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영웅’ 정성화 “韓뮤지컬 영화, 할리우드가 기웃거릴 날 오길”
정성화는 최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진행된 ‘영웅’ 인터뷰에서 “개봉이 예상 보다 늦어졌는데 꼭 아쉬움만 있는 건 아니다. 완성도를 더 높이기 위해 재촬영도 진행했고, 여러가지 면에서 보완도 됐다. 전반적으로 좋은 영화로 완성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만족해 했다.
뮤지컬 ‘영웅’을 통해 14년간 안중근을 열연해온 오리지널 캐스트인 정성화는 영화를 통해 보다 많은 대중과 안중근 의사로 만난다. 안중근의 인간적인 면부터 강인한 카리스마까지 다채로운 면모를 밀도 있게 연기한 것은 물론이고, 오리지널 넘버를 현장 라이브로 완벽히 소화해냈다.
정성화는 “윤제균 감독님이 뮤지컬 ‘영웅’ 공연을 보러 오셨는데 ‘이 작품은 뮤지컬로만 있기에는 너무 아깝다. 스토리와 음악이 너무 좋아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 영화화 계획도 말씀하셨는데 당시에는 별 기대가 없었다. 다만 누가 (안중근 의사가) 되든지 옆에서 어떤 도움이든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생각지도 못하게 제게 제안을 주셔서 처음엔 얼떨떨했어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것이기 때문에 증명해 보여야 한다는 욕심도 있었고 영광스러웠고요. 워낙 엄청난 자본이 들어가다보니 많은 분들에게 손실을 줄 수 있을까봐, 오랜 사랑을 받은 뮤지컬 원작에 오히려 역효과를 입힐까봐 두렵기도 했고요. 감독님의 무한 신뢰와 든든한 동료들 덕분에 용기를 냈어요. 나 혼자 모든 짐을 짊어지는 게 아니니까요.(웃음)”
정성화는 “무대와 달리 영화에서 노래를 부를 땐 대사 전달력이 중요하다. 노래를 대사처럼 들리게 하는 게 목표였다. 연습량도 상당했고 테이크도 여러 번 갔다”며 “캐릭터의 해석에 있어서는 안중근 의사의 영웅적 면모에 집착하지 않고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평소에 어떤 생각을 중요시하며 살아왔는지에 더 중점을 뒀다. 영웅적 면모만 보여주기 위해 멋지게 표현하려고 하기 보단 한 사람으로서 연기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첫 촬영 현장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워낙 압박감이 심했던 탓인지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노래를 못 부른 것 같았어요. 제가 너무 당황하니, 감독님이 신경쓰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잘 부르려고 하지 말고 진실되게만 부르라고요. 정말 그렇더라고요. 조금만 거짓된 연기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몰입이 깨져 버러니까요. 그 힘을 가장 제대로 느낀건 나문희 선생님의 노래였어요. 기교가 전혀 없는 노래임에도 너무나 큰 울림을 주셨잖아요. 정말 큰 배움이 됐죠.”
배우들과의 앙상블도 완벽했다. 정성화는 함께 한 김고은, 박진주, 배정남, 조재윤 등 동료들을 칭찬하며 연신 함박 웃음을 지었다.
그는 “배우들이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고 ‘괜히 작품에 캐스팅된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특히 김고은 박진주는 그저 놀라왔다. 보통 노래와 대사를 분리해 부르는데, 자연스럽게 노래에 대사를 태우더라. 그건 정말 대단한 거다. 멋지다고 생각했고, 이런 보물들을 보면서 앞으로 우리나라 뮤지컬 영화의 발전이 기대됐다”고 했다.
조재윤, 배정남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강하고, 센스가 넘친다. 역시 연기 잘하는 배우들은 감이 다르다. 의견을 나누고 합을 맞추는데 있어 굉장히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더불어 “많은 분들이 개그맨 출신인 제가 뮤지컬 무대에 서고 영화 주연까지 맡게 된 것에 이런저런 질문을 한다. ‘영웅’ 현장에서 나도 모르게 웃기려고 했다가 자중하란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누군가는 이런 이력이 중심으로 나아가는데 방해가 된다고도 여기는 것 같다”면서 “나는 코미디 연기를 굉장히 사랑하고 좋아한다. ‘개그맨 이력’ 역시 꼬리표가 아닌 훈장이다. 내가 이룬 모든 것, 내가 펼치는 모든 연기의 기본이 된 자부심을 느끼는 자양분”이라고 강조했다.
“이 작품을 통해 뮤지컬 영화 시장이 활짝 열렸으면 좋겠어요. 그 가능성이 제대로 입증됐으면 좋겠고, 그 과정에 제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죠. 앞으로 계속 이런 현장이 많아졌으면 좋겠고, 그래서 우리 나라 뮤지컬 영화가 발전해 할리우드에서 기웃거렸으면 좋겠어요. 그런 날을 기다려요.”
영화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렸다. 21일 개봉한다.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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