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제 ‘복합위기’ 극복 위해 인센티브·규제 혁신 [한강로 경제브리핑]

이강진 2022. 12. 2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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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둔화와 수출 감소 등으로 한국경제가 ‘복합위기’를 맞이한 가운데 정부가 수출, 투자 촉진 전략을 통해 이를 극복해 나간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정부는 내년에 물가와 금융·부동산 시장 등에서 불거질 수 있는 위험 요인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 조치는 내년 4월까지 연장된다. 다만 정부는 최근 휘발유 가격 안정세를 고려해 휘발유 유류세 인하 폭은 다소 줄일 계획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3년 경제정책방향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내년 위기 극복과 경제 재도약 목표…신축적 정책 조합으로 거시경제 안정적 운영”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2023년도 경제정책방향 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4가지 중점 방향을 설명하며 “정부는 내년에 더욱 비상한 인식하에 위기 극복과 경제 재도약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당분간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는 가운데 금융, 기업, 부동산 관련 리스크, 경기 등 거시경제 상황을 종합 고려한 신축적인 정책 조합을 통해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이어 “민생경제 안정을 위해 물가와 생계비 부담은 낮추고 일자리와 사회안전망은 더욱 확대 강화해 나가겠다”면서 “당면한 수출, 투자의 어려움은 과감한 인센티브와 규제 혁신을 통해 해소하고 위기 후 재도약을 위한 신성장 전략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노동, 교육, 연금 등 구조 개혁을 가속화하면서 인구, 기후 등 미래 변화 대비와 지역 균형발전 등 중장기 과제도 역점을 두겠다”고 덧붙였다.

추 부총리는 내년 경제 상황이 올해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대외 부문에서는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수출이 감소 전환되는 등 경기 둔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양상”이라면서 “내년에도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영향으로 우리 경제도 성장세 둔화가 예상되며, 특히 상반기에 그 어려움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추 부총리는 이어 “주요국 금리 인상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실물경제의 어려움이 본격화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도 지속될 우려가 있다”며 “물가는 정점을 지나 상방 압력이 다소 완화되었으나 당분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보이며, 취업자 증가도 기저효과 등으로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내년도 대내외 경제 여건은 올해 못지않게 엄중하고 특히 상반기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간 금리 인상 여파로 소비와 투자 위축, 취업자 증가 둔화 등 실물경제 위축”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또 높은 물가가 유지돼 “민생과 기업에 금리 부담이 대단히 걱정되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보다 세심한 거시경제 정책을 수립하고 동시에 위기 극복과 대도약에 초점을 맞춰 경제 정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표시된 유가정보. 연합뉴스
◆유류세 인하 내년 4월까지…휘발유는 인하 폭 줄여 내년부터 ℓ당 100원가량 ↑

올해 말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 조치가 내년 4월까지 4개월 연장된다. 다만, 휘발유는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 인하 폭을 기존 37%에서 25%로 축소키로 해 새해부터 리터(ℓ)당 100원가량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연장 여부를 두고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도 차량 출고지연으로 혜택을 받지 못한 이들을 고려해 내년 6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2023년 상반기 개별소비세 등 탄력세율 운용방안’을 발표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내년 4월30일까지 유류세 인하 조치가 4개월 더 연장하되, 이 기간 유류세율은 유류별로 다르게 정하기로 했다. 우선 휘발유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현재 37%에서 25%로 축소한다. 이에 따라 휘발유 유류세는 ℓ당 516원에서 615원으로 99원 올라간다. 다만 유류세 인하 전 탄력세율(ℓ당 820원)과 비교하면 ℓ당 205원 정도 낮아 여전히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하는 셈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정부는 “국내 휘발유 가격이 경유 등 타 유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는 점을 감안해 휘발유에 한해 유류세 인하 폭을 일부 축소했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가격 수준이 높은 경유와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LPG부탄은 현행 유류세 37% 인하 조치치를 내년 4월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경유는 ℓ당 212원, LPG부탄은 ℓ당 73원의 가격 인하 효과가 변동 없이 이어지게 됐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도 6개월 연장된다. 승용차의 개별소비세를 30% 감면해주는 조치는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승용차 소비 진작을 위해 내년 6월30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정부는 “기존 인하기간 중 차량 구매계약을 체결한 소비자가 차량 출고지연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를 감안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2018년 7월부터 2019년 말까지 1년6개월간 승용차 개별소비세를 30% 인하했고,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상반기에는 인하 폭을 70%로 올렸다. 2020년 하반기 인하 폭을 30%로 축소한 이후 6개월 단위로 연장해왔다.

승용차를 살 때는 원래 5%의 개별소비세가 붙는데, 이를 30% 낮춰 3.5%를 적용하면 교육세(개소세액의 30%)는 물론 차량 구매 금액과 연동된 부가가치세, 취득세까지 함께 줄면서 전체 세금 부담이 낮아진다. 차량 구매 시 한도를 채우면 소비자는 개소세 100만원, 교육세 30만원, 부가세 13만원 등 최대 143만원의 세금 인하 혜택을 받게 된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쇼핑카트 대신 장바구니를 들고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근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확대…관리물가 제외하면 11월 상승률 5.1%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세를 보이고 있지만 물가의 추세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원물가는 정부의 관리 영향이 없었다면 5% 선을 넘어섰던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 6.3%(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한 뒤 8월 5.7%, 9월 5.6%, 10월 5.7% 등 5%대 중후반을 이어가다 지난달에는 5.0%까지 떨어졌다. 전기·가스요금 인상 영향을 받은 10월을 제외하면 둔화세가 이어져 온 셈이다.

다만 기조적 물가 상승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상승률은 지난 7월(3.9%)에만 해도 3%대 후반을 나타냈지만 8월(4.0%) 들어 4%대에 진입한 뒤 9월 4.1%, 10월 4.2%, 11월 4.3%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관리물가를 제외하면 근원물가의 상승률은 더 높아진다. 관리물가란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공공서비스 및 전기·가스·수도, 휴대전화 요금 등의 품목을 대상으로 만든 가격지수로, 한국은행에서 산출하고 있다. 

관리물가 제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상승률은 6월 4.6%, 7월 4.7%, 8월과 9월 각 4.8%에 이어 10월 5%, 11월 5.1%까지 높아졌다. 관리물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4.7%)에만 해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6.3%) 대비 1.6%포인트 낮았지만, 지난달에는 상승률이 역전됐다. 

한은은 최근 발표한 12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가 정부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점을 감안해 관리물가를 제외하고 보면 상승률은 10∼11월 중 5% 수준으로 오름폭이 더욱 확대됐다”면서 “이는 근원물가 중 관리물가로 분류되는 공공서비스 물가의 상승률이 올해 들어 0% 수준으로 여타 근원품목 물가상승률에 비해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앞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물가 상승률은 둔화하지만, 그동안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이 전기·가스요금과 가공식품 등에 점차 반영되면서 둔화 폭을 제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정부 정책 측면에서는 그간 누적된 원가 상승 부담이 전기·도시가스 요금에 점차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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