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③] 나문희, 위대한 어머니의 "절절한 울림"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영화 ‘영웅’의 첫 장면은 눈 덮인 대지를 걸어가는 안중근(정성화)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혹한의 겨울을 뚫고 숲에 당도한 그는 뜻을 같이한 사람들과 함께 단지동맹 의식을 치른다. 일제 치하에서 처음부터 강인하고 단호했던 안중근의 결기로 문을 여는 ‘영웅’의 도도한 물길은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나문희)의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피같은 자식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고, 어머니는 그런 아들의 대의를 품에 안았다.
영화 '영웅'(감독 윤제균)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정성화)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다. 뮤지컬 원작의 감동과 작품성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되살리기 위해 노력한 이 작품은 정성화, 김고은의 절창에 못지않게 나문희의 존재감이 묵직하게 밀려드는 이야기다.
윤제균 감독이 언급했듯, ‘국제시장’이 아버지를 다룬 영화라면 ‘영웅’은 어머니를 그린 작품이다. ‘국제시장’이 한국전쟁과 산업화 시대의 역경을 이겨낸 아버지에 바친 헌사라면, ‘영웅’은 일제에 맞서 싸우는 아들에게 용기를 심어주는 어머니를 위한 노래다. “멈추지 말고/뒤돌아보지 말고/큰 뜻을 이루렴”이라고 노래하는 나문희의 목소리는 애절하면서도 절절하다. 묵직한 톤에 폭발하는 듯한 정성화와 나지막이 흐느끼는 나문희의 노래는 관객의 마음을 뒤흔든다.
나문희가 아니었다면, ‘영웅’의 조마리아 여사를 누가 연기했을지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특히 나문희는 예능 프로그램 ‘뜨거운 싱어즈’에서 노래로 감동을 안긴 바 있다. 안중근 역에 최적화된 정성화와 시대의 어머니상을 완벽하게 구현해낸 나문희가 일으키는 시너지는 ‘영웅’의 감동을 한층 더 끌어 올린다. 관객은 나문희가 부르는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를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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