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수출 줄었지만… K-바이오 신약 개발 저력 나왔다

지용준 기자 2022. 12. 2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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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아듀! 임인년… 위기에도 빛난 K-산업⑨] '수조원 투자' 연구개발 성과 결실로

[편집자주]임인년(壬寅年) 한 해 글로벌 경제는 유례없는 위기를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여파 속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원유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글로벌 경제가 수렁에 빠졌다. 자원부국들은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며 자원 무기화에 나섰고 특히 미국은 중국 견제를 목표로 동맹이자 우방국인 한국의 산업에도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정책을 강화했다. 경기 침체와 수요 둔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현상 등 각종 악재가 몰아치면서 한국의 경제는 위태로워졌다. 하지만 한국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최악의 위기 속에서도 각 산업의 초격차 경쟁력을 바탕으로 눈부신 성과를 발휘했다. 여러 차례 위기를 딛고 일어선 한국만의 '위기극복 DNA'가 또 한 번 저력을 발휘했다. 위기 속에서 빛난 'K-산업'의 활약을 되짚어봤다.

대내외적인 악재로 한파가 들이닥친 올해 K-바이오는 그동안 꾸준히 투자를 늘려온 연구개발(R&D)을 발판으로 잇따라 성과를 냈다. /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기사 게재 순서
① 글로벌 경기침체 직격탄… 그래도 희망은 K-반도체
② 소비 둔화에 침체된 가전업계… 삼성·LG, '프리미엄'으로 선방
③ 고부가가치 기술 빛난 K-조선… 만성 인력난은 과제
④ 위기와 기회 동시에… 변곡점 선 한국 배터리
⑤ 대규모 적자로 코로나 버텼더니 '횡재세' 웬 말?… 롤러코스터 탄 정유업계
⑥ 'IT 강국'의 저력… 'K-프롭테크' 동남아 노크
⑦ 13년 만에 중동에 'K-건설' 깃발 꽂을까
⑧ "오히려 좋아" 불황에 강한 백화점, 명품 입고 날았다
⑨ 기술수출 줄었지만… K-바이오 신약 개발 저력 나왔다
⑩ K-금융, 사상 최대 실적 업고 디지털금융 '슈퍼앱' 키운다
⑪ 'K-핀테크' 15조 혁신성장펀드 도입… '미래금융' 날개단다

올해 K-바이오엔 한파가 들이닥쳤다. 미국발 금리 인상과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등 대내외적 악재로 국내 바이오 기업의 주가는 걷잡을 수 없이 하락했다. 2년 연속 10조원을 돌파했던 기술수출 계약 규모는 반토막 났다. 그럼에도 본궤도에 오른 연구개발(R&D) 능력은 침체 국면의 K-바이오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국산 신약 35호와 36호가 잇따라 나왔고 절차와 심의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시장에 진출한 신약도 등장했다. 그동안 R&D 투자를 꾸준히 확대해 결실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바이오주는 올해 쓴맛을 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12일 기준 KRX헬스케어 지수는 2751.14로 연초(1월3일·3752.81) 대비 26.7% 하락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우량 종목 300개가 포함된 KRX300 지수도 같은 기간 23.0% 떨어졌다. 한국거래소 선정 바이오주 83개로 구성한 KRX헬스케어 지수는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 흐름을 대표한다. 올 들어 전반적인 약세를 보인 주식 시장에서 바이오주의 하락세가 더 가팔랐던 셈이다.


美 금리인상·인플레이션에 기술수출 '뚝'


바이오 기업의 주가 하락은 대내외적 요인이 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파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물가 상승은 전 세계적으로 정점을 찍었다. 미 연준은 올해에만 금리를 여섯 차례 올렸고 네 차례는 금리를 0.75%포인트(p) 끌어올린 자이언트 스텝이었다. 올 초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금융·경제 분석업체 무디스애널리틱스는 "지난 10월 글로벌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12.1%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쳤다. 노바티스는 2024년까지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전체 인력의 7% 수준인 8000명을 해고키로 했다. 바이오젠과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등도 구조조정 대열에 합류했다. 바이오젠은 100여명을 해고했고 BMS도 200여명 수준의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이 같은 긴축 재정 행보는 국내에도 불똥이 튀었다. 대표적으로 '한해 농사'로 평가하는 기술수출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협회)에 따르면 12월12일 기준 올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수출 규모는 약 4조3000억원(14건)으로 2021년(약 13조3000억원·34건) 대비 67.7% 감소했다. 해마다 성장을 거듭해 2020년 첫 10조원을 돌파한 성장세가 3년 만에 꺾인 것이다.

바이오 기업의 주가 하락은 대내외적 요인이 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파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물가 상승은 전 세계적으로 정점을 찍었다. 인포그래픽은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추이(왼쪽)와 연도별 제약바이오 기술수출 추이./그래픽=김은옥 기자


본업 충실했던 K-바이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R&D를 강화했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제약바이오 상장 기업(151개사) 기준 연구개발비는 3조5442억원으로 전년 대비 7.7% 상승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11.9%에 달했다. 올해에도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연구개발 역량을 끌어올렸다. 한미약품은 올해 3분기 누적 1222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쏟아부었다. 매출액 대비 비중은 12.5%에 이른다. 같은 기간 대웅제약은 1445억원(16.7%)을 투자했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처음 연구개발비용으로 1000억원을 쓴 데 이어 올해 3분기까지 매출액 대비 19.9%에 이르는 937억원을 집행했다.
제약바이오는 대표적인 연구개발 산업이다. 산업 특성상 막대한 연구 자금과 시간이 필요하다. 업계에선 통상적으로 신약개발 연구와 임상시험 등에 1조원 이상의 자금과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연이은 악재 속에서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잇따라 연구개발비 투자를 늘린 이유다.


R&D 결실 맺었다… 美 뚫고 국산 신약 35·36호 등장


올해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R&D가 결실을 맺었다. 2년 동안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뚫은 여섯 번째 국산 신약이 등장했고 국산 신약 제35호와 36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미약품의 바이오 신약 롤론티스는 지난 9월 국산 신약으론 여섯 번째로 FDA에서 판매허가를 획득했다. 롤론티스는 호중구감소증 치료나 예방 용도로 투여하는 신약이다. 체내에서 약효 지속 시간을 늘려주는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됐다. 롤론티스는 미국 현지에서 롤베돈이라는 이름으로 한미약품의 파트너사 스펙트럼이 지난 10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국산 코로나19 백신이자 국산 신약 35호가 지난 6월 등장했다. 사진은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국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자 국산 신약 35호가 등장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이다. 이로써 한국은 영국과 미국에 이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모두를 보유한 세 번째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스카이코비원은 항원 단백질을 투여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전통의 합성항원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0년 초 스카이코비원 개발을 시작해 2년여만에 개발을 완료했다. 정부·기관·민간이 힘을 합쳐 지원했기에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스카이코비원은 지난 9월부터 국내 접종시장에서 기초접종(1·2차)과 추가접종(3차)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국산 신약 36호의 주인공은 대웅제약의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정이다. 엔블로정은 그동안 글로벌 제약사 위주로 개발과 허가가 진행됐던 SGLT-2(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 2) 억제제 분야에서 자체 기술로 만들어진 첫 당뇨약이다. 엔블로정은 임상 3상(상업화를 위한 마지막 임상)을 통해 혈당 강하 효과와 안전성을 확보했다. 대웅제약은 내년 하반기 엔블로정을 출시해 3년 내 누적 매출 1000억원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지용준 기자 jyj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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