김모씨는 "아무리 평일 오전이라도 이 시간엔 건너편 국숫집에 사람이 줄설 정도의 인파는 유지됐다"며 "길거리에 사람이 없는데 이벤트 참여가 잘 이뤄질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장을 보러 나왔다는 50대 이모씨는 "지금 동행축제가 열리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어떤 사은품 이벤트가 있느냐"고 취재진에게 되묻기도 했다.

같은 날 오후 2시부터 윈·윈터 페스티벌을 시작한 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도 마찬가지로 한산했다. 상인 B씨는 "행사 홍보 현수막을 걸고 포스터를 곳곳에 붙였는데 손님들 반응이 없다"며 "날이 추워서 그런지 있던 손님도 빨리 돌아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중앙시장에 모자 등 방한용품이 판매되고 있다. 2022.12.19/뉴스1 ⓒ News1 김예원 기자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준비된 이벤트 참여도 저조한 모습이었다. 특정 색의 물품이나 방한용품을 시장에서 구매시 경품을 지급하는 등 여러 이벤트가 마련됐지만 행사 내용 및 참여방법을 알지 못하는 상인들이 많았다.

영등포시장에서 패딩, 귀마개 등 방한용품을 판매하는 70대 C씨는 "방한용품 이벤트는 처음 듣는다"며 "우리 가게는 나이대가 있는 손님이 많은데, 휴대폰으로 영수증 등을 인증해야 한다면 참여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청과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50대 D씨는 가게 한편에 10장가량 쌓인 포스터를 가리키며 "홍보 포스터와 행사 안내는 받았지만 손님이 없어 이벤트 안내도 못 했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현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동행 축제가 활성화되려면 한파로 인한 애로사항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판매 중인 상품이 어는 등 문제가 생기면 소비 촉진에도 지장이 가기 때문이다.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70대 윤모씨는 "날이 추워 야채가 얼까봐 비닐 같은 걸로 덮고 있다"며 "우리는 시장 안쪽에 있어 괜찮지만, 바깥쪽 가게들은 조금만 더 추워져도 야채가 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윈·윈터 페스티벌이 진정한 의미의 동행을 실천하려면 축제 기간 내 한파 관련 대책을 수립해 소비 및 판매 촉진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통시장 상인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소비감소 및 물가상승의 우려로 추석 이후 꾸준히 악화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매달 발표하는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에 따르면 전통시장체감BSI는 지난 9월 79.0p 이후 하락세다. 지난 11월 전통시장체감BSI는 58.0p로, 올해 들어 4번째로 낮은 수치다.

BSI는 경기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로, 100을 넘으면 경기가 호전, 100 미만이면 경기가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중기부 관계자는 "날씨의 경우 변동사항이 많아 예산을 미리 집행해놓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현재 윈·윈터 페스티벌 관련 한파 대비책을 따로 마련해두고 있진 않다"고 난색을 표했다.

다만 "오프라인 행사장 중 하나인 열린송현 녹지광장엔 투명돔 안에 난방장치를 마련해 시민들이 몸을 녹일 수 있게끔 조치했다"며 "관련 예산만 확보되면 전통시장 한파 대응책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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